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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이 지난 9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렉스턴 스포츠' 출시행사에서 인삿말 하고 있다.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
쌍용자동차가 올해 흑자를 기록할 수 있을지 자동차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2015년 티볼리 출시 이후 경영정상화의 희망을 본 쌍용차는 2016년 9년만에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엔 다시 적자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지난해 3분기까지 3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4분기 실적이 더해지면 손실이 소폭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 엄브렐라 브랜드 전략, 올해 흑자 이끌까
지난해 쌍용차는 내수시장에서 2년 연속 10만대 판매를 달성하는 등 사상 최대판매실적을 기록했다. 더 값진 성과는 판매순위다. 완성차 5사 중 4위로 뛰어오른 것. 하지만 해외판매 감소로 전체 판매량은 줄었고 영업손실도 커졌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쌍용차의 전략에 비춰 렉스턴 브랜드가 완성된 올해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본다. 쌍용차는 올해 시작과 함께 국내 완성차 5개브랜드 중 가장 적극적으로 내수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코란도 투리스모의 마이너 모델을 내놓은 데 이어 불과 1주일만에 Q200으로 개발해온 새로운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를 공식론칭했다.
쌍용차는 2015년 티볼리 출시부터 매년 하나씩 신차를 출시해왔다. 2016년에는 티볼리 확장모델인 티볼리 에어를 내놨고 지난해 5월엔 플래그십 SUV G4렉스턴을 론칭했다. 최근 출시한 렉스턴 스포츠는 G4렉스턴과 뼈대를 공유하는 확장형 모델로 볼 수 있다.
이같은 쌍용차의 전략은 ‘엄브렐라 브랜드 전략’으로 불린다. 티볼리, 렉스턴과 코란도 3개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각 모델을 브랜드로 묶는 방식이다. 많은 소비재 제품 브랜드가 마케팅을 위해 이런 방식의 브랜드 전략을 차용한다. 한번의 마케팅 활동으로 브랜드 내 여러 제품을 동시에 알릴 수 있기 때문.
쌍용차 역시 마찬가지다. 개별재무제표 기준 흑자를 달성한 2016년 매출은 전년(3조3855억원)대비 7.1% 늘어난 3조6263억원이었는데 같은기간 판매비와 관리비는 5504억원에서 5599억원으로 불과 1.7% 늘어났다.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 두 모델을 한번에 홍보‧마케팅하며 매출대비 판관비를 절감한 것이다.
쌍용차는 올해 5월 G4렉스턴을 출시하며 판관비가 비약적으로 늘었다. 3분기 판관비는 1474억원으로 전년동기(1303억원) 대비 13% 늘어났다. 같은기간 매출증가율(5.8%) 보다 두배 이상 크다. 이런 비용증가가 고스란히 적자의 원인이 됐다.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의 동시 마케팅으로 판매량은 높이고 판관비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쌍용차는 오는 27일 실시하는 고객행사에서 G4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를 체험차로 준비해 동시 홍보를 진행한다.
재무제표 상으로 명확히 드러나진 않지만 쌍용차의 엄브렐라 브랜드 전략은 제조원가를 낮추는 효과도 있다. 일단 파생모델을 개발하는 비용은 완전히 새로운 모델 개발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또한 비슷한 차종의 생산라인을 합쳐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쌍용차는 평택 조립3공장에서 G4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를 혼류생산한다. 기존에는 뼈대가 다른 코란도 스포츠를 G4렉스턴과 함께 생산했는데 렉스턴 스포츠 출시로 내수시장에선 코란도 스포츠가 은퇴하는 만큼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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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스포츠. /사진=쌍용차 제공 |
◆ 관세‧환율 걸림돌에 수출개선 난항
효과적인 브랜드전략으로 유리한 기틀을 닦아놓은 것은 맞지만 쌍용차의 앞길이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 9일 렉스턴 스포츠 출시행사장에서 만난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올해 쌍용자동차의 전체 내수 판매목표를 11만대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판매량(10만6677대)보다 불과 3000여대 높여 잡은 것이다. 렉스턴 스포츠의 판매목표가 3만대로 코란도 스포츠의 지난해 판매량(2만2912대)보다 7000대 가량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차종에서 꽤나 큰 판매 감소를 예상하고 있는 셈이다.
판매 감소가 예상되는 차종은 ‘티볼리’다. 현대‧기아차가 각각 코나‧스토닉을 내놓는 등 소형SUV 시장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지난해 두 차종의 시장진입에 마이너 체인지 모델인 ‘티볼리 아머’를 내놓고 힘겹게 방어했지만 올해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수출시장이다. 최 사장은 올해 흑자 달성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환율 문제로 쉽지 않다”고 답했다. 원화 강세로 인해 수출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쌍용차의 주력시장인 러시아의 경기침체가 지속되며 수출이 재개되지 않는 점이 큰 타격이다. 쌍용차는 지난 2013년까지만 해도 러시아에서 연간 3만대 이상을 판매해왔는데, 2014년 루블화 쇼크 이후 2015년부터 판매를 중단했다. 지난해부턴 소량 판매를 재개하며 반등을 노리고 있지만 급격한 진전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쌍용차는 올해 인도시장 공략을 새로운 돌파구로 제시한다. 인도 시장에 올 하반기부터 G4렉스턴을 반제품(CKD) 형태로 수출할 계획이다. 중남미와 중동 등 신흥시장도 적극 공략할 방침인데 현재로선 환율이 발목을 잡는다.
쌍용차는 장기적으론 미국과 중국 등 빅 마켓을 공략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본격적인 중국시장 진출을 추진했던 쌍용차는 산시기차그룹과 합작회사 설립을 위한 합자의향서(LOI)까지 체결했지만 갑작스런 사드보복에 의해 중단됐다. 합작사 형태가 아니면 현지 아웃소싱 생산 등도 고려할 수 있다.
최 사장은 미국시장 진출 의지도 분명히 했다. “FTA가 체결된 시장 중 유럽과 미국이 양대시장인데 유럽은 이미 쌍용차 주력시장이지만 미국은 진출하지 못한 상태”라며 “미국을 공략할 자동차가 준비되는 데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