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가 광주공장 화재 이후 사업 정상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향후 공장 운영을 둘러싸고 노조와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목표한 매출 5조원 달성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지난 5월 광주공장 화재를 겪은 금호타이어가 정상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국내 공장 이전, 해외 신공장 설립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노조와의 입장 차가 커 진척이 더디다. 미국 고율 관세에 국내 생산 차질까지 겹치며 연초 제시한 매출 5조원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금호타이어는 이달 초 '화재 수습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했다. 사고 수습이 지연되면서 노조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는 지난 11일 광주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공장 축소, 해외공장 우선 추진이라는 사측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고용 보장을 전제로 한 신공장 건설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노조는 ▲함평 신공장 1단계 건설 시 연간 600만 본 생산 규모 확보 ▲최종 연간 1400만 본 생산 규모 완공 ▲피해 없는 광주 1공장 즉시 가동 등을 요구했다.

현재 광주공장은 2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1공장까지 가동이 무기한 중단됐다. 생산직 인력은 재택 대기 중이며 급여는 기존의 70%만 지급돼 고용 불안 우려가 큰 상황이다. 노조는 17일 서울 종로구 금호타이어 본사 인근에서 상경 집회를 여는 등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하루 3만3000여본, 연간 1200만본의 타이어를 생산해온 주요 생산거점이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금호타이어 총 생산량 6139만본의 20%를 책임졌다. 하지만 타이어 제조 공정의 핵심인 원료 배합 시설이 전소되면서 정상 가동까지 최소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대안 중 하나로 전남 함평 공장 이전이 거론되지만 회사는 사고 수습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광주공장은 건물 붕괴 위험 탓에 화재 발생 두 달이 지나도록 현장 감식이 지연되고 있는데, 감식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선 공장 이전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1공장 가동이나 공장 이전은 소방 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현재 화재 현장 내부 진입이 불가능해 소실된 공정이 정확히 어떤 부분인지도 파악 중에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광주공장 화재 리스크가 3분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으로 금호타이어의 하반기 실적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화재가 발생한 광주공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올해 목표했던 유럽 신공장 건설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지난해 처음으로 유럽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금호타이어는 현지 생산 확대를 추진했지만 화재 사고로 차질이 생겼다. 광주 물량의 해외 이전이 난항을 겪고 있어 신공장 설립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정보기업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2분기 매출 1조2291억원, 영업이익 1676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6%, 10.7% 증가한 수치로 관세 부담에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만 3분기부터 화재 리스크가 반영될 것으로 보여 하반기 실적에 불확실성이 커진다.

올해 목표로 했던 매출 5조원 달성에도 먹구름이 꼈다. 화재로 인한 손실 규모만 해도 지난해 매출의 20%에 해당하는 약 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광주공장이 수익성이 높은 고인치·고성능 타이어를 주력 생산해왔다는 점도 금호타이어에겐 악재다.

미국의 고율 관세와 최근 전기차 보조금 폐지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완성차 수요가 줄어들 경우 후방산업인 타이어 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금호타이어는 현지 조지아 공장을 통해 연간 330만 개의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완성차 수요가 줄어들면 부품사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베트남 공장의 경우 2023년 증설을 마쳐 가동률이 높기 때문에 조지아 공장과 함께 관세 대응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