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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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한국항공우주(KAI) 지분 전량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처분했지만 이 사항을 금융감독원에 공시하지 않을 방침이다. 현대차의 주식 매각이 KAI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불러오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23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 오전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KAI 지분 4.99%를 전량 매도했다. 현대차 측은 이번 KAI 지분 매각에 대해 “주력 사업인 자동차산업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공시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이번 블록딜을 공시하지 않는 것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에 대한 보고제도는 주권상장법인의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한 자가 1%의 주식을 취득하거나 처분할 때 공시하도록 돼 있는데 현대차가 블록딜 이전 보유한 주식비율이 4.99%로 5%에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KAI 주식 974만7511주(지분율 10%)을 가지고 있던 현대차는 지난 3월 보유 주식의 절반인 487만3756주(5.01%)를 블록딜로 매매하며 보유지분을 4.99%로 낮췄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주식 매각이 KAI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불러오는데 부담을 느껴 이같은 방식으로 두 차례에 나눠 매각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17일 현대차가 KAI 지분을 매각한 후 7만4000원이던 KAI 종가는 7만1400원으로 떨어졌다.

다만 현대차의 KAI 잔여지분 매각이 기정사실화 돼 있던 만큼 이번 블록딜이 KAI 주가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KAI 주가에는 현대차 뿐 아니라 나머지 주요 주주의 이탈이 반영돼 있다”며 “현대차의 이번 매각이 공시됐다고 하더라도 주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1999년 삼성항공과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이 합병해 KAI가 출범하면서 현대우주항공에 대한 지분 대신 KAI 지분을 보유해 왔다. KAI의 대주주 간 공동매각 약정이 지난해 말 만료된 데 따라 올 초부터 한화테크윈과 두산 자회사 DPI홀딩스 등도 보유중인 KAI 지분을 매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