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보드와 인라인 스케이트를 수입해 판매하는 회사에서 10여 년간 지인과 함께하며 연매출 100억 원대를 꾸준히 올리기도 했지만 대기업과의 소송이 걸려 꽤 오래 힘든 나날을 보낸 적도 있었다.
소송에서 겨우 이겼지만 그 결과가 나온 건 3년 후, 회사의 타격은 이미 받을 대로 받은 이후였다. 그렇게 서른여덟의 나이에 또 다른 지인과 함께 개인 편의점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지만, 프랜차이즈란 그가 지금까지 생각해오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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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외식경영 사진제공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
“1990년대였던 것 같아요. ‘이제는 프랜차이즈다’라는 책을 읽고는 늘 프랜차이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정작 개인 편의점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고 보니, 이게 제가 알고 있던 프랜차이즈와는 많이 달랐던 거예요. 당시 300개 매장까지 오픈할 정도로 사업은 괜찮았는데 개인적으로는 고민과 갈등이 너무 많았어요. 예비창업자들은 전 재산을 가지고 와서 “돈 많이 벌게 해 달라”고 하는데 가맹본부는 매장 수만을 늘리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오픈해주거든요. 하루 100만원을 벌어야 살 수 있는 사람들에게 30만원도 벌지 못하는 곳에 매장을 오픈시켜주는 건 정말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사와 가맹점 둘 다 행복한 상황이 어려운 거라면 ‘그거 내가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오기까지 생기기 시작했죠. 매 순간 이론과 현실의 격차를 확인하며 괴로웠고, 개인 편의점 프랜차이즈 사업도 그렇게 5년여를 버티다가 결국 먼저 회사를 나오게 된 거예요.”
개인 편의점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깨달은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대기업 MD상품처럼 독특하다거나 특징적인 아이템을 갖추고 있지 않은 편의점 브랜드는 오래 갈 수 없다는 것, 즉 다른 어떤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하더라도 차별화된 자신만의 아이템 혹은 상품이 있어야만 한다는 걸 절절히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 당시, 그가 품어 안았던 고민에 대한 나름의 해답들은 훗날 고스란히 '명랑회관'으로 스며든다.
마흔넷에 첫 외식업, 15일 간 매출 5000만원
마흔셋의 나이에 다시 차가운 길바닥으로 나오게 된 그. 이제는 직접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보고 싶어진다. 커피전문점을 몇 곳 둘러봤지만 뭔가 굉장히 다른 ‘자신만의 차별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매장 안에 사람이 가득해도 그만큼의 수익률이 나지 않는다는 걸 알고서는 또 다른 아이템들을 찾아보게 된다.
위치가 좋으면 그냥 장사가 잘 되고, 그 옆에 비슷한 매장이 들어오면 매출이 반으로 떨어지고. 이런 업종은 나름의 정체성이나 특징, 변별력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개인 편의점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며 느꼈던 것들은, 이처럼 다른 프랜차이즈 아이템을 고를 때에도 똑같이 적용됐다.
“경쟁력 있는 매장이 살아남는 업종, 그리고 아이템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어요. 그 시선의 끝에 다다른 게 바로 삼겹살이었죠. 테이블 객 단가가 높은 것은 물론이고 점심식사와 저녁 술자리로 두 번의 큰 매출까지 올릴 수 있다는 게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유행을 타지 않는, 언제나 다양한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삼겹살 아이템으로 우선 내 식당을 만들어보고자 했죠.”
그렇게 1년 정도를 이곳저곳 벤치마킹하고 연구한 후, 마흔넷 되던 해에 '명랑회관'의 오픈을 준비하게 된다. 전체적인 메뉴구성과 콘셉트는 강준모 대표가, 인테리어나 디자인·브랜딩 관련된 것들은 패션광고제작 경험이 있는 아내 추명희 씨가 맡았다. 수중에 있는 돈이라고는 500만원이 전부였지만 각종 금융기관과 지인, 친척들로부터 돈을 빌려 총 6억원의 투자비용으로 '명랑회관' 본점인 선릉매장을 오픈하게 된다.
“처음으로 시작하는 외식업인데 두렵거나 불안하진 않았냐고요? 오히려 처음 하는 것이라서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자신감 같은 게 있었어요. 저는 요리사가 아니잖아요? 때문에 ‘이 음식이 아니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없어요. 좋은 품질의 고기와 김치 제품들을 꼼꼼히 샘플링하고 잘 조합해 내어놓으면 손님들도 알아줄 거라 믿었죠. 어떤 방향의 맛을 고집하고 지켜나가고자 하는 내공 같은 건 없지만 그 반대로, 철저히 소비자 입장에서 판단하고 기획·운영하면 또 다른 가능성들이 열리는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조금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반드시 질 좋은 김치 제품과 원육을 사용하려고 하는 건 그래서죠.”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오픈한 '명랑회관' 본점은 15일 간 총 50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혹여라도 ‘오픈 빨’일 수 있다는 생각에 강준모 대표는 전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오히려 매장 내 오퍼레이션과 운영 효율성을 확보하는데 더 많은 심혈을 기울인다.
실제로 '명랑회관'에는 주방장이나 육부라는 직책이 없다. 본사에서 제공하는 8종류의 소스로 누구나 똑같은 맛의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했고, 브랜드 육을 사용함으로써 고기 손질에 대한 부담을 일정 부분 덜어냈다. 아르바이트생들도 금방 배워서 운영할 수 있는, 그러나 퀄리티 놓치지 않는 고깃집을 '명랑회관'으로 구현해내고자 한 것이다.
가맹점 출점을 했으면 절대 망해서는 안 됩니다
“개인 편의점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 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해서인지, 지금도 저의 목표는 가맹점주들이 망하지 않는 겁니다. 출점을 했으면 절대 망해서는 안 되지요. 때문에 가맹점의 무분별한 확장보다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각 가맹점들의 안정적인 운영이 먼저입니다. 예를 들어 '명랑회관' 교대점의 경우엔 가맹점주와 함께 6개월여의 점포선정과정을 거친 후 출점했을 정도지요. 저는 해당 상권에서 무조건 1등 점포를 만들고 싶습니다. 가맹본사의 욕심에 의한 무분별한 출점이 점주의 고통으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가맹점주를 성공시켜야만 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까다로운 출점방침은 앞으로도 계속 변하지 않을 겁니다.”
이처럼 가맹점주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명랑회관'의 콘셉트와 방향성 또한 뚜렷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그. 때문에 유행을 따르지 않는 아이템의 정통성은 그대로 지켜가되 시시각각 변하는 외식시장의 트렌드를 꾸준히 연구하고 매장에 접목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수제맥주. '명랑회관'은 삼겹살전문점이면서도 수제맥주 매출만 월평균 700만원 정도. 수제맥주 매출을 함께 올릴 수 있도록 전체적인 분위기와 콘셉트를 비롯해 매장 내 곳곳에 다양한 요소들을 마련해두었기 때문이다.
“경쟁력 있는 브랜드가 살아남는 건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매장 인테리어에서부터 곳곳에 숨겨진 콘텐츠 등에 이르기까지 손님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요소들이 있어야만 하고, 더 나아가 고객들의 자발적인 참여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브랜드가 오래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명랑회관'에서 매일 저녁 8시가 되면 열리는 ‘디스코볼 타임’이라든가 삼표연탄을 모티브로 하여 레트로한 디자인으로 꾸민 '삼미대포' 등의 브랜드들도 결국 손님들에게 ‘재미를 통한 참여유도’의 목적을 두고 기획한 것이죠.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이곳에 다시 와서 돈을 지불하고 먹을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물론 그럴 만한 가치가 있지!’라는 답을 낼 수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명랑회관'과 '삼미대포' 또한 그런 브랜드로 만들어나가려고 합니다.”
그는 올해 '명랑회관'과 '삼미대포'의 안정적인 확장에만 집중하고자 한다. 그 외적인 부분으로는, 직원들이 가진 아이디어에 힘을 실어주고 사업타당성 검토까지 면밀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