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전경.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전경. / 사진=삼성전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글로벌 주요국들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도 친환경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외국 기업들이 넷제로 달성을 위해 고객사에까지 RE100(재생에너지 100%) 이행을 요구함에 따라 새로운 규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은 연례 보고서를 통해 2040년까지 고객사를 포함해 모든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원래 2050년까지 였던 목표 시점을 10년 앞당긴 것이다.


ASML은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를 독점하고 있어 업계의 대표적인 '슈퍼을'로 꼽히는 기업이다. ASML이 고객사 공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까지 넷제로 범위에 포함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를 피할 수 없게됐다.

특히 ASML은 원자력 발전을 제외한 순서 재생에너지로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여서 양사의 친환경 전략 이행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ASML 외에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 주요 기업들도 고객사에 넷제로 달성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자체적으로 계획을 친환경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 '신환경 경영전략'을 발표하고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일환으로 2030년까지 ▲공정가스 저감 ▲폐전자제품 수거 및 재활용 ▲수자원 보존 ▲오염물질 최소화 등 환경경영 과제에 총 7조원 이상을 투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부터 탄소중립을 우선 달성하고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을 포함한 전사는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모든 해외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추진한다. 서남아시아와 베트남은 2022년, 중남미 2025년, 동남아·CIS·아프리카는 2027년까지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완료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2050년을 넷제로 달성 시점으로 잡았다. 최근에는 제품 생산 과정에 재활용·재생가능 소재를 제품 생산에 적극 활용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에서 소재를 추출·회수한 뒤 재가공하는 비율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생산품에서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비율을 2025년까지 25%, 2030년까지 3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다.

다만 두 회사의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기업이 요구하는 넷제로 기준은 소비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것도 포함한다. 삼성전자오 SK하이닉스도 이미 자발적으로 RE100에 가입한 상태이지만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없이는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ASML도 최근 연례 보고서에서 "신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전력이 거의 없는 한국에서 계속해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재생 에너지 전환율은 삼성전자 DS 부문은 23%, SK하이닉스는 30%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보급은 정부 정책의 영향이 80%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기업의 노력만으로 절대 달성할 수 없다"며 "미국이 IRA 시행으로 태양광 보급에 속도를 높이는 것처럼 한국도 정부차원에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