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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롯데칠성음료에 쌓여 있던 진로이즈백 공병/사진=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
# 지역 주류업체들이 떠난 투명 시장에 뜬금없이 자리를 잡은 게 하이트진로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4월 푸른빛이 감도는 투명한 병에 담긴 신제품 ‘진로이즈백’을 선보였다. 1970년 출시된 ‘진로’를 재해석해 내놓은 뉴트로 제품이다. 반응은 기대 이상. 출시 72일만에 1000만병 판매를 넘어서더니 출시 1년여 만에 3억병 판매라는 대박기록을 써냈다. 두꺼비 로고의 진로를 기억하는 중·장년 소비자뿐 아니라 뉴트로에 열광하는 20~30대 마음을 제대로 공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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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형병 사용하는 하이트진로 ‘진로이즈백’, 보해 ‘아홉시반’, 무학 ‘좋은데이 1929’, 제주 ‘한라산’, 금복주 ‘독도’ /사진제공=각 사 |
“진로이즈백 돌풍에 10년 넘게 소주업계가 초록색 공용병을 사용해왔던 협약이 깨지게 됐다는 소식. 재사용 정책이 이렇게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진로이즈 아웃! 동의하시면 공유를~ #진로이즈아웃 #소주병재사용파괴자진로 #표준소주병초록색을돌려달라 #환경도생각하는애주가클럽일동 #진로불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이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남긴 글)
해당 게시물은 SNS를 타고 300번 넘게 공유되는 중이다. 이 게시글만 놓고 보면 하이트진로는 이익에 눈이 멀어 소주업계의 공용병 협약을 깨고 재사용 정책을 무너뜨린 환경 파괴범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글의 내용은 맞는 것일까. 진실은 무엇일까.
소주업체 자율협약… ‘초록색 소주병’만 대상
업계에선 진로이즈백을 둘러싼 논란이 몇 가지 사항을 간과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정확히 알기 위해선 글에 언급된 ‘자율협약’이 무엇인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해당 협약은 2009년 소주 공병 공용화를 위한 자발적 협약서다. 녹색 소주병(공용화병)의 규격과 모양을 표준화해 구별 없이 공동으로 사용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이 협약에 따라 공용병 하나는 세척비 50원에 수수료만 내고 7~8번 재사용된다. 제조사들끼리 자원낭비 없이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일종의 약속. 현재 국내 소주시장 점유율 50%를 웃도는 참이슬은 공용화병 재사용에 가장 많이 기여하고 있다. 가장 많이 팔리니 재사용도 가장 많이 되는 셈.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율협약이 모든 소주제품 용기를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 협약으로 이형병 사용이 금지되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유사한 디자인의 360㎖ 초록색 소주병이 대상이다. 다시 말해 논란이 되고 있는 진로이즈백 병(이형병)은 자율협약 대상이 아니다.
“평균 회수율 95%, 재사용률 83% 달해”
진로병도 재활용이 가능하고 재사용률 역시 높다는 점 역시 환경단체 관계자가 간과한 부분이다. 최근 소주업체가 표준용기가 아닌 병도 ‘1대1로 맞교환’하기로 ‘용기 상호교환 및 반환 계약’(용기상호교환합의)을 체결한 것도 이형병의 회수율과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는 자율협약과 별개인 용기 상호교환 합의다. 기존의 초록색 빈병 수거는 자율협약 아래서, 이형병 재사용 촉진은 용기상호교환합의에서 각자 체계대로 이뤄진다는 말이다. 하이트진로는 이형병을 회수하는 데 발생하는 선별비와 취급수수료 등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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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진로병 회수율은 90% 이상이며 재사용률은 81%를 넘어선다. 특히 판매량이 단기간 급증한 1월을 제외하면 평균 회수율은 95% 수준이며 재사용률도 83%에 달한다. 이는 2017년 환경부에서 발표한 한국의 고병 재사용률 자료(회수율 95%/재사용률 85%)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이형병을 사용한다고 해서 공병 재사용이 안되는 것이 아닐 뿐더러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중요한 것 아니겠냐”며 “업체 간 합리적인 선별비용 등을 정해 신속한 공병 상호교환을 통해 지금의 재사용률을 더 높혀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로병 논란, 환경단체 주장에 오류… 역차별 지적도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만 놓고 봐도 환경단체에서 주장하는 포인트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장영균 서강대학교 교수(기업윤리연구소 센터장)는 “공용병이 아닌 병을 사용했을 때의 환경 부담이 뭔지를 따져보면 결국은 재사용률”이라며 “공용병과 이형병의 재사용률이 1% 내외로 차이가 없는 상황에선 도대체 환경단체에서 주장하는 환경 부담이 과연 어떤 식으로 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장 교수는 환경단체에서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 이형병 사용이 아닌 회수율과 재사용률 높이기에 있다고 꼬집었다. 장 교수는 “회수율이 보통 95%이면 재사용률은 85~86%에 그친다”며 “역회수 루트방식과 제도권 밖의 회수율을 높여 재사용률을 어떤 방식으로 높일 수 있을지가 환경단체에서 고민해 봐야할 부분인데, 지금의 포인트는 매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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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점에 소주가 진열돼 있다/사진=뉴시스DB |
재사용 의무가 없는 맥주나 수입맥주, 와인에 대한 재활용 문제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환경단체가 환경을 생각한다면 현재 공용병 사용이 되지 않고 있는 맥주나 수입해서 팔고나면 재사용 의무가 없어 파기되는 수입맥주, 와인 등에 대한 언급은 왜 없는 거냐”고 꼬집었다.
장 교수 역시 “소주보다 더 많이 팔리는 맥주의 공용병 재사용률은 10%가 채 안 된다”며 “같은 주류인데 소주에만 환경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앞뒤가 안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