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9급 공무원'

지난 13일 서울대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을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재학생으로 소개한 글이 올랐다. 글쓴이는 “월급 150만원으로 시작하는 게 까마득하지만, 자신에게 중요한 건 저녁이 있는 삶”이라며 ‘저녁이 있는 삶’이 가치 있기에 9급 공무원으로 살아가는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이에 “학벌이 아깝다”, “소신 있는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이는 고용의 질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한국의 사회구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저녁 있는 삶’이 1차적으로는 오후 6~7시 이후의 ‘야근없는 생활’로 봐야 하지만, ‘일자리에서의 불안정’ 혹은 ‘노후 불안정’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1년 평균 근로시간은 2163시간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2위다. 1위 멕시코의 2237시간에 비해 불과 74시간 밖에 차이나지 않으며, 노동시간이 1380시간으로 가장 적은 네덜란드에 비해 1.6배 높다. OECD 회원국의 1년 평균 근로시간은 1770시간으로 한국의 근로시간이 약 400시간 가량 많다. 서울대 9급공무원 합격생은 ‘돈’보다 근로시간이 적은 ‘저녁 있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서울대 9급 공무원' (사진은 내용과 무관) /사진=이미지투데이
'서울대 9급 공무원' (사진은 내용과 무관) /사진=이미지투데이

한국의 고용불안과 노후불안도 큰 문제다. 한국의 고용불안은 OECD 회원국 중 꼴찌다. 2013년 기준 한국 노동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5.6년으로 OECD 회원국의 평균 근속연수 10.5년에 비해 약 2배 짧았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평균 빈곤율도 OECD 회원국 중 1위다. 한국의 평균비율은 49.6%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2.4%에 비해 4배가 많았다. 취업난이 장기화되고 고용불안과 노후불안이 심각해지며 서울대 등 이른바 명문대생들까지 9급 공무원 시험에 몰두하는 이유다. '저녁없는 삶'이 '9급 고시'를 만들고 있다.


'노후불안'은 더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진은 내용과 무관) /사진=이미지투데이
'노후불안'은 더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진은 내용과 무관) /사진=이미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