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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학들이 의과대학 수업을 8일부터 재개한다. 집단 수업 거부에 대응한 '버티기'가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수업을 더 미루면 학생들은 집단 유급에 처하고 본과 4학년은 졸업하지 못해 의사 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8일 뉴시스에 따르면 경북대와 전북대는 8일부터 의대 수업을 재개한다. 가톨릭대와 가톨릭관동대는 오는 15일, 강원대는 오는 22일, 중앙대는 다음 달 1일을 수업 재개 날로 잡았다. 집단행동은 지난 2월20일 이후 8주차에 접어들었다.
대학가에서는 당초 계획했던 수업일수와 의사 국가고시 응시 자격 요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더는 수업을 미룰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대학 수업일수를 연간 최소 30주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의대는 이보다 더 수업일수가 길다. 본과 3~4학년 임상실습 기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등교육법 등에 따라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의학교육 평가인증'을 얻지 못한 의대는 졸업생이 의사 국가고시를 치를 수 없다. 의학교육 평가인증 상 임상실습 기간은 총 52주, 주당 36시간 이상이어야 한다. 경북대는 본과 3학년에 40주, 본과 4학년에 16주로 56주의 임상실습 교육과정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집단행동 여파로 학사 일정을 새로 세웠다. 올해 본과 3학년에게 실습을 위해 남은 시간은 30주뿐이다. 대신 수업을 9시간으로 늘려 38주차에 해당하는 수업 시수를 확보하려는 방침이다. 수업을 진행하지 않아 의평원에서 정한 인증기준에 미달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학 측은 '고육지책'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이대로 수업을 계속 미루면 집단 유급의 책임이 대학에 돌아갈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온라인 쌍방향 수업은 물론 화상 녹화 수업, 급기야 '자료를 온라인에서 다운로드받은 기록'만 있다면 출석까지 인정하겠다는 태세다. 교육부도 온라인 수업을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대 관계자는 "학장이나 병원장, 그리고 총장의 의무는 의대생들이 교육 현장에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라며 "학생 일부만 데리고 가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고 한 명이라도 피해를 봐선 안 된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의대생들이 돌아오도록 유도해 정부 시책에 협조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날은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32개 대학이 교육부에 교육여건 확충을 위한 재정 지원 수요 신청도 마감하는 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에 한 국립대 총장은 "의료계에선 총장들을 일컬어 정부의 사냥개라고 칭하는데 우리가 무슨 힘이 있나"라며 "정부가 의료계와 대화를 서둘러야 한다"며 정부에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수업을 재개하는 것만으로는 의대생들이 돌아올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반응이 많다. 전공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대화 물꼬를 텄지만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