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방한해 APEC CEO 서밋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 지난 1일 경북 소노캄 경주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한중 국빈만찬에 참석한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지난달 30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방한으로 LG그룹과 엔비디아의 협업 내용이 구체화됐다. SK·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은 엔비디아가 GPU를 공급한다고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실질적인 AI 모델 개발·연구, 로보틱스 분야 협력은 LG에서 이뤄졌다. 이번 황 CEO의 방한을 계기로 엔비디아와의 관계가 깊어지며 LG가 수혜를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재계에 따르면 LG는 정부의 소버린 인공지능(AI 주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엔비디아로부터 GPU 5만여 장을 공급받아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참여 기업으로는 LG AI연구원·네이버 클라우드·NC AI·SK텔레콤 등이 포함됐다. LG 관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일정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 1차 단계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프로젝트는 엔비디아의 네모 소프트웨어와 오픈 네모트론 데이터 세트를 활용해 로컬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론·음성 기능을 갖춘 한국어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LG는 엔비디아와 AI 모델 개발 외에도 피지컬 AI 역량을 높이고 있다. LG전자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피지컬 AI 모델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양사는 고품질 데이터 확보와 학습 확대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로봇 학습 모델 연구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피지컬 AI 강화로 LG전자 로봇 사업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로봇 사업은 구광모 LG 회장이 2021년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결정하며 새 성장 동력으로 지정한 분야다. LG는 로보티즈·로보스타·엔젤로보틱스 등에 투자해 로봇 생태계를 키워왔으며 현재 엔비디아의 범용 휴머노이드 추론 모델 '아이작 GR00T'를 기반으로 자체 피지컬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협업을 통해 LG전자는 엔비디아의 다양한 AI 플랫폼 생태계에 합류해 로보틱스 기술 역량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엔비디아가 국내 기업 및 대학과 함께 개발 중인 AI-RAN·6G 인프라 구축도 LG전자 로봇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SK텔레콤·전자기술연구원·KT·LG유플러스·연세대학교 등이 엔비디아와 협력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지능형 저전력 네트워크 기술은 GPU 연산 작업을 디바이스에서 기지국으로 오프로딩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배터리 수명을 연장한다. 이는 로보틱스의 광범위한 도입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지난달 31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 원화홀에서 열린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경주 엔비디아 기자간담회 입장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뉴시스

엔비디아와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고도화 협업은 LG전자 실적 개선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LG전자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68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했지만 가전·전장 부문은 선전했다. 가전을 담당하는 HS사업본부의 3분기 매출액은 6조580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늘었고 영업이익도 3659억 원으로 같은 기간 3.2% 상승했다.


LG전자는 엔비디아와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스마트팩토리 기술 개발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60여 년간 축적한 제조·생산 데이터와 노하우를 기반으로 제조 효율성을 높이고 특히 주력인 가전 사업의 생산 공정 효율화로 매출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