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 사진=고려아연

영풍이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의 배당책과 일부 정관변경 안건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그룹을 공동 창업한 장씨일가와 최씨일가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지난 21일 입장문을 내고 올해 기말 배당금을 전년보다 줄이는 것은 주주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고려아연이 이사회를 열고 다음달 19일 개최 예정인 정기 주주총회에서 1주당 5000원의 결산배당 승인 안건을 처리하기로 한 점을 문제삼은 것이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자금 여력이 충분함에도 지난해 6월 중간배당금(1만원)과 합한 2023년 1주당 현금배당금이 총 1만5000원으로 전년(2만원)보다 5000원 줄었다며 주주들에게 회사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배당에 더해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은 오히려 전년보다 증가했다고 반박한다. 2023년 기말배당 5000원에 더해 중간배당 1만원과 1000억원의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은 76.3%로 지난해(50.9%)에 비해서도 훨씬 늘었다는 설명이다. 환원액만 보더라도 2022년 3979억원에서 2023년 4027억원으로 증가했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공동 설립해 75년간 동업관계를 이어왔다. 영풍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일가가, 고려아연은 최씨일가가 독립경영하고 있다. 영풍이 돌연 고려아연의 배당 정책을 문제삼은 것이 동업자 가문간 대결로 해석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에서는 영풍이 고려아연에 배당금을 줄이지 말 것을 요구한 이유를 영풍의 부실한 경영실적에서 찾고 있다.

최근 5년간 영풍의 경영실적(별도기준) 추이를 보면 매년 조단위 매출액을 내면서도 영업이익은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2018년 300억원의 적자를 시작으로 2021년에는 728억원, 2022년에는 107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영업손실 합산 규모는 1371억원 적자다.

특히 영풍이 본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은 한 푼도 없다. 그럼에도 최근 5년간 영풍의 당기순이익은 영업이익보다 높았다. 이는 매년 고려아연이 영풍에게 지급하는 대규모 배당금에 있다.

고려아연이 영풍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2018년 507억원을 시작으로 최근 5년간 배당금 누적액은 3576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영풍은 1371억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고려아연으로부터 수령한 배당금을 통해 당기순이익은 2205억원 흑자를 냈다. 본업에서 입은 손실을 고려아연의 배당금으로 만회하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풍이 표대결을 불사하며 고려아연의 배당금을 문제 삼은 이유는 배당금이 줄면 기업 운영에 차질이 발생할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영풍은 본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영풍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기말배당을 늘리게 될 경우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포함한 고려아연 주주환원율이 96%에 육박한다"며 "영풍의 배당금 요구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영풍은 주주 권익을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영풍 관계자는 "배당금을 더 받으려는 목적이 아니라 전체 주주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게 됐다"고 했다. 배당금을 제외하면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지적에는 "2021년부터 환경개선 사업에 수천억원을 투자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5개년 간 7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