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병’은 전세계적으로 3만명당 1명의 빈도로 발생하고 보인자율은 50명 중 1명이나 되는 유전질환이다. 체내에 필요 이상의 구리가 쌓여 신경계질환 등을 유발하는 선천성 대사이상질환으로 신생아 시기에는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증상이 나타난 후에는 손상된 세포의 치료가 쉽지 않아 완치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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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 |
윌슨병은 6종의 신생아 선별 검사(NST)에 포함될 정도로 높은 발병률과 보인자율을 보인다. 부모 모두 보인자인 경우 특히 유전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가족력이 의심된다면 신생아 때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한다.
조기에 진단을 내려 빨리 치료를 시작할 경우 완치율이 높아 평생 건강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간과 뇌 손상, 신경증상 등을 초래하는 윌슨병으로부터 아이를 지켜주는 윌슨병 유전자 검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철분의 흡수와 이용을 돕고 세포의 산화적 손상을 방지하는 구리는 인체에 꼭 필요하다. 하지만 체내 요구량을 넘어설 경우 우리 몸은 필요 없는 구리를 세룰로플라스민을 통해 밖으로 내보낸다.
윌슨병은 이러한 구리 운반 효소가 선천적으로 부족할 경우 발생한다. 구리를 제대로 배출하지 못해 간과 뇌신경에 쌓이게 되면 15세 이전에 간질환, 이후에는 신경질환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간은 윌슨병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장기. 간에 구리가 쌓이면 처음에는 간 효소치가 증가하고 비대해진다. 초기에는 체감 증상이 없기 때문에 눈치 채지 못하다가 통상 5세가 지난 후 윌슨병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
구리는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있기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인체에 축적되기 시작한다. 적정한 수준을 축적하면 아무 이상 없지만 구리 흡수에 관여하는 효소 유전자가 돌연변이일 경우 필요 이상의 구리가 간·뇌에 침범해 간경화나 신경학적인 증상을 보이게 된다.
윌슨병의 영향을 받는 또 다른 장기는 대뇌 기저핵이다. 대뇌 기저핵의 손상되면 ▲구음장애 ▲삼킴장애 ▲무표정한 얼굴 ▲비정상적인 눈의 움직임 ▲불안정한 보행 ▲무도증(의지와 상관없이 불규칙하게 움찔거리는 운동이 신체 여러 부분에서 일어나는 현상) 등의 신경계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또한 뇌의 구리 중독 증상으로 과잉불안 및 공포, 감정조절의 어려움, 조울증, 집중력 저하, 성격 변화와 같은 정신과적 이상이 발병할 수 있으므로 추가적인 신경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
때문에 청소년기 자녀가 원인을 알 수 없는 간염 증상을 보이거나 손 떨림 등의 신경·행동장애를 보인다면 윌슨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바로 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간경변증을 동반한 진행성의 만성간염·간경화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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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윌슨병 환자에게는 구리 영양소를 조절하는 식사가 필수적이다. 구리가 다량 함유된 버섯·코코아·어패류·견과류·초콜렛 등의 식품을 제한하는 식이요법은 구리 축적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윌슨병 환자라고 해서 무조건 구리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구리 결핍으로 철분 이용률 감소 및 적혈구 합성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빈혈·백혈구감소증·골다공증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에 맞춰 조절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리흡수억제제·구리배출유도제 등 구리의 배출을 도와주는 약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것도 증상을 늦추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구리배출 유도제로는 페니실라민과 트리엔틴이 있으며 증상의 경중에 따라 진행한다.
약물 치료는 건강이 완전히 회복돼도 평생 지속해야 하며 중단 시 1~2년 내 영구적인 간 손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윌슨병은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며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된다. 염색체 13번에 위치하고 있는 ATP7B 유전자는 구리와 세룰로플라스민의 결합을 도와 구리를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ATP7B 유전자에 결손이 있는 경우 구리의 이동성이 낮아져 윌슨병을 초래하게 된다.
ATP7B 유전자의 병원성 변이들을 검사하는 ATP7B 유전자 검사는 윌슨병 발현 유전자 부위를 70% 이상 검출한다. 따로 혈액채취를 할 필요 없이 기존 검사에서 사용하고 남은 혈액으로 검사할 수 있어 부담이 적다. 또 검사에서 위험한 유전자가 발견될 경우 적절한 의학적 치료와 특수 식이법 등을 제시해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외에도 혈장의 세룰로플라스민 농도, 소변으로 배설되는 구리 양, 간조직 내의 구리 양을 측정하는 검사 등이 있다. 비교적 흔한 유전질환인 만큼 증상이 나타나기 전 유전자 검사로 조기에 발견해 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윌슨병 보인자는 당장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미래에 같은 보인자를 가진 배우자와 자녀를 낳게 될 경우 해당 자녀가 윌슨병일 확률은 25%에 달한다. 그러므로 윌슨병의 예방과 치료를 빨리 시작하기 위해서는 자녀가 신생아일 때 검사하는 것이 가장 좋다.
적절한 식이요법과 약물 치료도 중요하지만 신생아 시기에 진행하는 조기 진단으로 사전에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이런 예방적 진단으로 아이가 평생 건강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3호(2018년 10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