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충북 충주소방서에서 전국소방기술경연대회가 열렸다. /사진제공=충주소방서
지난달 10일 충북 충주소방서에서 전국소방기술경연대회가 열렸다. /사진제공=충주소방서

전국 소방관이 열악한 근로환경에 노출돼 있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각 지자체별로 가입하는 소방관 단체보험의 보장범위와 보험료가 달라 획일화된 기준 마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4만2338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화재발생 건수다. 올해 4월 강원도에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을 때 전국민이 소방관의 노고를 지켜봤다. 지난해 구급활동을 하다 취객에게 폭행당해 한 소방관이 숨진 사건은 항상 위험에 노출된 소방관의 열악한 업무환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목숨을 걸고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의 처우는 업무 강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지난해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소방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294명이었던 사상자수는 2017년을 기점으로 604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소방공무원 사상자수는 ▲2013년 294명(사망 3명, 부상 291명) ▲2014년 332명(사망 7명, 부상 325명) ▲2015년 378명(사망 2명, 부상 376명) ▲2016년 450명(사망 2명, 부상 448명) ▲2017년 604명(사망 2명, 부상 602명) 등 꾸준히 늘고 있다.


사상자 업무유형별로는 사망자는 전체(16명)의 56%인 9명이 구조활동 중 사망했고 화재진압(6명), 교육훈련(1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부상자는 전체의 절반 이상인 1077명이 구급·화재진압·구조 활동을 벌이다 사고를 당했다.

부상과 사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소방관 1명은 한해 평균 7.8회 끔찍한 현장과 마주한다.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는 10.5배 높고 우울증 발병 비율은 4.5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정신장애에 의한 신변비관과 가정불화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소방관은 한해 평균 7.4명이나 된다.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경우(4.2명)보다 많다.

목숨 걸고 일하는데… 소방관 단체보험, 왜 지역마다 다를까

◆소방관 단체보험 ‘제각각’

소방관의 99%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소속이다. 소방공무원 5만170명 중 국가직은 631명(1.3%)에 불과하다. 지방직은 4만9539명에 달하는데 지자체 여건에 따라 처우가 다르다. 단체보험이 대표적이다.
각 소방청은 지자체로 보험계약을 따로 한다. 인력과 예산에 따라 단체보험 내용이 상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발표한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의 경우(남성소방관 기준) 1년 보험료로 1인당 35만원을 납부한다. 보험료 납부는 공무원 복지포인트에서 차감되는 방식이고 초과 금액은 별도예산을 편성한다. 보장 내용은 상해사망(3억), 질병사망(3억), 후유장애(3억)이고 특약 선택 시 입원, 통원에 대해서도 보장받을 수 있다.

부산시는 보험료 27만4000원을 납부한다. 보장내용은 ▲상해사망 5000만원 ▲질병사망 5000만원 ▲후유장애 5000만원 ▲암진단비 1000만원 ▲뇌졸중 1000만원 ▲심근경색 1000만원 수준이다. 광주시는 보험료 8만7000원으로 부산시와 비슷한 내용을 보장한다. 전국 소방관이 비슷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지자체별로 보장 내용과 보험료 차이가 큰 상황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시도마다 재정여건과 인력규모에 따라 계약이 다르다”며 “협상력이 높은 지자체는 보험사가 보험료를 낮게 책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남·녀 소방관 보험료도 다르다. 서울소방청의 경우 보험료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남자소방관은 보험료가 35만원인 반면 여자소방관은 13만6000원에 불과하다. 대전, 경남처럼 보험료가 동일한 지역도 있고. 충북은 남자소방관보다 여자소방관이 보험료가 많다.

서울소방청 관계자는 “전체 평균연령으로 보험 단가를 계산한다. 평균연령이 남자보다 여자가 낮아서 보험료에 차이가 난다”며 “단체보험은 생명보험과 실손보험으로 나뉘는데 개인 실손보험에 가입한 소방관은 생명보험 보험료만 납부한다”고 설명했다.

◆경찰, 최저가 입찰… 소방은 왜?

대표적인 현장공무원인 경찰은 모든 경찰이 동일한 단체보험에 가입한다. 지방직인 소방관과 달리 경찰은 국가직이다. 15만 경찰공무원이 통일된 보험을 이용하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매년 단체보험을 갱신하는 형태고 보험료 최저가 입찰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매년 각 보험사에서 경찰관 15만명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 입찰을 벌인다. 보험가입자 규모가 크면 협상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에서 단체보험에 경쟁 입찰하는 것은 충분한 유인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관 단체보험의 보장범위, 보험료 지원 등이 지자체별로 다르고 일부 지자체는 일반 공무원이 가입하는 단체보험과 같이 가입시키는 등 업무 특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점은 꾸준히 지적돼 왔다. 국회에서는 국가가 소방공무원 단체보험료를 지원하고 업무특성에 맞는 보상을 골자로 한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심사단계에 머물고 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소방공무원보건안전및복지기본법일부개정법류안’을 대표 발의했다.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단체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국가는 소방공무원 단체 보험료를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법안은 여전히 소관위심사 단계에 있다.

국회 관계자는 “밀려 있는 법안이 많아 7월 국회에 소위를 하더라도 그 내용은 올라갈 것 같지 않다”며 “법안 소위원회 안건은 간사협의로 정하는데 해당 개정안은 좀더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당시 내건 대선공약인 소방관 국가직화도 답보 상태다. 지난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관련법안 등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파행을 겪었다.

소방관 역시 처우 개선을 위한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월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을 요구한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에 나선 정문호 소방청장은 “소방관 처우 개선을 넘어 국민의 안전권을 보장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소방관련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인력 충원 계획도 체계적으로 세워 대한민국 어디에 있든 똑같은 소방서비스를 보장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1호(2019년 7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