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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중대재해가 지속해서 발생하며 AI(인공지능)·로봇 기반 기술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발전하고 있지만 실제 연구개발(R&D) 투자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불황으로 기업 실적이 하락하고 원자재·인건비 등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기술 개발을 제약하는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을 제외한 시공능력 상위 9개사의 R&D 예산은 올해 상반기 총 2534억7300만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2713억900만원) 대비 6.6% 감소했다. 삼성물산은 건설부문을 별도 공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건설부문 안전보건 비용을 3887억원 집행했다고 밝혔다. 법정 안전관리비 1699억원에 추가 안전강화비 1680억원을 더해 법정 기준의 두 배 수준을 투입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상반기 860억600만원에서 올해 963억2500만원으로 R&D 비용을 늘렸다. 대우건설(433억500만원) 포스코이앤씨(182억2300만원) HDC현대산업개발(139억9600만원)도 같은 기간 R&D 투자를 확대했다.
하지만 절반의 회사는 R&D 투자를 감축했다. GS건설은 올 상반기 R&D 분야에 301억8200만원을 사용해 전년 동기(346억5600만원) 대비 12.9%를 줄였다. DL이앤씨 197억600억원(-32.5%) 현대엔지니어링 97억5800만원(-47.1%) 롯데건설 173억3100만원(-13.7%) SK에코플랜트 45억8800만원(-64.5%) 등도 R&D 비용을 삭감했다.
GS건설 관계자는 "부서 개편으로 인해 연구개발 부서 직원들이 이동하면서 감소한 것"이라며 "건설관련 연구 비용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로봇 안전투자 확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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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대재해 과징금 확대와 인허가 취소 등을 추진하는 상황에도 이 같은 R&D 투자 감소는 건설경기 침체와 예산 감축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은 이달 2건의 사망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 9일 경기 시흥시 아파트 현장에서 50대 하청 노동자가 구조물에 맞아 숨졌다. 닷새 전인 지난 4일 울산 북항터미널 현장에서 LNG(액화천연가스) 탱크 상부를 청소하던 근로자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망했다. 경찰은 온열질환 가능성을 두고 부검을 진행했지만 사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3일 GS건설이 시공한 서울 성동구 아파트 현장에서는 중국인 근로자가 15층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다. 지난 6일에는 롯데건설 경남 김해 현장에서 하청 근로자가 굴착기 삽날에 맞아 사망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까지 산업재해 사망자는 287명으로 이 중 건설업 사망자가 138명(48%)을 차지했다. 사망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8명 늘었다.
주요 건설업체들은 안전관리를 위한 첨단 기술을 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센서 기반 굴착기 인디케이터와 철골 볼트 자동화 로봇을 도입했다. 현대건설은 스폿(Spot) 로봇과 물류 드론, AIoT(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센서를 융합한 재해 예측 시스템을 적용했다. DL이앤씨는 통합 스마트 안전관제 플랫폼을 전국 현장으로 확대했다. GS건설은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AI 번역 '자이 보이스'와 화재 예측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롯데건설도 AI 영상 관제센터와 웨어러블 센서를 활용해 실시간 안전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I·로봇이 위험한 노동을 대신하는 만큼 기술 혁신이 곧 재해 감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안전관리 기술 투자 없이 사고 예방에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