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9일 대규모 '범죄인 인도법' 반대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홍콩에서 9일 대규모 '범죄인 인도법' 반대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9일(이하 현지시간) 홍콩에서 열린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에 시민 약 100만명이 운집했다. 이는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시위는 이날 오후 3시 빅토리아공원에서 시작해 코즈웨이베이 거리, 완차이를 지나 애드미럴티의 홍콩 정부청사와 의회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자정이 넘어가며 홍콩섬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무력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전 1시께에는 홍콩섬의 중심부인 하코트 로드에서 헬멧과 방패로 무장한 경찰이 본격적인 해산 작업을 시작하며 약 100여명의 시위대과 충돌했다. 경찰이 곤봉과 스프레이 가스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인원은 주최 측 추산 103만명, 경찰 추산 24만명에 달한다. 주최 측 추산이 맞다면 이날 시위에 홍콩인 7명 중 1명이 참가한 셈이다. 

홍콩 시민들은 홍콩 당국이 중국과의 범인 인도 협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정치범도 범인 인도 대상에 포함될 것을 우려하며 시위에 나섰다. 시위대는 홍콩의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범죄인 인도 법안은 홍콩으로 숨어든 범죄인을 중국 본토는 물론 대만, 마카오 등의 요구에 따라 인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형사 사건의 효율적이고 신속한 해결을 위해 많은 국가들이 인근 국가와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고 있다. 외국에서 그 국가의 법을 위반한 범죄인이 도망해온 경우, 외국 정부가 요청한다면 범죄인을 체포해 인도할 것을 약속하는 조약이다. 

홍콩은 1997년 중국에서 주권을 반환하고 자치권을 획득한 후 범죄인 송환 국가를 일부 제한했다. 중국 정부가 부당한 정치적 판단을 바탕으로 홍콩의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다면 앞으로 홍콩 정부는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에 따라 범죄인을 인도할 의무가 생긴다. 홍콩 입법회의는 오는 12일 범죄 인도 법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은 SCMP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범인 인도 조약 개정을 하면 민주인사도 범인 인도 대상이 될 것"이라며 "홍콩의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홍콩 외에도 이날 시드니와 타이베이, 런던과 뉴욕 등 세계 20여 개 도시에서도 연대 시위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