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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뉴 크루즈 디젤 시승행사 모습. /사진제공=한국지엠 |
올 초 국내 출시된 한국지엠 신형 크루즈는 꽤나 많은 기대를 받은 차였다. 선택지가 많지 않던 국내 준중형차시장에서 아반떼의 훌륭한 대항마가 됐던 구형 모델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신형 크루즈는 확실히 좋은 차였다. 1.4ℓ 가솔린 터보엔진은 힘이 넘쳤고 완성도 높은 차체가 만들어내는 움직임은 탄탄했다. 실내공간은 다소 투박했지만 넓었으며 디자인 역시 나무랄 데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신형 크루즈는 국내시장에 아무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8687대로 구형 모델이 판매됐던 전년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신차효과’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루즈 디젤은 이 차를 기반으로 파워트레인을 변경한 차다. 가솔린 모델의 장점은 그대로이며 조용하고 탄탄한 기본기를 가진 1.6ℓ 디젤엔진이 실렸다. 인기모델 트랙스 디젤을 통해 국내시장에서도 검증된 엔진이다. 한국지엠은 최근 선보인 크루즈 디젤이 신형 크루즈의 존재감을 키워줄 거라고 기대한다. 지난 1일 크루즈 디젤 미디어 시승행사에 참여해 그 가능성을 테스트해봤다.
◆ 무난한 내외관 디자인
디자인은 가솔린모델과 차이점이 거의 없다. 후면에 적용된 디젤모델 전용 뱃지로만 구분이 가능하다. 신형 크루즈는 오펠이 제너럴모터스(GM)에 속해있을 때 쉐보레와 함께 개발한 차라서 외관이 주는 느낌이 미국차라기 보단 유럽차에 가깝다. 오펠은 최근 프랑스 PSA그룹에 인수됐다.
디자인은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다. 쉐보레의 패밀리룩 디자인이 무난한 인상을 만들어낸다. 보닛이 짧은 캡포워드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이 덕분에 차 크기에 비해 실내공간이 넓다. 실내 역시 가솔린모델과 차이를 찾기 쉽지 않다. 계기반 구성이 약간 변경됐고 뒷좌석에 열선 스위치가 생겼다. 가솔린엔진 대비 디젤엔진의 크기가 크지만 공간손해는 없다. 인테리어 디자인 역시 무난하다. 센터페시아 스크린 주변으로 배치된 공조장치와 버튼 구성이 다소 독특해 시선이 집중된다. 마감 소재로 사용된 플라스틱의 질감이나 스티치가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진 못해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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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뉴 크루즈 디젤. |
편의사양은 장점과 단점이 섞여있다. 우선 디젤모델엔 전 트림에 ASG(Auto STOP & Go)가 기본 탑재된다. 버튼식 사이드브레이크나 조수석 전동좌석 등은 선택할 수 없다. 차선유지 보조장치(LKWS) 등을 선택할 수 있는 건 장점이지만 적극적인 개입을 기대하긴 아쉬운 성능이다.
◆ 여전한 기본기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은 기본기다. 국산 준중형차 중 가장 기분좋게 운전할 수 있는 차가 아닐까. 이날 시승은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경기도 양주시 범산골 캠핑장을 오가는 왕복 90㎞코스로 구성됐다. 자유로에서 고속주행을 해볼 수 있었고 강변북로에선 도심정체 상황도 연출됐다. 캠핑장을 오르내릴 때 약간의 와인딩 코스도 경험할 수 있었다.
차체가 가볍다는 것은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느낄 수 있다. 특히 토크가 더 높은 디젤엔진이 탑재돼 더욱 경쾌하다.
탑재된 엔진은 1.6ℓ CDTi 디젤엔진. 유럽에 있는 GM 디젤프로덕트센터가 개발한 엔진이다. 트랙스를 통해 검증받은 바 있는데 세팅이 다르다는 게 한국지엠 측의 설명이다. 최고출력 134마력, 최대토크 32.6㎏.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젠3 6단 미션과의 조합도 이미 검증됐다.
주행 중 RPM을 급격히 올리지 않으면 상당히 조용하다. 유럽에서 ‘속삭이는 디젤’(Whisper Diesel)이란 별명도 얻었다고 한다. 엔진 소음 뿐 아니라 노면 소음차단도 수준급이다. 콘크리트 도로를 고속으로 달리는 동안 조수석 동승자와 대화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저속에서 가속 능력은 1.4가솔린 터보 모델에 비해 확연히 뛰어나지만 고속주행시 시원한 느낌은 덜하다.
와인딩도로를 등판할 때는 디젤의 강점이 가장 강하게 드러났다. 경사진 도로임에도 평지와 큰 차이가 없이 힘을 낸다. 다만 가파른 경사를 지날 땐 변속 타이밍을 못잡는 경우가 있었다. 수동으로 기어 단수를 한단계 낮춰주면 훌륭한 능력을 다시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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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뉴 크루즈 디젤. |
날카로운 코너링도 여전하다. 무거운 디젤엔진이 보닛 속에 있다보니 무게 밸런스를 해치진 않았을까 우려했는데 기우였다. 스티어링을 돌리는 정도에 따라 날카롭게 파고든다. 준중형세단에서 찾아보기 힘든 랙타입 EPS가 적용됐고 엔진이 경량화를 위해 알루미늄으로 제작돼 무게 배분도 해치지 않았다는 게 한국지엠 측의 설명이다. 주행을 마친 뒤 확인한 트립연비는 14.2㎞/ℓ. 공인복합연비(16~17인치 타이어 기준 16.0㎞/ℓ)보다 다소 낮게 나왔다. 고속구간에서 급가속 감속을 반복했고 돌아오는 길에 정체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다.
시승해본 크루즈 디젤은 훌륭한 차다. 탄탄한 기본기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선택할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이 차가 한국지엠의 판매에 드라마틱한 변곡점을 만드는 모델이 될지는 의문이 남는다. ‘가격’에 대해 가장 많은 힐난을 받았던 만큼 가격설정이 판매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은 아직 이 차의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오는 6일 사전계약을 개시하며 공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