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빽한 마천루, 불야성을 이룬 쇼핑거리. 도회적 이미지에 익숙한 홍콩이 트레킹 코스를 내세워 보다 건강하고 다채로운 관광도시로 변모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선정 세계 최고의 트레일(드림 트레일 20선),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글로벌 지오파크) 등 천혜의 자연경관을 만끽하거나 도심야경을 완상하는 트레킹 코스가 다양하다. 또 난이도에 따라 코스를 선택할 수 있어 가벼운 도보여행이나 장거리 완보를 즐길 수 있다. 지난 3월 홍콩의 곳곳을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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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가드 로드 뷰포인트서 바라본 홍콩 야경. /사진=박정웅 기자 |
일정 이튿날 오후, 피크 트램(Peak Tram)으로 홍콩섬의 랜드마크인 빅토리아 피크(Victoria Peak)에 오른 뒤 태평산 루가드 로드를 찾았다. 루가드는 14대 홍콩총독(1907~1912)인 프레데릭 루가드 경의 이름을 딴 3.5㎞ 산책로이며, 홍콩 트레일(H)의 한 곳이다.
해발 552미터의 태평산은 홍콩섬 중 가장 높은 산이다. 태평산의 한 봉우리인 빅토리아 피크를 비롯해 이곳 산정 마을은 총독 등 과거 지배계급의 거주지였다. 온갖 세력들의 홍콩 내·외해의 드나듦이나 산아래 피지배계급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가파른 산 정상에 있어 내란이나 침략의 예봉을 피할 천연 요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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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피크까지 급경사로를 오르내리는 120년 역사의 트램. 현재는 일일 1만여명의 관광객이 주로 이용한다. /사진=박정웅 기자 |
트램이 멈추는 빅토리아 피크 전망대. 과거를 뒤로 한 채 피크 타워 전망대 끝에 오르면 스카이 테라스다. 이곳의 홍콩 전망은 압권이다. 내해를 사이에 두고 홍콩섬과 구룡반도(주룽)의 IFC와 ICC 등 초고층빌딩이 이곳이 국제금융도시임을 강조하듯 앞다퉈 위용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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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이정표를 조금 지나면 한국인의 씁쓸한 자화상도 보인다. /사진=박정웅 기자 |
이정표에서 차로로 직진하면 태평산 정상 방향이고 오른편 샛길은 루가드 로드다. 루가드 로드는 3.5㎞ 원점회귀 코스이며 고도차가 거의 없다. 주민들의 산책·조깅 코스인 만큼 노면상태가 좋다. 조명시설이 잘 갖춰져 야간 산책에도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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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가드 로드서 바라본 연무와 해무가 낀 홍콩. /사진=박정웅 기자 |
루가드 로드 코스에는 폭 푸 람 저수지(Pok Fu Lam Reservoir)로 향하는 다른 코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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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차우섬 전경. /사진=박정웅 기자 |
자전거는 섬 한 바퀴보다는 잘 정비된 해안길을 왕복하는 것이 좋다. 임대용 유사 산악자전거로는 섬 끝 해안길의 고개가 만만치 않고 도로 사정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임대비용은 시간당 30홍콩달러(약 4500원, 종일 5000원, 예치금 1만5000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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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차우 선착장 마을을 가로지르면 옛 골목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
청차우는 홍콩섬 현지인이 즐겨 찾는 주말 여행지다. 지역민 위주의 관광지이기 때문에 외국인관광객에 대한 서비스는 부족하다. 현금결제만을 하는 곳이 많아 현금을 챙기는 것이 좋다.
청차우는 홍콩 내·외해 길목으로 홍콩-마카오 부양 고속페리를 바라볼 수 있다. 이 페리를 이용하면 빅토리아항서 마카오까지 1시간가량 걸린다. 홍콩과 마카오를 바로 잇는 세계 최장 해상대교(55㎞)인 강주아오(港珠澳)가 올 하반기 개통되면 페리의 운명이 결정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