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 절차에 속도를 내면서 실거래가가 오름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의도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시범아파트 시공권을 놓고 대형건설업체들이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여의도에서 현재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단지는 대교아파트와 한양아파트 등 2곳이다. 서울시 신속통합 자문사업 1호 대상인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지난달 15일 시공사로 삼성물산이 선정돼 착공 전 단계에 돌입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에서 시공사로 선정됐다.
최근 눈에 띄는 속도전은 삼익아파트에서 나타난다. 삼익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 사업시행자는 이달 2일 소방·법률 자문·감정평가·지하안전평가·환경·재해·교통영향평가 등 총 7개 분야 협력업체 선정 입찰을 일괄 공고했다. 이는 내년 사업시행계획 인가와 시공사 선정을 목표로 정비사업 계획 결정을 앞두고 빠른 통합심의를 염두에 둔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신속통합기획의 핵심으로 꼽히는 통합심의는 개별 심의를 묶어 동시에 처리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건축·교통·환경 등 다수 심의를 각각 받아야 해 통상 2년 이상 걸렸지만, 통합심의를 적용하면 6개월 안팎으로 기간이 크게 단축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비사업 인허가 체계를 과감하게 바꿔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고 선언한 이후 여의도 일대에서는 실제 통합심의를 통과하는 단지가 잇따르며 정책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13일 '제11차 정비사업통합심의위원회'에서 시범아파트 재건축 계획안을 조건부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시범아파트는 여의도동 50번지 일대 2493가구 규모, 최고 60층 초고층 단지로 재탄생하게 된다.
'래미안-디에이치-써밋' 여의도 수주전 본격화
통합심의 통과로 시범아파트는 2026년 상반기 사업시행인가 확보를 목표로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동시에 대형사들의 경쟁이 본격화됐다.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 등 국내 톱3 건설업체들이 일제히 물밑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이미 대교아파트 시공권을 확보해 시범아파트까지 수주할 경우 '래미안 여의도 브랜드 타운'을 구축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한양아파트 수주에 이어 시범아파트까지 확보하면 '디에이치' 브랜드의 강남·여의도 양축 고급 주거 벨트를 완성할 수 있다. 대우건설은 2023년 공작아파트 재건축 수주로 여의도 입지를 선점해 '써밋' 브랜드를 강조하며 수년간 공을 들여왔다.
사업 추진 기대감은 실거래가 상승으로 직결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교아파트 전용 95㎡는 지난달 6일 32억7000만원(5층)에 거래됐다. 지난 9월 동일면적 30억원(8층)에서 두달만에 2억7000만원 상승했다.
삼부아파트 전용 77㎡는 지난달 6일 39억원(10층)에 거래돼 지난 7월에 거래된 동일면적 36억원(7층)대비 3억원 상승했다. 한양아파트 전용109㎡는 지난 10월 28일 34억원(8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갱신했다.
시범아파트는 지난달 22일일 전용 118㎡ 38억원(4층)에 거래됐다. 지난 9월(35억8000만원) 실거래가보다 2억2000만원 상승했다. 다만 변수도 있다. 정부가 10·15 대책에서 대출규제 강화 기조를 재확인한 데다 내년 지방선거 결과가 서울시 정비정책의 향배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여의도 재건축은 신통기획이라는 서울시 정책 드라이브가 핵심인데 서울시장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는 내년 지방선거가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며 "만약 정책 기조가 원점 재검토로 돌아가면 재건축 사업이 일시적으로 올스톱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책 방향만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공급 확대와 정비 수요 완화에 실질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