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면접 어떻게 됐니?

나: 떨어졌어.
엄마: 넌 왜 그 모양이냐…. 남들은 다 붙던데….

남들처럼 산다는 건 뭘까. 누구보다 ‘남들처럼’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주인공에게 엄마의 잔소리가 더해진다. “너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좀 살아!” 주인공은 다시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평범하게 산다는 건, 다시 말해 ‘평범=보통사람=중산층’이란 소리. 즉 30평 이상의 아파트에 72인치 벽걸이 TV를 보유한 4인 가족, 그 4인 가족을 먹여 살리는 500만원 이상의 월급, 휴가는 늘 해외로 가는….

깊은 한숨을 내쉬는 주인공. 이때 들리는 엄마의 추가 잔소리. “그래 가지고 여자들이 좋아하겠어?”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란 누굴까. 180cm 이상의 키에 무뚝뚝하지만 다정한, 그러면서 차가 있는 사람. 그리고 1년에 한번 정도는 같이 해외여행…. 주인공은 이내 남들처럼 사는 건 어렵다는 걸 깨닫고 자신만의 휴가를 즐긴다.

최근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단편드라마 <나는 평범한 남자다> 속 장면이다. 이 영상의 길이는 딱 72초다. 짧은 시간동안 빠른 호흡으로 내용이 전개되지만 2030세대의 일상과 꿈, 이성에 대한 판타지 등의 소재를 재미있게 풀어내 많은 이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지난 5월 1편이 공개된 이후 7편까지 200만뷰를 넘기며 ‘스낵컬처 마케팅’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커버스토리] 기업 홍보, '1분'이면 충분하다

◆모바일드라마?… 72초면 충분

그 일등공신은 모바일 영상서비스기업인 트레져헌터. 이곳은 1인 제작자(크리에이터) 발굴부터 영상장비 및 스튜디오 제공, 영상제작 등을 지원하는 퍼블리셔 형태의 신생 벤처회사로 모바일게임사 네시삼십삼분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화제를 모았다.

두 회사는 이번 제휴를 시작으로 앞으로 뉴미디어 콘텐츠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트레져헌터는 급속도로 진화하는 모바일환경에 맞는 트렌디한 영상콘텐츠를 준비하고 네시삼십삼분은 게임을 넘어 모바일영상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그 시작인 ‘72초 드라마’의 성공으로 앞으로의 전망도 밝아졌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스낵컬처 마케팅’으로 재미를 본 곳은 또 있다. 속옷브랜드 비비안을 전개하는 남영비비안이 그 주인공. 비비안이 지난 3월 배우 조인성을 주인공으로 선보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드라마 <시크릿 하우스 메이트>는 공개한 지 한달도 안돼 100만뷰를 넘었다. 총 6편, 각 3분 정도의 분량으로 구성됐으며 짧은 드라마 구성에 제품이 노출되는 형식의 마케팅용 영상으로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비비안 관계자는 “브랜드나 제품에 대한 직접적인 노출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일반드라마 못지않은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제작했다”며 “특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SNS채널을 중심으로 2030세대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제일모직 역시 캐주얼브랜드 ‘엠비오’의 전속모델 이종석을 주인공으로 한 웹드라마 <롱 디스턴스 러브>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이 영상은 이종석이 중국 상하이에 있는 여자친구와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드라마 형식으로 풀었다.

해당 영상은 공개와 동시에 하루 평균 10만뷰를 넘는 등 화제를 모았다. 특히 이종석이 떠오르는 한류스타인 점을 활용해 중국어 버전 영상도 제작, 중화권 소비자를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제일모직은 또 방송인 전현무를 주인공으로 식당 여직원과의 에피소드 등을 다룬 로가디스 스마트 슈트 동영상을 공개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스낵컬처에 열을 올리는 것은 뷰티업계도 마찬가지. 더페이스샵은 농구스타 서장훈의 깜짝 동영상 ‘구름 도둑 하얀 수분크림’을 브랜드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배포해 인기를 끌었다. 능청스러운 그의 연기는 제작진까지 감탄케 했다는 후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는 ‘윤아 효과’를 봤다. 지난 2월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윤아 온천에서 꽈당~’이라는 37초의 짧은 영상은 온천에서 미끄러지는 듯한 윤아의 귀여운 모습과 함께 온천수를 사용하는 제품의 이미지를 결합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밖에 라네즈는 배우 송재림을 주인공으로 하는 온라인용 인터뷰 영상으로 인기를 모았다.


비비안에서 선보인 SNS드라마 <시크릿 하우스 에이트> 속 장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는 하우스 메이트 두 남녀의 로맨스를 감각적으로 담아냈다.
비비안에서 선보인 SNS드라마 <시크릿 하우스 에이트> 속 장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는 하우스 메이트 두 남녀의 로맨스를 감각적으로 담아냈다.
제일모직 ‘엠비오’의 웹드라마 <롱 디스턴스 러브>의 한 장면
제일모직 ‘엠비오’의 웹드라마 <롱 디스턴스 러브>의 한 장면

◆‘똑똑 마케팅’ 일석이조 효과 톡톡

전문가들은 이처럼 기업들이 스낵컬처에 목을 매는 이유로 ▲자연스러운 제품 홍보 ▲짧게 볼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욕구 증가 ▲차별화된 마케팅 ▲낮은 제작비 등을 꼽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SNS 상의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자칫 의미 없이 소모될 수 있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홍보효과까지 노릴 수 있는 일석이조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의 블로그 또는 SNS를 통해 공개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콘텐츠를 찾아 기업의 SNS페이지로 직접 찾아오게 만들 수 있다”며 “지상파 광고 제작비보다 훨씬 저렴하면서 성공하면 그 이상의 효과를 누리는 장점도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재 기업들의 스낵컬처 마케팅이 너무 가벼운 재미 위주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한 대중문화 평론가는 “재미와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방향으로 스낵컬처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것이 앞으로 기업들이 가져가야 할 과제”라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