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3월27일 동대문야구장에서 MBC 청룡과 삼성 라이온즈 개막전이 열리며 KBO리그가 출범했다. 사진은 KBO리그 개막전. /사진=KTV 유튜브 캡쳐
1982년 3월27일 동대문야구장에서 MBC 청룡과 삼성 라이온즈 개막전이 열리며 KBO리그가 출범했다. 사진은 KBO리그 개막전. /사진=KTV 유튜브 캡쳐

1982년 3월27일. 동대문야구장에서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시구와 함께 KBO리그가 출범했다.

1904년 한국YMCA 창설 책임자로 한국 땅을 밟은 필립 질레트가 대한민국 최초의 야구단인 황성YMCA야구단을 창설하며 한국 야구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78년 만이다.


이후 한국 야구는 고교와 대학 중심의 아마추어 스포츠로 급성장했다. 황금사자기, 청룡기, 봉황대기,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가 열릴 때마다 연일 화제가 되며 동대문야구장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우승한 팀이 고향에 가면 카퍼레이드가 열리고 도지사가 맞이해 반길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아마추어 야구의 인기에 힘입어 1975년 재미교포 사업가 홍윤희씨가 KBO리그를 창단하려 했으나 경제개발에 집중하던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부정적 반응으로 무산됐다. 결국 KBO리그 창단은 제5공화국 출범 직후 국민의 관심을 정치에서 스포츠로 돌리려는 목적 아래 본격 논의됐다.

"정부 지원금 없이 프로화하겠다"… KBO리그의 시작

1982년 3월27일 KBO리그가 출범했다. 사진은 1982년 7월16일 서울종합운동장 야구장 개장 기념 경기가 진행 중인 모습. /사진=서울역사박물관
1982년 3월27일 KBO리그가 출범했다. 사진은 1982년 7월16일 서울종합운동장 야구장 개장 기념 경기가 진행 중인 모습. /사진=서울역사박물관

1979년 12월13일. 대한민국 육군 내 사조직인 하나회의 전두환이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군을 장악했다. 이후 '서울의 봄'으로 민주화 열기가 거세지며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은 광주 시민을 유혈진압하며 11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1주년을 앞둔 1981년 5월 초. 청와대의 수석비서관 11명은 모임을 갖고 "프로스포츠를 출범시켜 정치에 관심이 많은 국민의 의식을 돌리자"며 프로스포츠 창설에 뜻을 모았다.

그 의견은 교육문화담당 수석비서관이던 이상주 비서관이 냈는데 이 비서관은 '혼자 고민하지 말고 스포츠계 인사를 만나보자'라는 생각으로 경남중학교 후배이자 실업야구 롯데 자이언츠를 맡은 박영길 감독과 최순영 축구협회장을 청와대로 호출했다.

이 비서관은 박 감독과 최 회장에게 "광주 사태(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를 스포츠 쪽으로 돌리기 위해 축구와 야구의 프로화를 구상 중이다. 이를 위한 계획을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박 감독은 재미교포 사업가 홍윤희씨가 주도해 만든 야구의 프로화 청사진이 이미 있다고 어필했다.

청와대는 프로화 종목을 정해준 것이 아니었고 구체적인 실현 가능한 계획이 어느 쪽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호출한 것이었다. 여기서 축구계는 경기장 시설 투자 등 프로화 비용으로 무려 139억원을 국비로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반면 야구계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호헌 실업야구연맹 사무국장과 이용일 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이 정부 지원 없이 프로화가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결국 청와대는 축구가 아닌 야구를 먼저 프로화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이 사무국장과 이 사무총장은 각 지역을 연고지별로 분할하고 창간 기업을 물색했다.

'양복 정장에 넥타이 매고'… KBO리그 첫 시구자, 전두환

1982년 3월27일 KBO리그가 출범했다. 사진은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시구를 하는 당시 전두환 대통령. /사진=대통령기록관
1982년 3월27일 KBO리그가 출범했다. 사진은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시구를 하는 당시 전두환 대통령. /사진=대통령기록관

처음에는 그룹 오너의 고향 지역이나 그룹이 위치한 곳 등 각 그룹에게 중요한 지역을 맡긴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그룹 회장들의 애향심을 이용하려고 했던 것. 하지만 MBC, 삼성, 롯데 등을 제외하고 나머지 기업은 연고지와 프로야구 등 생소한 사업에 진출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대부분 고사했다.

이로 인해 프로야구가 좌초될 위기에 놓였는데 느닷없이 삼미가 프로야구에 참여한다고 선언했다. 삼미가 참여하면서 인천을 연고지로 한 프로야구팀이 창단하는 발판이 마련됐다. 호남은 해태제과가 스스로 야구단 창단을 타진해오면서 야구단 창단에 불이 붙었다.

마침내 1981년 12월11일 MBC 청룡(서울), 삼미 슈퍼스타즈(인천), OB 베어스(대전), 해태 타이거즈(광주), 삼성 라이온즈(대구), 롯데 자이언츠(부산) 등 6개 구단이 한국프로야구창립총회에 참가해 프로야구 출범을 공표했다.

1982년 봄 '어린이에게 꿈을, 젊은이에게 정열과 낭만을, 온 국민에겐 건전한 여가 선용을'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KBO리그가 시작됐다.

당시 개막전에 전두환 대통령이 시구한 게 첫 '대통령의 프로야구 시구'였다. 당시 동대문구장에서 진행된 첫 프로야구 경기에 전 대통령은 넥타이에 조끼를 입은 정장 차림으로 시구했다. 경기 결과는 삼성 투수 이선희를 상대로 MBC 청룡의 이종도가 끝내기 만루홈런을 쳐내며 MBC 청룡이 승리를 가져갔다.

KBO리그 초대 우승팀은 OB 베어스다. 정권의 정치적인 목적과 관계없이 KBO리그는 출범 첫해 경기당 평균 관중 5995명, 총 누적관중 144만명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출발했다.

봄의 시작 알리는 'KBO리그' 개막

2024년 현재 KBO리그는 10개의 팀이 9개의 구장에서 경기를 펼친다. 사진은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공식 개막전 한화 이글스와 LG트윈스의 경기를 찾은 야구팬들이 열정적인 응원을 펼치는 모습. /사진=뉴스1
2024년 현재 KBO리그는 10개의 팀이 9개의 구장에서 경기를 펼친다. 사진은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공식 개막전 한화 이글스와 LG트윈스의 경기를 찾은 야구팬들이 열정적인 응원을 펼치는 모습. /사진=뉴스1

현재 KBO리그에는 LG 트윈스(서울), 두산 베어스(서울), 키움 히어로즈(서울), SSG 랜더스(인천), KT 위즈(수원), 한화 이글스(대전), 기아 타이거즈(광주), 삼성 라이온즈(대구), 롯데 자이언츠(부산), NC 다이노스(창원) 등 10개 팀이 뛰고 있다.

출범 이후 단일리그로 운영되던 KBO리그는 1999년 시즌부터 2년 동안 드림-매직 양 리그제로 바뀌었다가 2001년 시즌에 단일리그로 환원돼 오늘에 이르렀다. 현재 KBO리그는 각 팀이 144게임씩 진행해 총 720경기를 치르며 9회 말 이후 동점일 경우 연장전을 펼친다. 연장전은 12회까지 치르는데 12회 말 이후 동점이면 무승부로 처리한다.

KBO리그는 프로스포츠 중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출범 첫해인 1982년 143만명이던 관중은 지난해 800만명을 돌파하며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올해로 출범 43번째 시즌을 맞은 KBO리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KBO리그는 지난 23일 개막전에서 5개 전 구장 매진을 기록하며 힘차게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