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경기 수원시, 대구광역시 일대의 LG유플러스 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해 사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사진=뉴스1
지난 15일 경기 수원시, 대구광역시 일대의 LG유플러스 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해 사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사진=뉴스1

지난 15일 새벽 3시반. 경기 수원시와 대구광역시 인근 LG유플러스 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했다.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는 정상이었지만 인터넷에 이용되는 LTE 데이터서비스가 문제를 일으켰다. LG유플러스 측은 이에 대해 “통신장비 소프트웨어가 문제를 일으켰다”며 “장비제조사와 함께 피해규모와 원인 및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통신 장애가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불과 한달 전 부산·경남·울산 지역에서도 LG유플러스 통신망이 먹통이 되는 일이 있었다. 당시에는 데이터 통신, 전화, 문자메시지 등 모든 통신이 불가능했다. LG유플러스는 이동성관리장비(MME)에 물리적인 문제가 발생해 벌어진 것으로 결론 짓고 “보상을 원하는 고객은 개별 신청하라”는 대응방안을 내놨다.

7월에는 데이터 이용은 정상인데 문자메시지가 먹통이 되는 사태도 있었다. 이는 문자메시지가 타사의 데이터베이스와 연동되지 못해 벌어진 일로 9시간가량 지속됐다.


◆과감한 비용절감… 먹통으로 돌아오다

LG유플러스가 부쩍 잦은 통신장애를 일으키기 시작한 것은 공교롭게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의 취임과 맞물린다.

권 부회장은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2015년 말 LG유플러스 최고경영자(CEO)에 부임했다. 그가 취임한 후 LG유플러스는 설비투자를 대폭 줄이는 행보를 펼쳤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초 1조5000억원을 설비투자에 쏟아붓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여기서 2500억원 줄어든 1조25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도 1조3500억원을 설비투자비로 집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상반기 투자액은 4530억원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사진=뉴시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사진=뉴시스

업계 관계자는 “권 부회장이 취임한 후 LG유플러스가 설비투자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취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연이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벌어들인 돈이 많은 것이 아니라 줄인 돈이 많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비 투자를 줄이다 보니 네트워크의 불안정도 가중됐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조사한 ‘이통사 무선국 준공·정기 검사 불합격 현황’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최근 3년간 준공검사 7.1%, 정기검사 30.6%의 불합격률을 기록했다.


준공검사는 무선국 개설 허가 시 기술이 일정수준에 도달했는지 적합 여부를 테스트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정기검사는 허가 또는 신고받고 운용 중인 무선국에서 5년마다 실시하는 검사를 일컫는다.


이통3사의 준공검사 불합격률 평균은 4.9%, 정기검사 불합격률은 25.7%로 LG유플러스는 두 검사 모두 평균보다 높은 불합격률을 기록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LG유플러스가 저렴한 중국산 장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가 불안정하다고 주장한다. LG유플러스는 2013년 처음으로 중국 화웨이 장비를 들여와 사용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가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 등의 기지국 설비장치를 사용하는 것과 대비된다.

LG유플러스 측은 이에 대해 “억측이다”라고 부인했다. LG유플러스 한 관계자는 “화웨이 장비를 들여와 사용한 것은 맞지만 이는 강원도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만 사용 중”이라며 “이번 문제는 화웨이 기지국 장비와 전혀 상관없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LG유플러스 본사. /사진=류승희 기자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LG유플러스 본사. /사진=류승희 기자

◆대체망 없이 LTE 가입자만 90%

여기에 3G망의 부재도 LG유플러스의 잦은 통신장애가 일어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2006년 LG유플러스(당시 LG텔레콤)는 3G 사업을 포기하고 주파수를 반납했다. 4000억원의 위약금과 남용 사장의 퇴진도 겪었다.
통상 LTE망에 문제가 생기면 3G를 활용, 문제 없이 통신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3G망이 없기 때문에 LTE 음영지역 혹은 네트워크 상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그대로 먹통이 된다.

LG유플러스가 2011년 7월 처음 LTE 신호를 쏘아올린 것도, 통신가입자 중 LTE 비중이 90%가 넘는 것도 3G망이 없기 때문에 내린 최선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LG유플러스 측은 이와 다른 입장을 내놓는다. LG유플러스 한 관계자는 “3G망이 있다고 해서 장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무선국의 품질 관리와 통신장애의 연관성은 해당 부서를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