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S 장동규 기자
사진=머니S 장동규 기자
최근 국내를 넘어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가 크게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가운데 미국의 추가 부양책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해외주식 직구 열풍은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동학개미(국내 증시 개인투자자)의 ‘원픽’이 삼성전자였다면 서학개미의 장바구니에선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사랑받는다. 서학개미는 지난해 테슬라만 30억171만달러(3조3544억원)어치를 사들인 데 이어 올해도 매수 열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서학 개미 최애 주식은?

그래픽=머니S 김영찬 기자
그래픽=머니S 김영찬 기자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자 외화증권 결제금액(매수·매도 합산)은 3223억9000만달러(한화 약 335조660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전 역대 최대치인 2019년 1712억2000만달러(약 188조1500억원)보다 88.9% 급증했다.

외화증권 보관액도 지난해 말 기준 722억2000만달러(약 79조41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이전에는 2019년 기록한 436억2000만달러였다. 외화주식의 경우 미국 주식 보관액이 373억4000만달러로 전체의 79.3%를 차지했다.

서학 개미가 집중 매수한 종목은 미국 대형 기술주다. 지난해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상위 10대 종목은 ▲테슬라 ▲애플 ▲아마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해즈브로 ▲INVSC QQQ S1 ▲알파벳 Class A ▲니콜라 ▲보잉 순이다.

그래픽=머니S 김영찬 기자
그래픽=머니S 김영찬 기자

그중에서도 원픽은 ‘테슬라’다. 지난해 초 100달러에 못 미쳤던 테슬라 주가는 이후 무섭게 치솟으면서 지난해 말 70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만 주가가 7배나 폭등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미래 산업 주도권을 가진 나라가 여전히 미국이라는 인식 때문에 국내 투자자가 미국 대형 기술주에 쏠려있다고 보고 있다. 또 애플과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이 대거 포진한 미국 증시의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인식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웰컴 서학개미” 증권사 경쟁 치열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매수 열풍이 해외 투자로 이어지면서 증권사도 서학 개미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해외주식 거래 중개 수수료는 국내 주식과 비교해 마진율이 더 높아 증권사는 해외주식 고객 유치를 통해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증권사는 미국 증시 실시간 시세 무료 제공과 수수료 혜택 및 환율 우대 등 각종 이벤트를 쏟아내면서 고객 유치 경쟁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업계 최초로 해외주식 자산이 15조원을 돌파한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10월부터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율 0.07%를 적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 최초로 ‘나스닥 베이직’을 도입해 미국 주식 전 종목의 실시간 호가와 주문량 등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삼성증권도 해외주식거래 신규 고객에게 최대 100달러를 지원하는 ‘백불시대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투자 지원금 20달러와 함께 온라인으로 해외주식을 일정 금액 이상 거래해 단계별 기준을 충족하면 최대 80달러를 더 받을 수 있다.

키움증권 역시 미국 주식 무료 실시간 시세 서비스를 오픈했다. 기존의 15분 지연 시세 대신 미국 나스닥 산하 4개 거래소에서 취합한 실시간 체결정보를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미국 주식 신규 고객 40달러 지급 이벤트와 최대 95% 환율우대 및 0.1% 수수료 이벤트, 해외주식 입고 이벤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해외주식 투자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을 위한 서비스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수수료뿐 아니라 그동안 해외주식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던 고객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도 대거 선보이는 등 서학개미 유치를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주식, 지금보다 더 뜬다

업계에서는 향후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처가 다양한 것은 물론 국내 시장과 달리 상승 제한폭이 까다롭게 적용되지 않아 상승 여력도 넓다는 확실한 장점이 있어서다.

이영한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 주식은 상승 제한폭이 까다롭게 적용되는 반면 해외의 경우 업사이드가 제한되지 않기 때문에 상승 여력을 고려했을 때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며 “또 유튜브 등을 통해 정보의 비대칭성도 어느 정도 줄어들어 국내 투자에만 국한되지 않고 해외 주식과 관련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보 접근성이 낮은 탓에 특정 정보에만 의존한 ‘묻지마 투자’ 위험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시차로 인해 장중 변동성에 민첩하게 반응하기 힘들다는 우려도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주식의 경우 아무래도 국내 투자자는 현지에서 진행되는 이슈를 접하지 못할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면서 “또 시차 문제로 시장을 계속 주기적으로 점검하지 못할 수 있어 단기적인 투자보다는 장기적 방향성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