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단체협의회 등 14개 단체가 지난 14일 경기도 수원 수원메쎄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사진=김문수 기자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단체협의회 등 14개 단체가 지난 14일 경기도 수원 수원메쎄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사진=김문수 기자

"총선을 앞두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 됐어요. 실질적인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한 상황인데 이를 몰라주는 것 같아요."

중소기업계의 한 협동조합연합회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결의대회에서 한 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을 앞둔 중소기업계가 벌벌 떨고 있다. 중처법에 대한 대비가 전혀 안 돼 있는데 총선 이슈에 파묻혀 '악법'처럼 적용되게 생겼다.


중처법은 사업주나 경영관리자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사업장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와 경영관리자를 처벌하는 법안이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실이 밝혀지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2022년 1월27일 근로자 50인 미만(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중소사업장에 대해서는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2년간 시행이 유예됐다. 추가로 2년 더 유예하자는 안은 무산됐다.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장 앞 기자회견에 3600명의 중소기업인이 모여 유예를 호소했으나 불발됐다.

한국에서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수는 83만여개에 달한다. 중소기업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의 책임으로 돌아가게 된다. 일부 대기업 CEO나 총수가 안전관리 담당 임원을 두고 처벌을 피해가기도 하는데 중소기업의 경우 이렇게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중대재해가 발생하게 되면 중소기업 사업주는 꼼짝없이 처벌받게 된다. 이 때문에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중처법 시행으로 언제 닥칠지 모를 시한폭탄을 안고 사업을 하느니 차라리 폐업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이 중처법으로 휘청인다면 중견기업-대기업 등 산업 생태계 전반에 연쇄적인 악영향이 불가피함은 물론이다.

중소기업은 중처법 대응책 마련이 미흡한 상태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처법 대응과 관련해 50인 미만 사업장의 80.0%가 '아직 준비 못 했다'고 응답했다. 85.9%는 '유예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소건설단체와 중소기업단체협의회 등 14개 단체는 지난 14일 중처법 유예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2년의 중처법 추가 유예를 요구했다.

중소기업인들은 국회 본회의에서 중처법이 다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고 사고를 미리 막자는 법의 취지에 동의하는 만큼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불의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중소기업이 준비가 안 됐다고 입을 모은 만큼 이들에게 시간을 더 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중견기업과 대기업이 생존하고 발전한다는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