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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감정평가사의 미공개정보 이용을 규제하고 불법 투기를 처벌하는 내용의 감정평가법 개정안이 지난 6월29일 발의돼 8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사진=장동규 기자 |
국가 전문자격사인 감정평가사가 부동산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투기하고 부당이득을 얻은 사실이 적발될 경우 법적 자격을 취소하는 법안이 여당에서 추진된다. 올 초 시민단체의 고발로 드러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불법 투기사태가 발단이 돼 사실상 불똥이 튄 셈이다.
지금까지 감정평가사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불법 투기를 했거나 부당이득을 얻는 사례가 적발되지 않았고 기타 국가 자격사나 공인중개사 등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2월 2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아파트 매매거래 등기부를 71만여건 전수조사한 결과 공인중개사 등이 허위신고를 하고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을 안한 2420건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실거래가를 의도적으로 높이려는 허위신고가 의심된 거래는 12건이었다.
지난해엔 감정평가사 자격증이 없으면서 감정평가법인을 경영하는 비자격사 대표가 감정평가서를 조작해 대출금액을 부풀리고 실형을 받은 사례도 있다. 이때는 오히려 재기 후에 사업을 다시 운영할 수 있는 규제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감정평가사 처벌법 8월 국회 논의
문 의원은 “건전한 부동산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시장 교란 행위자는 부동산 관련 자격의 취득이나 업의 영위를 제한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어 “감정평가는 부동산 등 자산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판정하는 업무로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가치평가가 필수적임에도 현행법률은 감정평가사의 자격 취득이나 업의 등록 등에 대해 범죄행위와 관련한 사항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서 미공개 개발정보를 누설하거나 이를 부동산 거래에 이용, 시세를 조작할 목적으로 허위 매매계약을 체결·신고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 같은 행위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이나 ‘주택법’에 따른 금지행위 위반으로 감정평가사의 경우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즉시 자격이 취소된다. 비자격사라도 이런 행위로 실형을 받는 경우 3년 이내에 감정평가사 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공포일 즉시 시행된다.
이번 법안은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조응천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남양주갑)이 대표발의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의결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이 법안이 의결되지 않거나 수정 의결될 경우 이에 맞춰 조정될 수 있다.
감정평가사들은 사적 거래의 규제가 발생하는 불편함은 있겠지만 국가 자격사도 공무원에 준하는 높은 도덕성과 직업의식이 요구되는 만큼 공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의 현실을 감안하고 형평성에도 어긋나지 않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 감정평가법인 소속 감정평가사는 “의뢰인뿐 아니라 소유자나 거래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사적 이득을 위해 공개하면 안되는 감정평가서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는 비밀 누설 금지 위반으로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법 투기를 처벌하는 것은 당연히 동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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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감정평가사협회회관 / 사진제공=협회 |
하위직 비리 우려 없나
이번 감정평가법 개정안의 배경이 된 LH 사태를 보면 공직자의 미공개정보 이용 권한이 사적 이익을 위한 투기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데서 처벌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중앙정부와 산하 공공기관 공직자는 물론 정보 접근 권한이 있는 민간 감정평가사에 대해서도 규제의 수위가 한층 높아졌지만 지자체, 지방공사, 국회 등은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라는 비판 역시 피할 수 없다.지자체와 지방공사 공직자의 부동산 거래 규제를 위해선 단순히 조사와 처벌에서 끝날 게 아니라 부동산 거래 제한이나 공무원 자격 취소, 재취업 제한 등 보다 강력한 규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지자체와 지방정부까지 공직자의 부동산 거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행안부가 관련 법안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부 조사 결과를 보면 부동산 거래시장의 교란 행위는 LH 임직원이나 감정평가사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LH 사태가 발단이 됐을 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직사회 전체의 기강 문제임을 고려해 규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실현 가능성과 실효성엔 의문이 있다”고 우려했다. 임 교수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등을 이용할 수 있고 부동산 백지신탁 등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