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에서 지난 2022년 3월4일부터 9일 동안 대규모의 피해를 입힌 산불이 발생했다. 사진은 산불 진화 닷새째 헬기가 산불 진화를 펼치고 있는 모습. / 사진=뉴시스
울진에서 지난 2022년 3월4일부터 9일 동안 대규모의 피해를 입힌 산불이 발생했다. 사진은 산불 진화 닷새째 헬기가 산불 진화를 펼치고 있는 모습. / 사진=뉴시스

2022년 3월4일. 울진에서 큰 산불이 발생했다. 이 산불은 자그마치 213시간 43분, 총 9일 동안 이어졌다.

울진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삼척까지 옮겨붙었다. 그 결과 울진·삼척의 땅 2만923㏊가 소실됐다. 서울 면적의 35% 규모다.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 이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피해 규모가 큰 산불이다.


꺼질 듯 말듯 살아나 더 번지는 불길… 9일 동안 사투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은 건조한 땅과 강한 바람의 영향으로 이곳저곳으로 옮겨붙었다. 사진은 산불 진압 작업을 하는 소방대원의 모습. / 사진=뉴시스(산림청 제공)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은 건조한 땅과 강한 바람의 영향으로 이곳저곳으로 옮겨붙었다. 사진은 산불 진압 작업을 하는 소방대원의 모습. / 사진=뉴시스(산림청 제공)

이날 오전 11시14분쯤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산불이 시작됐다. 울진에서 시작한 이 산불은 빠른 속도로 삼척시 방면으로 번졌다. 이에 울진 주민 약 4600명과 삼척 주민 1000여명이 대피했다. 산불의 빠른 확산으로 대응 1단계가 발령된 지 1시간 만에 대응 2단계가 발령됐다. 이날 밤 10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강원과 경북에 재난 사태를 선포했다. 이는 역대 4번째였다.

시간이 지나도 불길은 계속 번지기만 했다. 바람이 변덕을 부려 이곳저곳으로 불이 옮겨 붙었다. 다 꺼진 것 같았던 불씨도 다시 살아나기 일쑤였다. 재난구역에 뿔뿔이 흩어진 소방대원들은 언제 불이 다시 붙을지 몰라 식사나 잠 잘 시간조차 없었다. 한 소방대원은 "3일 동안 다 합쳐서 6시간 정도 잤다"고 밝히기도 했다. 산불 사흘 차인 6일 오후 4시쯤 울진과 삼척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그렇게 9일 동안 진화작업에 힘쓰다 드디어 2022년 3월14일 단비가 내렸다. 그 덕에 역대 최장인 9일 만에 주불 진화를 완료했다. 주불 진화와 동시에 재난 사태도 해제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이 산불로 서울 면적의 35% 규모가 소실되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울진군 4개 읍·면, 삼척시 2개 읍·면이 피해 지역으로 확인됐다. 또 주택 353채, 농축산 시설 139개소, 공장과 창고 154개소, 종교시설 등 31개소 등 총 643개소가 소실됐다. 33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피해 영향구역은 울진 1만8463㏊, 삼척 2460㏊ 등 총 2만923㏊이다.

이재민, 시간 지나도 산불 '상처' 남아

큰 규모의 산불로 많은 사람들이 삶의터전과 생계수단을 잃었다. 사진은 김부겸 당시 국무총리가 이재민 임시숙소를 둘러보는 모습. / 사진=뉴시스(총리실 제공)
큰 규모의 산불로 많은 사람들이 삶의터전과 생계수단을 잃었다. 사진은 김부겸 당시 국무총리가 이재민 임시숙소를 둘러보는 모습. / 사진=뉴시스(총리실 제공)

울진 산불로 많은 주민이 생계 수단과 삶의 터전을 잃었다.

송이버섯을 생산하는 소나무 숲이 대부분 파괴돼 울진군의 송이 생산량이 70%나 줄었다. 이에 따라 지난 2022년에는 본죽, 죽이야기 등에서 송이버섯이 들어간 메뉴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산불 발생 1년 후 울진 송이 산불 피해 대책위원회 회원은 MBC와의 인터뷰에서 "40~50년 뒤에 소나무림이 형성돼도 송이 포자 자체가 다 죽어버려 그때 다시 송이가 날지 그건 불확실하다"고 산불 피해로 인한 송이 농가의 막막함을 토로했다.

산불로 집을 잃은 울진 지역 이재민 164세대는 1년여 동안 임시주택에서 생활했다. 이재민들은 "산불 이후 집세가 비싸져 갈 데가 없어졌다"고 호소했다. 또 산불은 어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산불 후 도루묵 생산량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갯바위에 검게 달라붙어 있어야 할 미역도 채취할 수 없었다.

'건조한 땅'과 '강한 바람'이 산불 키워

산불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3월에는 땅이 건조해 산불이 많이 발생한다. 사진은 산불지연제를 뿌리는 헬기의 모습. / 사진=뉴시스
산불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3월에는 땅이 건조해 산불이 많이 발생한다. 사진은 산불지연제를 뿌리는 헬기의 모습. / 사진=뉴시스

막대한 규모의 피해를 일으킨 이 산불은 화재 원인이 분명하지 않다. 산림청은 도로변에서 화재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담배꽁초에서 화재가 시작됐을 것으로 예상했다. 인근을 지나간 차량의 차주와 운전자 참고인 조사, 차량 블랙박스 확보, 경찰 협조 등을 통해 분석했지만 특이점을 찾지 못했다.

원인에 대해서는 가설만 있는 상태다. 길가에 버려진 페트병이 햇빛에 투과하며 돋보기 역할을 해 한 점에 열이 모여 불이 났다는 가설도 있다. 그러나 3월 초라는 시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발화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이 산불은 '원인 미상'으로 기록됐다.

불이 크게 번진 데는 겨울 가뭄이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상청 기후변화 감시과는 "산불 발생 전부터 실효습도가 낮고 누적 강수량과 토양 수분량이 적었으며 건조 일수, 무강수 일수가 많아 매우 건조한 상태였다"며 "발생 당시 강한 서풍뿐 아니라 해륙풍의 영향으로 바람의 방향이 수시로 바뀌면서 진화에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3월은 산불 위험이 가장 큰 달이다. 최근 10년간 이 달에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했으며 그 비중은 무려 37%에 달했다. 올해도 초봄에는 고온과 강풍이 잦은 날씨에 야외 활동 증가로 인한 실화가 겹치며 산불이 급증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