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전체 판매량이 감소하는 상황에도 친환경차 판매는 꾸준히 증가하며 누적 보급대수가 100만대를 돌파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국내 자동차 전체 판매량이 감소하는 상황에도 친환경차 판매는 꾸준히 증가하며 누적 보급대수가 100만대를 돌파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국내 자동차 전체 판매량이 감소하는 상황에도 친환경차 판매는 꾸준히 증가하며 누적 보급대수가 100만대를 돌파했다. 누적 자동차 총 등록대수(2470만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엔 1%대에 머물렀지만 올 7월엔 4%를 넘어섰다. 신규등록 기준으로는 올 상반기 17%까지 치솟았다. 친환경차 시장은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성장했고 수소·전기차가 그 뒤를 받치는 형국이다. 친환경차 시장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차종에 따른 방식별 특성을 살펴봤다.
친환경차시장, 하이브리드 끌고 전기차 밀었다
車판매 줄어도 친환경차는 인기
친환경차(하이브리드, 전기, 수소연료전지)가 확실한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전 세계 자동차 판매 성장세가 둔화된 현시점에 친환경차 만큼은 승승장구하고 있어서다.
세계 각국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존 내연기관만으로는 새로운 규제 기준을 맞추기가 어려운 만큼 반드시 전기의 힘을 빌려야만 한다. 환경부는 10인승 이하 승용 승합차의 배출 허용 온실가스 기준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당 97g으로 정했지만 2025년이면 ㎞당 89g, 2030년에는 ㎞당 70g까지 낮출 방침이다.

미국과 유럽도 비슷한 수준으로 기준이 강화되는 만큼 자동차 제조사들은 저마다의 기술을 담은 친환경차를 내놓으며 새로운 환경규제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은 ▲미국 110g/㎞ ▲한국 97g/㎞ ▲유럽연합 95g/㎞ 등이다.
연료별 차종별 신규등록 현황 /그래픽=김영찬 기자
연료별 차종별 신규등록 현황 /그래픽=김영찬 기자

◆내연기관차 줄고 친환경차 늘고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자동차 신규등록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자동차 판매가 2.6% 감소한 상황에도 친환경차는 전년동기대비 72.9% 증가한 15만7040대가 등록됐다. 신차 판매 중 점유율도 지난해 상반기 9.6%에서 올해 17%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최대실적을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와 반도체 부족에 따른 출고 차질을 겪었음에도 최근 3년 평균 수준(92만2000여대)을 유지, 전년동기대비 2.6% 감소한 92만4008대가 신규 등록됐다.


친환경차 판매를 이끈 건 하이브리드차(HEV)다. 하이브리드 차종은 지난해 상반기 6만6201대에서 71.4% 증가한 11만3441대를 기록했다. 그중 수입차를 중심으로 판매된 마일드 하이브리드차(MHEV)는 2만7000여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는 1만1000여대로 집계됐다.

MHEV는 구매 시 세금감면 대상엔 포함되지 않지만 통행료 감면 등 일부 저공해차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구매 시 세제혜택과 운행 시 저공해차 혜택까지 주어지는 풀하이브리드 방식 차종은 국내 자동차 제조사를 중심으로 판매됐으며 올 상반기는 지난해 상반기 5만1000여대와 비교해 28.7% 증가한 6만6000여대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국내 친환경차 누적 등록대수는 100만대를 돌파했다. 올 상반기 친환경차는 누적 등록대수 97만3000대를 기록한 데 이어 7월에는 6월보다 3만24대가 늘어 총 100만3539대로 집계됐다.
아반떼 하이브리드 엔진룸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아반떼 하이브리드 엔진룸 /사진제공=현대자동차

7월까지 등록된 하이브리드자동차는 총 80만6808대로 친환경차 전체 등록대수의 80.39%를 차지했다. 6월보다 1만6810대가 더 늘어났다. 하이브리드차 중 가솔린(휘발유)을 연료로 사용하는 차종은 77만4118대로 전체의 95%를 차지했으며 디젤(경유) 하이브리드 1만6631대, LPG(액화석유가스) 하이브리드 1만5733대 등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하이브리드차의 인기는 주요 차종 판매량에서도 살필 수 있다. 국내 대표 중형SUV(승용형 다목적차) 현대자동차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의 7월 판매량 절반은 하이브리드 차종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따르면 7월9일 출시한 현대차 싼타페는 한 달 동안 총 4452대를 팔았으며 그중 하이브리드는 2060대로 집계됐다. 기아 쏘렌토는 총 6339대 중 3001대가 하이브리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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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정부의 구매보조금이 주어지는 전기차(EV) 판매도 크게 증가했다. KAMA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전기차 비중은 2.3%였지만 올 상반기 4.3%로 늘었다.

올 상반기 전체 전기차 중 전기승용차 판매비중은 64.2%였다. 전년동기 75.8%보다 11.6%포인트(p) 낮아졌지만 판매량은 1만6707대에서 2만5230대로 51% 늘었다. 그중 수입 전기차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53.1%에서 올해 59.4%로 확대됐다. 테슬라를 필두로 수입차회사들의 신차 출시가 잇따른 탓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전기화물차 판매도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5153대에서 올 상반기 1만3675대로 늘었으며 비중도 23.4%에서 34.8%로 확대됐다.
메르세데스-벤츠 EQS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 EQS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포터와 봉고 전기화물차는 최대 1600만원에 달하는 구매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지자체 보조금까지 더하면 출시가격인 4000만원의 절반 이하에 구매가 가능해진다”며 “게다가 1.5톤 미만 전기화물차가 영업용 번호판 총량제에 해당하지 않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3월 전기화물차에 대한 영업용 번호판 신규발급을 금지하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표했으며 내년 4월부터는 번호판 총량제 제외 혜택이 사라진다.

수소전기차(FCEV)는 올 상반기 지난해 상반기 2601대보다 66.3% 증가한 4326대가 등록됐으며 7월까지 누적 등록대수는 총 1만5765대로 집계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수소전기차는 대부분(1만5282대) 비영업용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친환경차시장은 하이브리드차 위주로 성장해왔으며 전기차시장은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로 확대되는 추세”라며 “수소전기차는 차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감소와 충전인프라 부족으로 다소 주춤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는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었지만 하반기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생산이 늘고 신차 출시가 이어지면서 판매도 함께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환경차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복잡한 하이브리드, 엔진 도우미로 간소화 추세
[박찬규의 1단기어] 친환경차 100만대 시대… 하이브리드 끌고 전기차 밀고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 판매대수 92만4000대 중 친환경차 판매량은 15만7000대로 나타났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전체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2.6% 감소했음에도 친환경차는 72.9% 성장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도 연료가 다양하다고?
그동안 친환경차 판매를 견인한 건 하이브리드다. 7월까지 등록된 하이브리드자동차는 총 80만6808대로 친환경차 전체 등록대수의 80.39%를 차지했다.

하이브리드차는 사용하는 연료와 전기 모터의 개입 방식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두 가지 에너지원을 활용해 구동력을 발휘할 수 있으면 하이브리드차로 볼 수 있지만 내연기관(엔진)에 전기모터-배터리로 구성된 하이브리드시스템이 추가된 형태가 기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하이브리드차 중 가솔린(휘발유)을 연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전체의 95%나 된다.

지난 7월까지 디젤(경유) 하이브리드차는 1만6631대, LPG(액화석유가스) 하이브리드차는 1만5733대나 등록됐다. 두 방식 모두 고유가 상황에서 등장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디젤하이브리드는 원가가 높은 디젤 내연기관에 하이브리드시스템까지 더해진 형태여서 차 가격이 크게 높아진다. 국내에서는 레인지로버 등 일부 고가 차종에서만 해당 방식을 접할 수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기름값이 크게 치솟기 전까지는 디젤하이브리드방식이 대중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게 어렵다고 본다.

LPG 하이브리드는 과거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방식을 적용한 현대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와 기아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가 판매됐고 저렴한 유지비로 오너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지만 LPG 탱크가 트렁크 공간을 크게 차지하면서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하기는 어렵다는 평을 받았다.
레인지로버 PHEV 인포그래픽 /사진제공=랜드로버
레인지로버 PHEV 인포그래픽 /사진제공=랜드로버

◆복잡한 하이브리드 방식
하이브리드차는 작동방식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으며 그동안 가장 잘 알려진 방식은 풀 하이브리드(HEV)다. 속도가 낮거나 고속도로 등 엔진 부하가 적은 조건에서 전기로만으로도 주행할 수 있으며 모터와 배터리 의존도는 엔진과 비슷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과거엔 전기모터를 통해 엔진의 가동시간을 줄이고 연료효율을 높이는 데만 집중했지만 최근엔 SUV 등에 풀 하이브리드 방식 적용이 늘면서 앞바퀴는 엔진으로 구동하고 뒷바퀴는 전기 모터가 구동을 책임지는 형태의 사륜구동시스템으로도 진화했다. 이 경우 필요할 때 네 바퀴 모두에 힘을 배분, 주행안정성을 높이면서도 하이브리드 특성을 유지할 수 있다. 풀 하이브리드 방식은 배터리가 주로 뒷좌석 아래에 설치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는 말 그대로 전기차처럼 플러그를 꽂아 외부 충전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차종을 뜻한다.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적극 활용하며 엔진 의존도를 낮춘 게 특징이다. 전기만으로 40㎞가량 주행할 수 있어서 짧은 거리를 오갈 때 유용하며 장거리여행을 갈 때는 엔진을 활용할 수 있어 배터리 방전에 대한 걱정이 없다. 하지만 풀 하이브리드차보다 배터리와 모터 용량을 늘린 탓에 차가 더 무겁고 가격이 높아졌음에도 정부의 구매보조금 혜택은 기대하기 어려운 탓에 인기가 적은 편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PHEV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방식”이라며 “가격이 비싸 전기차처럼 보조금 지급 여부에 따라 판매량이 좌우된다”고 말했다.
BMW i8 파워트레인 /사진제공=BMW
BMW i8 파워트레인 /사진제공=BMW

최근엔 PHEV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전기 모터의 역할을 더 늘리고 엔진은 전기를 만드는 발전기로만 사용하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도 각광받고 있다. 어떤 에너지를 주로 활용하느냐의 차이가 있는 셈이다.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차는 그동안 외면받은 방식이다. 토요타가 오랜 시간 공들여온 풀 하이브리드 방식과 비교해 기술수준이 부족한 것처럼 여겨져서 업체들과 소비자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MHEV 구조는 일반적인 내연기관차와 같으며 기초적인 하이브리드시스템을 적용, 엔진에 큰 부하가 걸리는 상황에서 힘을 보탠다. 전기모터와 배터리 의존도가 낮아 전기만으로는 주행할 수 없지만 엔진이 일을 덜 하도록 돕는 만큼 연료효율이 개선되고 배출가스도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 필요한 전기에너지는 다른 하이브리드 방식과 마찬가지로 달리다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내리막 등 차가 관성으로 굴러갈 때 에너지를 저장해뒀다가 활용하는 식이다.

물론 큰 용량의 전기모터와 고성능 배터리를 적용함으로써 자동차의 주행성능을 높이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이 같은 방식의 슈퍼카도 등장하고 있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의 심장, 새로운 가능성 연다
수소전기차의 정식 명칭은 수소연료전지자동차(FCEV)다. 수소와 산소가 만나 반응할 때 전기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 수소연료전지며 생성된 전기는 자동차를 움직이는 동력원으로 활용된다. 순수 전기차와 달리 증기 형태의 물을 배출하는 특징이 있다.

전기를 외부로부터 공급받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들고 이를 활용하는 점만 다를 뿐 기본 원리가 전기차와 동일한 만큼 최근엔 보다 쉬운 표현인 ‘수소전기차’를 주로 쓰고 있다. 대표적인 수소전기차 현대 넥쏘의 경우 한 번 충전으로 609km를 주행할 수 있다.

수소를 저장하는 탱크는 탄소섬유(카본파이버) 여러 겹을 고압으로 압축해 만들며 불 속에 집어넣기도 하고 총을 쏘는 등 다양한 안전 테스트를 거친다. 과거엔 큰 탱크 하나를 설치했지만 최근엔 작은 크기 탱크 여러 개를 설치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관련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수소전기차의 심장에 해당하는 스택”이라며 “전기를 만들어내는 장치인 스택을 여러 개 이어 붙이거나 크기를 키우면 발전기는 물론 발전소로도 구성이 가능해지고 자동차를 넘어 선박이나 항공기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