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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3.50% 기준금리를 9차례 연속 동결한 가운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이달 들어 다시 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라 일부 시중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올린 영향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전날 기준 3.960~6.683%로 지난달 말(4.00~6.08%) 대비 금리 상단이 0.603%포인트 뛰었다.
혼합형(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 주담대 금리는 지난달 말 3.22~5.33%에서 이날 3.300~5.873%로 금리 상·하단이 각각 0.080%포인트, 0.543%포인트씩 상승했다.
올 1월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 기대감과 원스톱·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 확대로 은행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대출 금리를 경쟁적으로 내렸다.
하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거세지자 은행들은 대출 가산금리를 상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출 수요를 제한하고 있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산정할 때 준거금리로 활용되는 신규 코픽스는 지난달 3.66%로 전월 대비 0.18%포인트 떨어지고 신잔액 코픽스는 전월과 같은 3.29%를 유지했다. 코픽스는 하락하는데 주담대 금리는 상승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혼합형 주담대 준거금리인 은행채(AAA무보증) 5년물 금리는 지난달 말 3.818%에서 지난 21일 3.926%로 0.108%포인트 오르긴 했지만 주담대 금리 인상 폭이 이보다 더 크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미 연준이 올 3월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채권금리는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은행권에선 가계대출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대출금리를 올려 수요를 억제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9일부터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05~0.20%포인트 인상했으며 KB국민은행은 지난 7일 주담대에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0.23%포인트 인상했다.
다만 신한은행 관계자는 "장단기 시장금리 역전 현상의 심화에 따라 안정적인 장기 고정금리 대출 중심으로 금리 조정을 시행해 장기 우대금리를 0.4%포인트 추가했다"며 "사회적지원대상자 우대금리(0.5%) 신설 과 합산 우대금리 등을 지난 1월5일 최대 폭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3.50%로 9차례 연속 동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이후 "물가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르고 대내외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라며 "따라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에 반영됐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식으면서 은행채 금리가 오르고 있다"며 "가계부채 관리와 대출 수요를 누르기 위해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올 상반기 대출금리가 크게 떨어지긴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