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뉴롯데’가 닻을 올렸다. 롯데그룹은 황각규 경영혁신실장 사장과 사회공헌위원장 겸 회장보좌역인 소진세 사장을 ‘투톱’으로, 유통·화학·식품·호텔 4대 BU(비즈니스유닛)장 중 3명을 부회장으로 격상시켰다. 고 이인원 부회장의 공백을 3명의 BU장으로 메운 것이다. BU장에 힘을 싣는 인선을 마무리함으로써 롯데의 지주회사 전환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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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본사. /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
◆황·소 ‘투톱 체제’… BU장 3명 부회장 격상
롯데그룹은 지난 2월21부터 23일까지 사흘에 걸쳐 대대적인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정책본부 운영실장이었던 황각규 사장은 경영혁신실장에 선임되면서 사실상 그룹 ‘2인자’ 자리에 올랐다. 황 사장과 함께 롯데의 ‘쌍두마차’로 불리는 소진세 사장은 사회공헌위원회·회장보좌역을 맡는다. 황 사장이 재무와 인사를 총괄하고 소 사장이 사회공헌과 회장 보좌를 맡으며 그룹 내 ‘투톱체제’가 형성됐다.
또한 롯데는 4대 BU장 자리에 주요 계열사 CEO들을 전면 배치해 경쟁체제를 구축했다. 유통 BU장에 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 식품·제조 BU장에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사장, 화학BU장에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호텔·서비스 BU장에 송용덕 호텔롯데 사장을 선임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BU장들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는 점이다. 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이 유통BU장으로 옮기면서 부회장을 달았고, 식품BU장으로 선임된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사장과 호텔BU장이 된 송용덕 호텔롯데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다만 황각규 신임 경영혁신실장(사장)과 허수영 화학BU장(사장)은 조세포탈과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부회장 승진 대상에서 제외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국민정서를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고 이인원 부회장의 공백은 3명으로 채워졌다.
◆지주사 전환 가속화될 듯
4대 BU장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롯데의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밑그림도 윤곽을 드러냈다. 앞으로 4대 BU의 행보는 각 BU장의 결정에 달렸다. BU는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 중인 롯데가 94개 계열사를 각 업권별로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입한 조직으로 지주회사 전환의 중간고리 역할을 하게 된다.
게다가 최근 신 회장의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자신의 롯데쇼핑 지분 5.5%를 처분키로 하면서 ‘경영권 분쟁’도 사실상 마무리되는 모습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지주사 전환에 반대했던 신동주 부회장의 지분 처분으로 지주사 전환의 걸림돌이 해소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이 가속화될 조짐이다. 앞서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대국민 사과’를 통해 호텔롯데 상장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앞으로 롯데 지주회사가 설립되면 각 BU는 호텔롯데를 시작으로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중간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롯데는 현재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를 상장한 뒤 회사 분할 등을 거쳐 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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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황각규 경영혁신 실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소진세 사회공헌위원장. /사진제공=롯데 |
◆금융계열사 처리 방안 ‘난제’
다만 이 과정에서 금융계열사 처리는 여전히 난제로 남는다.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두는 것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이번 BU 신설에 금융계열사들이 제외된 이유다. 롯데는 BU와 별도로 중간금융지주를 만들어 금융계열사들을 그 아래 묶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이 보유 중인 금융 계열사는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롯데손해보험, 이비카드, 마이비카드, 롯데멤버스, 롯데렌탈 등 10여곳이다. 롯데카드의 최대주주는 롯데쇼핑(93.78%)이다. 롯데캐피탈은 호텔롯데(26.60%), 롯데쇼핑(22.36%), 롯데건설(11.81%), 부산롯데호텔(11.47%), 대홍기획(8.23%) 등이 대주주다. 롯데손해보험은 호텔롯데(23.38%), 대홍기획(16.22%), 롯데역사(7.10%), 부산롯데호텔(5.47%), 신동빈 회장(1.35%) 등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롯데손해보험 등은 금산분리 대상에 저촉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즉, 롯데그룹이 지주사로 거듭나려면 금융계열사 지분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중간금융지주사법이 도입된다면 롯데는 금융 계열사를 모두 안고 갈 수 있지만 재벌 총수일가를 위한 편법 승계라는 여론이 만만치 않아 현실적으로 이 법이 도입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간금융지주사법은 일반지주회사 아래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둘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일각에서는 롯데카드를 중심으로 금융계열사를 하나로 묶은 뒤 신 회장이 롯데카드 지분을 사들이거나 일본 롯데홀딩스에 넘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가장 시급한 과제인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도 진행하지 못하는 시점에 신 회장이 롯데카드 지분을 매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본 롯데홀딩스에 금융계열사 지분을 넘기는 방안도 최근 위안부 합의와 독도 영유권 논란으로 반일정서가 높아진 만큼 반기업 정서를 고조시킬 수 있다.
롯데그룹은 아직까지 뚜렷한 묘수를 찾지 못한 채 중간금융지주사 도입 등 제도적 보완 장치에 기대를 걸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금융계열사는 4대 BU와 별도로 운영된다”며 “지분관계 해소 등의 방안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