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는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주범이다. 지령 500호를 맞은 <머니S>가 부와 소득의 불균형이 초래한 양극화에 주목했다. 지금 우리가 겪는 개인·기업·지역 간 갈등은 양극화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극복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양극화의 사슬을 끊는 것이 갈등을 일소하는 길인 것이다. <머니S>는 그 해결과제를 500호 발행에 맞춰 5가지로 압축했다. 이를 통해 양극화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어떤 처방과 수술이 필요한지 진단했다.<편집자주>

“개천에서 용 나는 건 옛날 얘기죠. 이젠 개천이 말라서 미꾸라지도 보기 힘들어졌다고 생각해요. 최소한 넓은 바다 구경, 그러니까 우물 밖 세상이라도 보게 해야 한다는 마음에 아이들 유학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 다음 일은 운명이라 생각해야죠.”

경기 성남 분당구에 사는 회사원 박모씨(54)의 말이다. 현재 대학생인 큰딸과 내년이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작은딸을 미국으로 보낼 준비를 하면서 앞으로 필요한 목돈 마련에 고민이 많다. 현지에 사는 친척의 도움으로 비교적 준비가 수월했음에도 미국에 보내야 할 학자금과 생활비를 감당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조만간 그는 현재 거주 중인 165㎡대 아파트를 팔아 100㎡대로 이사할 계획이다.

대기업에서 부장으로 일하는 박씨가 집 크기를 줄이면서까지 자녀교육에 열을 올리는 건 그만큼 사회 분위기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사회 전반에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이른바 ‘흙수저’가 ‘금수저’로 바뀔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자녀가 최소한 ‘철수저’라도 될 수 있는 가능성에 투자하겠다는 게 박씨의 판단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소득 양극화'가 초래한 '교육 양극화'

2008년 5.2배였던 소득 1분위와 5분위 가정 간 교육비 격차가 지난해 7.1배로 늘었다. 이에 교육계에서는 소득수준에 따라 교육비 격차가 벌어진 점을 우려해 ‘교육평등’을 실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득의 양극화가 교육의 양극화를 초래해서다. 또 교육을 통한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사회 전반에 만연해 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지난 2월 교육부가 실시한 대국민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다. 교육격차 인식에 대해 응답자의 93.9%가 지역·계층 간 격차가 크다고 답했고, 87%가 과거에 비해 격차가 커졌다고 느꼈다. 원인으로는 교육비 투자 차이, 부모의 관심·개입 정도, 지역별 교육여건 차이를 꼽았다.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기초학력 보장(25.7%), 가난해도 재능 있는 학생 지원(15.6%), 취약계층 맞춤형 지원(12.9%)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통계청 자료에서도 계층 상향이동에 대한 비관적 인식이 2006년 29%에서 2013년 43.7%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한국개발연구원이 2013년 진행한 조사에서 ‘성공을 위한 노력’에 대한 믿음은 중국 67%, 미국 64%였지만 한국은 51%에 그쳤다.

이 같은 인식변화는 사회계층이 이동하는 데 통로 역할을 하는 ‘교육기회’에서 차이가 벌어지면서 시작됐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를 뒷받침한 건 우수한 인적자원이고 그 원천은 교육이다. 특히 중등교육 기회를 통해 농업가정의 자녀가 사무직으로 이동하는 등 우리나라에서 교육기회 확대와 계층이동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제와 사회의 양극화로 교육투자의 격차가 심화돼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 가능성이 점차 줄어든 것이다.

이와 관련 교육계 관계자는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 재학생 중 고소득층 학생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특히 요즘엔 서울대 재학생의 상당수가 집안형편이 넉넉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유아교육부터 양극화 풀어야

교육부에 따르면 유아단계의 학습결손은 상위단계 학교로 올라갈수록 점점 심화돼 고등학교에서는 아예 학습에 흥미를 잃거나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유아교육을 위해 학비·보육료를 지원하고 있지만 저소득층 유아가 사립유치원에 다니려면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교육부가 지난해 원아 1인당 유치원·어린이집 연간 부담비용을 비교한 결과 국공립 어린이집은 학부모 부담이 없었지만 사립은 63만4476원이었다. 유치원은 차이가 벌어진다. 국공립 유치원이 13만7376원이었지만 사립은 260만6280원에 달했다.

여기에 초·중·고 사교육까지 더하면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진다. 학생 수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교육비가 증가세를 유지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서는 월 소득 600만원 이상 가정과 100만원 미만 가정의 교육비 지출 격차가 2006년 9.5배에서 지난해 10.2배로 커진 것으로 나타났고 사교육비 투자는 12.7배나 됐다. 월소득 700만원 이상 최상위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81.9%로 가장 높았고 100만원 미만의 최하위 가구는 30.0%로 가장 낮았다. 

결국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며 대도시→중소도시→읍면지역 순으로 수능성적이 높고 이른바 '스카이'(SKY)로 불리는 서울·연세·고려대 재학생 중 다수는 국가장학금이 필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입학 후에도 저소득층 학생들은 학비 부담으로 학업에 충실하기 어려운 반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생들은 해외연수를 다녀오거나 졸업유예를 통해 취업을 준비한다. 상급교육기관으로 올라갈수록 소득계층간 양극화가 극에 달하며 결국 취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평등한 교육기회가 소득 늘린다

이에 정부는 ‘개천의 용’을 키운다는 계획을 세우고 저소득층 영재를 발굴,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교육지원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것.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 모두에게 기회와 희망을 주기 위한 교육지원정책은 정부가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하는 과제”라며 “주어진 여건이 학생 개인의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 짓는 절대적인 요소가 되지 않도록 하고 희망을 키우는 교육이 되도록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의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사회 각계각층의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본다. 30년간 교육계에 몸담은 한 교사는 “앞으로 저출산 기조 속에서 인력의 가치가 높아지므로 교육을 통한 인재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교육부가 틀을 세우고 여기에 살을 붙이면서 가꿔야 하는데 교직원 외에 부모들의 관심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0호(2017년 8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