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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1) 시평 10대 건설 잇단 IPO 시도, SK에코플랜트 타이밍 괜찮나?
(2) 상장 준비하는 SK에코플랜트, 기업가치 10조?
(3) SK에코플랜트 IPO 성패, 재무건전성 회복과 올해 실적 '관건'
국내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시평) 기준 '톱 10' 기업 중 7번째 상장회사가 탄생할지 주목된다. 2021년 기준 시평 10위를 기록한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가 상장 주관사를 선정, 내년 하반기 기업공개(IPO) 계획을 밝혔다. 회사 측이 자체 평가한 기업가치는 10조원 수준으로, 투자은행(IB)업계에선 최대 13조원 이상까지 예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3년째에 접어든 팬데믹(세계적 전염병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경제 뇌관으로 부상했다. 유동성 증가로 인한 주가 폭등이 진정되는 국면에 들어섰고 향후 금리 인상 시엔 거품이 붕괴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SK에코플랜트가 IPO 계획을 본격 공개한 현재의 타이밍은 올 초 시평 6위 현대엔지니어링이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기대보다 낮은 공모가 추정으로 상장을 철회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지 3개월 만이다. SK에코플랜트의 상장 추진 자체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친환경 신사업' 투자에 3.5조 썼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3월 21일 국내·외 IB 10여곳에 입찰 제안요청서(RFP)를 발송, 한 달여 만인 4월 22일 대표 주관사 NH투자증권·크레디트스위스(CS)·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공동 주관사 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을 선정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 유치를 고려해 글로벌 IB를 중심으로 주관사를 선정했다"며 "상장을 기회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는 친환경 플랫폼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일각에선 올 초 공모가 산정 과정에 상장 계획을 철회한 현대엔지니어링과 비교하며 상장 시기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빨라도 내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세웠기 때문에 1년여의 시간이 남았고 지금과는 시장 상황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며 "친환경 신사업 진출은 2년 전인 2020년부터 시작된 것이어서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친환경 관련 사업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2020년 수처리(수질의 물리적·화학적 공정을 거쳐 마시거나 공업·농업에 사용함) 업체 EMC홀딩스(현 환경시설관리)를 1조원대에 인수했고 지난 2년여간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9개사를 사들였다. 올들어 글로벌 전기·전자 폐기물(E-Waste) 재생업체 '테스'(TES)와 해상풍력 플랜트 제조업체 '삼강엠앤티' 지분 31.8%, 전환사채CB) 등을 매입해 3조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IB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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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계열 잇단 IPO '왜'
테스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각종 정보를 파기 후에 리사이클하는 사업을 영위한다. 사용 후의 제품이 대상인 만큼 정보 보호가 엄격하고 국가별 규제도 복잡해 진입장벽이 높다. 테스는 사업 전 분야에 걸친 밸류체인을 확보, 현재 21개국에서 43개의 처리시설을 운영하는 등 거점을 보유한 점이 특징이란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소위 '도시 광산'으로 불리는 전기·전자 폐기물 리사이클 역시 주목하는 분야다. IT기기에서 희귀금속을 추출해 새로운 원자재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는 시점에 신사업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이 같은 M&A를 통해 SK에코플랜트는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수거·운반, 정보 폐기, 재활용·재사용의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사업 비중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던 플랜트부문도 지난해 'SK에코엔지니어링'이란 회사로 분할했다. 사실상 친환경과 관련이 없는 플랜트에선 손을 떼게 됐다.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플랜트부문은 전체 사업의 44.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공격적인 M&A 배경엔 SK그룹 차원의 전략적인 계획도 포함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오픈마켓 '11번가'는 SK에코플랜트와 같은 2023년 상장을 목표로 IB 10곳에 입찰 참여를 요청했으며 5월 중 주관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외국계 IB로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크레디트스위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JP모건 등이 제안을 받았다. 내년에는 '티맵모빌리티', 콘텐츠 플랫폼 '웨이브' 순으로 상장 작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게임 플랫폼 '원스토어', 보안 플랫폼 'SK쉴더스'는 5월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SK그룹이 2025년까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해마다 시가총액의 1% 이상 자사주를 매입할 전망"이라며 "계열사 상장 과정에 발생하는 이익과 상장 후 일부 지분을 매각한 자금을 배당 재원으로 활용, 자회사로부터 수취한 경상 배당 수입의 30% 이상을 주주 배당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실제 SK는 지난해 SK바이오팜 지분을 일부 매각해 발생한 이익으로 배당금 재원에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