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자료 사진>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자료 사진>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러시아가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쳐 서유럽 독일로 연결되는 천연가스 배송관 '야말-유럽 파이프라인'에서 독일 공급분 배송을 중단하면서 유럽 가스 가격이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21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이 보도했다.
폴란드에서는 여전히 가스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데, 가스 유입 흐름이 기존 '동→서'에서 '서→동'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폴란드 가스 업체 측은 독일에서 동쪽으로 돌아오고 있는 가스가 폴란드로 공급될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독일 가스 업체 측은 가스 유입 흐름이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설명이지만, 이미 야말 파이프라인의 배송량이 최근 줄면서 가스 가격 급등은 현실화해온 터다. 러시아 가스 업체 측은 이날 야말 파이프라인을 통한 가스 수출 물량을 예약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서방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유럽의 '에너지 대란'이 현실화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러-독 가스 배송관 노드스트림2 승인 지연으로 러시아가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는 이 같은 의혹을 모두 부인하는 입장이다.

독일 루민에 위치한 가스 송유관 '노드스트림 2' 표지판. © 로이터=뉴스1 © News1 원태성 기자
독일 루민에 위치한 가스 송유관 '노드스트림 2' 표지판. © 로이터=뉴스1 © News1 원태성 기자

21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천연가스 배송관 '야말-유럽 파이프라인'의 가스 배송은 이날 오전 한때 중단됐다고 독일 측 오퍼레이터 업체 가스케이드가 밝혔다.
이후 중단됐던 가스 유입은 재개됐는데, 흐름 방향이 기존 '동→서'에서 '서→동'으로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가스케이드는 "독일에서 폴란드로 가스를 운반하는 흐름이 독·폴 국경 지역 계량소에서 시작됐다"고 전했다.

폴란드 측 가스 업체 PGNiG도 재개된 가스 유입 흐름이 '역방향'으로 전환된 사실을 확인했다. PGNiG 측은 "러시아의 독점 가스공급업체 가즈프롬이 당사와의 계약 내용을 이행하고 있다"면서 폴란드의 가스 공급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가스가 역방향으로 유입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독일에서 들어오는 가스가 당사 쪽으로 올지 여부는 영업 기밀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독일 최대 가스 구매업체 RWE와 유니퍼는 가즈프롬이 계약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스케이드도 가스 유입 흐름의 역방향 전환 흐름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가스케이드 데이터에 따르면 야말 파이프라인 가스 유입 흐름은 이날 내내 계속 역방향을 유지, 시간당 125만킬로와트의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역방향 흐름이 가뜩이나 탈원전 정책으로 촉발한 유럽의 에너지 위기와 겨울철 추운 날씨 속 가스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 가스 가격의 주요 지표인 네덜란드 프런트 가스 가격은 이날 16% 상승, 메가와트시당 171.40유로까지 치솟으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0월 가스 대란 당시 '악몽 같던' 155유로/MWh를 훌쩍 넘는 수치다.

이미 유럽 가스 가격은 며칠 사이 러시아가 야말 파이프라인 공급량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급등해오던 터다. 지난 17일만 해도 야말 라인의 시간당 가스 유입량은 1000만킬로와트시(kWh/h)를 유지했지만, 18일 120만 kWh/h로 줄더니, 37만kWh/h까지 떨어졌다. 야말 파이프라인의 이달 평균 가스 유입량은 900~1200만kWh/h를 유지해왔는데, 갑자기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에 전일 가스 가격은 8% 급등한 146.73유로/MWh를 기록한 뒤, 이날 152유로/MWh에 출발했는데, 큰 폭으로 추가 상승한 것이다.

제임스 바델 에너지 애스펙츠의 유럽 가스부문장은 "유럽은 올겨울 에너지 부족 관련 버퍼(충격 완화) 저장분이 거의 없어 그 어느 때보다도 수입 의존도가 큰 상황"이라면서 "폴란드를 통한 야말 라인으로 들어오는 가즈프롬의 가스는 유럽 가스 공급의 약 20%를 차지해왔는데, 올해 들어 유입량이 일관되지 않으면서 유럽이 실제로 얼마만큼의 가스를 러시아로부터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려하던 '러시아발' 유럽의 에너지 안보 위기가 현실화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유럽과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 간 긴장 고조로 아슬아슬한 에너지 거래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런 갈등 속 러-독 신규 가스배송관인 '노드스트림 2' 승인이 지연되면서 유럽이 올겨울 극심한 에너지 대란을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져 왔다.

이와 관련, 러시아는 정치적 연관성을 부인하는 입장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야말 라인 가스 유입 흐름과 노드스트림 2 사이에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관련이 없다. 순전히 영업 상황에 따른 것"이라고 일축했다.

러시아에서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독일까지 이어지는 야말-유럽 파이프라인은 1997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이 외에 러시아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배송하는 가스관으로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드스트림(노드스트림 1·2012년 완공)과 우크라이나를 통해 서유럽까지 이어지는 라인 등이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으로 유럽이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맞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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