롯데케미칼은 지난 2월6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3조495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4조672억원) 대비 14.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53억원으로 57% 줄었으며 당기순손실 179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롯데케미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은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인해 부진했던 실적이 올해부터, 특히 3월에는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과연 3월에 롯데케미칼은 봄을 맞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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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위크 DB |
◆ 3월, 변곡점 전망… “추가급락 없을 듯”
금융투자업계가 3월 롯데케미칼의 실적호전 가능성을 점치는 것은 미리 원유를 가져다 정제해서 판매하는 석유화학업종의 특성 때문이다.
롯데케미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석유화학업종은 갑자기 급락한 국제유가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비싸게 주고 산 원유를 정제해 저렴하게 팔다보니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하지만 3월부터는 상황이 바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황유식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케미칼이 저가 원료가 투입되는 3월 이후 큰 폭의 실적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국제유가가 지난 1월 저점을 기록한 이후 등락을 거듭하고 있어 저가의 원재료가 투입되는 3월부터는 석유화학제품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국제유가의 향방에 대해 단언하기는 어렵다. 1월 중순 이후 반등세를 나타낸 국제유가가 내일 당장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다만 시장전문가들은 중기적으로 미국의 셰일오일업체들이 적정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60~70달러 수준까지는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황 애널리스트는 “유가의 추가급락 가능성을 낮게 본다”며 “분기 말 재고평가 손실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롯데케미칼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8026억원으로 추정했다. 원재료 가격의 하락으로 가스를 기반으로 하는 제품 대비 제조원가 격차가 줄어들고 역내 NCC(나프타분해설비) 증설 부재로 석유화학제품의 수급문제가 발생, 제품의 스프레드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오정일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도 비슷한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춘삼월 전후로 재고의 재구축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377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6050억원으로 전년대비 60%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그간 유가급락의 피해주였던 롯데케미칼이 이제는 수혜주로 탈바꿈할 것으로 내다봤다. 저렴한 유가가 실적호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지난 4분기에는 유가급락에 따라 판매가격이 하락했지만 원료투입 시차(대략 4~6주)로 인해 원가는 상대적으로 높았다”며 “지난해 4분기 평균 원료(나프타) 투입가격은 톤당 754달러였으나 올 1분기에는 489달러에 그칠 것이다. 이익률이 전분기 대비 대폭 개선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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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적개선 분명한데… 우려도 쏟아져
롯데케미칼에 대해 호평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에 못지 않게 우려 섞인 전망도 쏟아진다.
우선 연초 들어 급등한 주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최지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초대비 롯데케미칼의 주가가 강세를 나타냈는데 이는 올레핀 시황 호조,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NCC 원가경쟁력 개선 등을 반영한 결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 이익증가 폭이 어느 정도일지가 관건이라는 게 최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그는 “(저유가가 이어지며) 생산원가가 개선됐지만 이로 인해 이익이 증가하는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예상 주가순자산배율(PBR) 0.9배는 자기자본이익률(ROE) 5.9%를 감안할 때 낮지 않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 1분기 실적개선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 하더라도 롯데케미칼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실적도 시장의 기대치만큼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 애널리스트는 롯데케미칼의 1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970억원으로 예상하고 투자의견 ‘중립’, 목표주가 16만원을 유지했다.
손영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케미칼은 업종주도주 지위가 약화됐기 때문에 차별적인 주가상승이 곤란한 회사”라고 설명했다. 최근 롯데케미칼의 주가가 기대감으로 오르는 추세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롯데케미칼의 주가를 한단계 더 끌어올릴 만한 확실한 요소가 필요하다는 게 손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업황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롯데케미칼이 PBR 1배 이상에서 거래될 때는 올레핀 외에 PX(파라자일렌), PTA(고순도 테레프탈산) 또는 부타디엔(BD) 등의 수익성 개선이 있었다”며 “즉 올레핀만으로는 주가가 추가 상승하기 어렵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가반등에 따른 주가재평가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이르다”며 “중국정부가 부정부패 관련 조사를 금융부문까지 확대하는 것도 롯데케미칼의 합성섬유·합성고무 부문의 업황개선에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부정적 의견을 내놓으면서도 3월쯤에는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회복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데 대부분 동의했다. 결국 관건은 실적의 회복 폭이다. 춘삼월에는 롯데케미칼이 꽃을 피울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