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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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국가유공자와 그 자녀 사이에 친생자 관계가 부존재한다는 내용의 심판이 확정됐다면, 보훈청이 이를 근거로 국가유공자자녀 비해당결정 처분을 한 것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A씨가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자녀비해당 결정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1950년생인 A씨는 그해 B씨와 C씨의 자녀로 출생신고됐다. B씨는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1951년 전사해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


이후 B씨 형제의 배우자 D씨가 1986년 A씨를 상대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씨가 B씨의 자녀가 아니라 자신의 자녀라는 것이다.

D씨는 A씨 출생 당시 생계가 어려워 아이를 숙부인 B씨에게 맡겨 양육했고, B씨가 A씨를 자신의 자녀인 것처럼 출생신고해 호적에 올렸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D씨의 다른 자녀의 증언 등을 근거로 이 주장을 받아들여 'B씨 부부와 A씨 사이에는 친생자관계가 없음을 확인한다'는 심판을 선고했다. 이 심판은 1986년 7월 확정됐다.


서울지방보훈청장은 2002년부터 A씨에게 6·25전몰군경자녀수당을 지급하다가 2014년 뒤늦게 가족관계 등록부에 A씨가 D씨의 자녀로 기록된 사실을 확인하고 수당지급을 중지했다.

그런데 이후 A씨가 D씨의 친생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법원 판결을 통해 2015년 확정됐다.

A씨는 판결 선고 후 B씨를 아버지로, C씨를 어머니로 하는 내용의 가족관계등록 신청을 했으나 법원판결과 모순된다는 이유로 거부됐다. A씨는 결국 2019년 부와 모를 공란으로 하는 가족관계등록창설 허가결정을 받았다.

이후 보훈청은 2019년 A씨가 국가유공자 자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고, A씨는 불복해 소송을 냈다.

1심은 "1986년 B씨와 A씨 사이 친생자관계가 없음을 확인한다는 확정심판의 효력을 부정할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등 신분관계 소송 판결의 기판력은 신분법상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에게 영향을 미칠 뿐, 보훈청과 같은 정부기관에까지 제한 없이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C씨의 여동생과 동일모계에 의한 혈연관계가 성립한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B씨는 이미 사망해 동일부계 혈통을 확인하기 위한 유전자 검사가 불가능한 점, A씨의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에 아버지가 B, 어머니가 C로 기록되어있는 점 등에 의하면 A씨가 B씨 부부가 사실상 친자관계임을 인정할 수 있다"며 1심을 취소하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미국에 이민을 간 D씨가 가족 초청 형식으로 A씨를 미국에 올 수 있도록 하기위해 1986년 친생자 소송을 냈고, A씨는 이 심판 결과로 구 호적이 바뀌는 것은 몰랐던 것으로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했다. 친생자관계 부존재확인심판의 기판력이 제3자에게도 미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심판이 확정됨에 따라 '원고와 B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관해 기판력이 발생했고, 그 효력은 제3자에게도 미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소송에서 국가유공자 자녀비해당 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할 때 원고가 B의 자녀인지 여부가 선결문제로 다투어지고 있으므로, 법원으로서도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심판의 기판력과 저촉되는 판단, 즉 원고가 B의 자녀라는 판단을 할 수 없다"며 "결국 원고가 국가유공자인 B의 자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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