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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한 펍지주식회사 대표. /사진=펍지주식회사 |
PC 점령한 ‘생존왕’, 모바일에 도전장
김창한 펍지주식회사 대표가 두번째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까. 김 대표가 총괄 지휘한 배틀로얄게임 ‘배틀그라운드’가 지난해 PC버전에서 한국게임 사상 최대의 성과를 거둔데 이어 지난 5월16일 출시한 모바일버전도 심상치 않은 흥행조짐을 보인다.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펍지주식회사에 따르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출시 하루 만에 다운로드 건수가 한국 200만건, 일본 150만건을 돌파했다. 또 한국과 중국, 일본을 제외한 시장에서 일일 이용자(DAU)가 1000만명을 기록하는 등 새 역사를 썼다.
김 대표의 지휘 아래 지난해 3월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을 통해 세상의 빛을 본 배틀그라운드는 1년 만에 당당하게 세계 게임의 한축을 담당하게 됐다. 누적판매량은 PC버전만 따져도 4000만장이 넘고 동시접속자는 150~200만명으로 2위와 100만명가량 차이나는 압도적인 1위다.
◆실패 전문가, 게임사에 한획 긋다
배틀그라운드가 ‘대박’을 치기 전 김 대표의 인생은 실패 그 자체였다. 카이스트(KAIST)에 재학 중이던 2000년 박사과정 지도교수였던 양재헌 블루홀 고문의 스타트업에 창업멤버로 참여하면서 게임업계에 뛰어들었다. 박사과정에서 서버관련 기술(분산시스템)을 배운 그는 전공을 살려 서버 개발을 담당했다.
이후 15년이 넘는 시간 세번의 창업을 통해 세피로스, 펀치몬스터, 데빌리언 등 세편의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게임을 만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본인 스스로도 “실패만 거듭한 개발자”였다고 회상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 대학을 나왔지만 현실은 초라했다.
이후 2015년 세번째 회사인 지노게임즈가 블루홀에 인수됐다. 카이스트 전산학부 1년 선배인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블루홀 의장)과 다시 연을 맺은 것도 이때다. 블루홀의 자회사가 된 블루홀지노게임즈(현 펍지주식회사)를 맡은 김 대표는 그즈음 네번째 작품 배틀그라운드 기획안을 제출했다.
배틀그라운드는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었다. 심지어 자신도 성공을 확신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엄청났다. 올해 출시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기존 일인칭슈팅게임(FPS)에 싫증을 느낀 이용자를 모조리 흡수했다.
업계는 김 대표의 소통능력이 오늘날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을 불러왔다고 말한다. 김 대표도 배틀그라운드가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개발 실무진의 의견이 결정적이었다고 꼽는다. 지난해 문을 연 펍지주식회사의 사무실을 살펴보면 소통을 중시하는 김 대표의 성격이 여실히 드러난다. 펍지 사무실에는 칸막이가 유난히 적은 편이다. 테이블은 오픈형이고 회의도 모든 참가자가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구조의 회의실에서 진행된다. 회사 내부에서는 신속한 의사전달을 나누기 위해 개인용 이동수단인 전동휠 나인봇이 활용된다.
김 대표는 “게임 회사를 창업해서 실패를 거듭했을 때는 재미보다는 편의, 실리 측면을 강조했다”며 “플레이어들에게 사랑받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내 의견을 억제하고 개발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했다”고 밝혔다. 배틀그라운드 시리즈 개발에 있어 총괄 프로듀서(PD)로 그가 수행한 일은 팀원 간의 이견 조율과 제작방향, 프로젝트 기일이 전부였다고.
아울러 김 대표의 철학도 성공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그가 인재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기회와 비전을 생각할 때 가슴이 뛰는 사람인지다.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김 대표는 “현재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성장성이 없는 직원은 나중에 따라오지 못하고 도태될 가능성이 있어 채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 덕분에 김 대표 개발팀의 핵심인력은 10년 넘게 생사고락을 함께한 이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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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 모바일서 생존할까
이제 김 대표와 펍지주식회사의 당면과제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흥행 여부다. 아직 초기단계지만 업계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성공가능성에 후한 점수를 준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PC버전과 비슷한 흐름으로 진행되지만 게임성은 사뭇 다르다. PC버전이 실제와 비슷한 점을 대거 채용해서 긴장감을 높였다면 모바일버전은 사용자 편의성을 강조해 캐주얼한 맛을 살렸다.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한 자기잠식(카니발라이제이션)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게 게임업계의 분석이다.
다만 블루홀과 펍지주식회사가 모바일시장에서 뚜렷한 성공을 거둔 경험이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PC게임과 모바일게임은 운영방식이 판이하게 다르다. 모바일게임은 수명이 짧고 콘텐츠 소비속도가 빨라 꾸준한 업데이트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는 콘텐츠가 다양하지 않다. PC배틀그라운드에 적용된 콘텐츠를 모두 모바일에 도입한다고 해도 맵, 차량, 총기, 의상 업데이트가 거의 전부다. 또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수익성과 게임성을 적절하게 유지해야 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과연 김 대표가 어떤 획기적인 발상으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시장에 안착시킬지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프로필
▲1974년생 ▲경기과학고 졸업 ▲카이스트 전산학 박사 ▲이매직 팀장 ▲넥스트플레이 CTO ▲지노게임즈 CTO/개발PD ▲블루홀지노게임즈 배틀그라운드 총괄PD ▲펍지주식회사 대표/총괄PD
▲1974년생 ▲경기과학고 졸업 ▲카이스트 전산학 박사 ▲이매직 팀장 ▲넥스트플레이 CTO ▲지노게임즈 CTO/개발PD ▲블루홀지노게임즈 배틀그라운드 총괄PD ▲펍지주식회사 대표/총괄PD
☞ 본 기사는 <머니S> 제542호(2018년 5월30일~6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