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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이 올해 성과급 규모를 지난해보다 12%포인트 낮췄다. 보험사들의 '돈 잔치' 비판 여론과 정부 상생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당기순이익 감소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DB손보의 성과급 지급 규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DB손보가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와 동일한 기조를 보일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일각에선 당국 압박 등을 뒤로 하고 삼성화재와 같이 '마이웨이'를 걸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현대해상은 전년 대비 12%포인트 낮은 연봉의 18%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통상적으로 3월 중순 주주총회 후 성과급을 지급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1개월 이상 성과급 지급시기를 앞당겼다.
현대해상이 성과급 규모를 줄인 데에는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것과 금융당국의 성과급 자제 주문이 반영됐다. 현대해상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246억원으로 전년 대비 42.4% 감소했으며 당기순익은 8057억원으로 전년 대비 37.1% 감소했다.
지난해 실적이 줄어든 배경에 대해 현대해상 관계자는 "독감 및 호흡기질환 증가 등으로 실손보험금 손해액이 크게 상승했으며 대형화재사고 및 고액사고 증가로 순익이 감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대해상의 보험 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61.2% 줄어든 5265억원에 그쳤다. 세부적으로 장기보험 보험 손익은 77.2% 줄어든 2488억원에 머물렀다. 독감과 호흡기질환 증가에 따른 실손보험금 손해액 상승과 지난해 4분기 손실 부담 관련 비용 인식 등에 따른다.
또 대형화재 사고 발생과 고액 사고 증가에 따른 재보험비용이 상승하면서 일반보험 보험 손익도 전년동기대비 18.3% 감소한 764억원에 그쳤다. 다만 자동차보험 보험 손익 전년동기대비 16.8% 증가한 2012억원을 기록했다. 자동차보험 경상 환자 대책 등 제도개선 효과 등이 작용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올해 성과급 시기를 조정한 것은 이미 회계처리가 끝났고 과세 시점을 봤을 때 연말정산 시기와 동일하게 지급하는 것이 직원 혼동을 방지한다고 판단한 결과다"고 말했다.
DB손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21.1% 감소한 1조536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7조7839억 원, 2조167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5.1% 증가, 21.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감소 배경에 대해 DB손해보험 관계자는 "괌·하와이 자연재해 대사고 인한 손해 증가와 마스크 해제 후 병원 진료 증가 등 장기위험손해율 상승, 손실부담비용증가 등으로 장기보험 손익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DB손보와 현대해상은 매년 성과에 비례해 성과급 규모도 늘려왔다. DB손보 경우 2022년 연봉의 33%포인트를, 2023년엔 40%포인트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현대해상도 2022년 연봉의 20%포인트에서 2023년엔 연봉의 30%포인트로 성과급을 늘렸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이 감소한데다가 금융당국의 보험사들에 대한 과도한 성과급, 배당 자제 등 주문으로 현대해상에 이어 DB손보도 성과급을 동결하거나 줄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적에 비례해 성과급을 늘려왔던 보험사들에 올해는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