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사를 두고 카드업계에서는 “오직 정 부회장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인사”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다른 카드사와 차별화된 디자인경영, 단순화 전략 등을 고수하며 현대카드만의 브랜드 이미지를 견고히 해 경영능력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는 것.
단순히 실적만 놓고 봐도 정 부회장이 이뤄낸 성과는 압도적이다. 지난 2003년 국내 카드사 중 가장 규모가 작았던 현대카드의 대표를 맡아 단숨에 2위권 카드사로 도약시킨 것은 물론 최근에는 현대캐피탈아메리카의 고속성장을 주도했다.
정 부회장은 앞으로 카드업계 최대격전지로 지목되는 모바일단독카드와 관련해서도 “현대카드는 출시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 다시 한번 현대카드만의 차별화된 그림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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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DB |
◆현대카드의 DNA는 ‘차별성’
“혁신을 꿈꾼다면 중요한 힌트 하나. 어느 상품이든 사업이든 기존 전문가의 반만 지식을 쌓으라. 삼분의 일도 좋다. 너무 다 알아버리면 오히려 불리하다. 나머지 여백을 당신만의 생각으로 채우라.”
이는 과거 정 부회장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남긴 글이다. 위의 발췌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정 부회장의 경영전략은 남들과 다른 ‘차별성’을 기반으로 한다. 이 같은 경영이념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현대카드의 ‘디자인마케팅’과 ‘단순화 전략’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03년 취임과 동시에 ‘현대카드M’의 디자인 개발비용으로 1억원을 투자했다. 정 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유는 당시 카드디자인 개발비용이 업계 평균 20만원선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대성공. 현대카드M은 독특한 광고와 투명한 디자인으로 고객의 관심을 이끌어냈고 출시 1년 만에 가입회원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카림 라시드, 레옹 스탁 등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이 카드디자인을 맡았다.
정 부회장은 국내 카드사 중 최초로 프리미엄 고객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더 블랙’을 출시하며 카드시장에 VVIP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 결과 현대카드는 연회비 100만원 이상의 VVIP카드시장에서 업계 2위 수준을 견고히 유지하고 있다. 특히 VVIP카드 신규발급과 관련해서는 5장 중 1장이 현대카드일 만큼 선호가 높다.
갈수록 카드혜택이 복잡하고 세분화되는 시점에 카드혜택을 통합한 단순화 전략을 펼친 점도 눈에 띈다.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의 상품체계를 ‘포인트 적립’과 ‘캐시백’이란 두가지 핵심혜택으로 단순화하고 복잡한 서비스 제공기준도 과감하게 도려냈다. 이를 통해 충성도 높은 우량고객을 확보하는 동시에 무분별한 카드발급에 따른 사회적 낭비 및 고객불편을 최소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겠다는 전략이다.
◆혁신 전략→매출 증대 ‘선순환’
혁신의 결과는 곧바로 매출증대로 이어졌다. 정 부회장은 업계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하던 현대카드의 위상을 바꿔놓았다. 지난 2003년 취임 당시만 해도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은 1.7%로 업계 꼴찌였지만 차별화된 경영전략을 기반으로 점유율 12.23%(지난해 기준)의 업계 ‘빅3’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매출액도 꾸준히 증가세다. 현대카드의 총 매출액은 ▲2004년 17조6230억원 ▲2005년 22조7066억원 ▲2007년 34조8547억원 ▲2009년 51조3675억원 ▲2011년 70조9143억원 ▲2013년 73조 8498억원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영업이익 역시 2005년 288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2007년 727억원, 2009년 2863억원, 2011년 3242억원, 2013년 2199억원으로 좋은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캐피탈아메리카(HCA)의 급성장을 이끌었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HCA)는 ▲2011년 1410억원 ▲2012년 2530억원 ▲2013년 2970억원 ▲2014년 상반기 1627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순항 중이다. 대출자산 역시 2008년 5조3000억원에서 5년 만에 23조원으로 4배 이상 늘리는 등 탁월한 경영성과를 거뒀다.
◆모바일전용카드 출시? ‘NO’
앞으로도 업계의 흐름과 무관하게 독자적 방향을 추구하는 정 부회장의 ‘마이웨이’ 경영전략은 계속될 전망이다. 대표적인 예가 모바일전용카드의 ‘출시 보류’ 결정이다. 현대카드는 최근 카드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모바일전용카드를 출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하나카드가 모바일전용카드인 ‘모비원’을 출시한 이후 신한·BC카드 등이 앞다퉈 모바일전용카드를 출시하는 업계 흐름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와 관련 정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모바일전용카드는) 일부 특화된 혜택이 있지만 용도폭이 너무 작고 실제 수요보다는 시류에 치우친 느낌이라 출시를 보류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대신해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마케팅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우선 핀테크시대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카드서비스와 앱카드 간편결제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였다. 또 세계적 디자인도시인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디자인 전시를 개최하고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5’ 전시를 진행하는 등 기업이미지를 효율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마케팅전략도 계속 추진한다.
☞프로필
▲1960년생 ▲서울대 불어불문과 ▲MIT 경영학 석사 ▲현대종합상사 기획실 이사 ▲현대정공 이사 ▲현대모비스 전무 ▲기아자동차 전무, 구매본부장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사장 ▲현대캐피탈·카드·커머셜 사장 ▲현대캐피탈·카드·커머셜 부회장
▲1960년생 ▲서울대 불어불문과 ▲MIT 경영학 석사 ▲현대종합상사 기획실 이사 ▲현대정공 이사 ▲현대모비스 전무 ▲기아자동차 전무, 구매본부장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사장 ▲현대캐피탈·카드·커머셜 사장 ▲현대캐피탈·카드·커머셜 부회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