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은행들은 이에 맞서기 위해 영업전략 재정비에 나섰다. 대면채널보다 비대면채널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혁신기술을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보안기술의 진화’ 생체인증 도입
적외선 센서에 손을 올렸더니 OTP(일회용 비밀번호)가 생성됐다. 그리고 체크카드와 통장이 발급됐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이 최근 은행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달 초 신한은행은 모바일뱅킹인 ‘써니뱅크’에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정맥인증을 도입하고 생체인증기술을 선보였다. KEB하나은행도 이달 중으로 생체인증기술을 도입한 ‘원큐뱅킹’ 출시를 앞두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손을 잡고 지문과 홍채 등을 원큐뱅킹시스템에 도입할 계획이다.
생체인증은 지문, 홍채, 정맥, 안면 등 생체정보를 바탕으로 신원을 인증하기 때문에 통장의 비밀번호를 외울 필요가 없고 분실위험도 사라져 미래금융 보안기술의 핵심으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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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정맥을 이용한 본인인증 서비스. /사진출처=뉴스1 임세영 기자 |
특히 혈관지도로 불리는 손바닥 정맥인증은 지문인식보다 오차율이 100배 이상 낮은 것으로 알려져 금융소비자의 신속하고 보안성 높은 금융거래가 보장된다. 다른 생체인식보다 정밀도와 인식률이 높아 위변조도 불가능하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지난 5월 금융당국이 실명확인방식 합리화 방안을 발표한 후 보안성과 편의성을 갖춘 시스템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비대면 실명확인방식은 기존계좌 활용방안에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은행들은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뱅킹을 업그레이드해 인터넷은행의 빅데이터 활용전략에 맞설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4일 핀테크 오픈플랫폼과 스마트금융센터를 통합한 ‘NH디지털뱅크’를 선보이고 농협캐피탈과 연계한 중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상품 NH EQ(Easy&Quick)을 출시했다. 인터넷은행 진입에 실패한 IBK기업은행은 자체 모바일뱅킹시스템인 ‘i-ONE뱅크’를 강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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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이냐, 방패냐’ 역할론 고심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한국카카오은행와 케이뱅크은행의 주주로서 역할론을 고심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의 지분을 각각 10%씩 보유한 국민·우리은행은 대주주와 경쟁은행 사이에서 역할을 고민 중이다.
두 은행은 인터넷은행이 가진 빅데이터를 마케팅·영업에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인터넷은행에 자금 유동성을 지원해야 하는 방패역할도 해야 한다.
현재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의 ‘은행업 인가 매뉴얼’을 통해 주주의 유동성 공급을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의 유동성 위기 시 국민·우리은행은 대주주 책임경영 차원에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나아가 인터넷은행과의 이해관계 상충문제도 남아있다. 투자대비 수익이 적거나 무분별한 노하우와 금융정보 제공으로 자사를 위협할 수 있는 잠재리스크도 가지기 때문이다.
다른 출자사들과의 수익배분도 문제다. 출자사가 제공하는 정보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데다 일방적으로 높은 배분은 다른 출자사의 수익감소로 이어지는 만큼 균형적인 수익배분이 힘들다. 더욱이 두 은행이 지닌 지분 10%는 증권시장에선 배당수익 정도로 인식하는데 인터넷은행이 사업초기에 두 은행에 배당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리은행 위비뱅크(모바일뱅킹) 관계자는 “위비뱅크와 K뱅크 사업을 함께 할지 따로 할지 결정하지 않았다”며 “인터넷은행에 좋은 모델이 있다면 벤치마킹할 의사가 있지만 위비뱅크 대출상품이 400억원의 실적을 거두는 등 성적이 좋아 현재는 위비뱅크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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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금융권, ‘전전긍긍’… 실효성은?
제2금융권은 인터넷은행의 중금리대출시장 진출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금리대출 고객이 카드사의 카드론,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고객과 중복돼 대규모 고객 이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금리대출시장은 포화된 여신금융사업의 블루오션으로 불리며 여신금융사 간 영업경쟁이 치열하다. 소액신용대출 규모는 지난 2009년 6119억원에서 지난해 9919억원으로 62.1% 성장했고 일본계 자금으로 무장한 저축은행들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카드사들도 중신용자를 겨냥한 카드론에 집중하고 있다. 카드론시장 규모는 금융위기 당시 6조원 수준에 불과했으나 현재 19조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나이스평가정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5~6등급 금융고객은 1226만명에 달한다. 5~10등급인 중신용·저신용자는 1749만명으로 전체 신용등급의 40.2%를 차지하는 등 중금리대출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대형저축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주된 수익원으로 중금리대출을 꼽아 저축은행과 카드사의 고객이탈이 예상된다”며 “하지만 중신용자의 신용등급을 세분화하는 작업이 까다롭고 부실채권의 리스크가 높아 수익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중앙회와 표준 신용정보평가모델을 세분화하고 저축은행의 금리체계 모범규준을 마련하는 작업을 추진하다가 중단했다.
대형카드사 관계자는 “은행산업은 레버리지 규제 아래 수익을 창출하는 곳으로 예대마진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인터넷은행의 중금리대출시장 진출 움직임을 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3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