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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는 아스팔트 열기와 축축한 습기를 피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면 지도를 펼쳐 가장 북쪽을 살펴보자. 금강산 자락과 푸른 동해가 맞닿은 강원도 고성이 그곳에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삼복에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서늘한 바람이 부는 곳. 한국 관광공사가 지친 몸과 마음에 시원한 쉼표를 찍어주는 고성의 보석 같은 휴식처를 추천했다.
금강산의 비경, 버섯바위(신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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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은 민족의 명산 금강산을 품은 땅이다. 화암사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를 따라 1시간 남짓 오르면 금강산 일만이천봉의 남쪽 끝자락, 신선봉에 닿는다. 이곳의 진짜 매력은 신선봉 남쪽, 울산에서부터 금강산이 되겠다고 걸어오다 자리를 잡았다는 전설 속 울산바위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버섯바위'에 있다.
최근 SNS를 통해 비경이 알려지며 탐방객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아는 사람만 아는 숨은 명소다. 거창한 등산 준비는 필요 없다. 1.2km의 가파른 '등산하는 길'과 2km의 완만한 '산림치유 길' 중 어느 쪽을 택하든 맨눈으로 금강산의 속살을 보며 걷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바위 너머로 병풍처럼 펼쳐진 울산바위의 압도적인 풍광 앞에서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식혀보자.
천년고찰 화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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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시대에 창건된 천년고찰 화암사는 금강산 8만 암자 중 가장 남쪽에 있는 첫 번째 사찰로 알려져 있다. 산세를 해치지 않고 자연과 조화를 이룬 아담한 전각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이곳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은 전통찻집이다. 통유리창 너머로 시루떡 바위, 수바위 등 기암괴석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시원한 에이드 한잔과 달콤한 한과를 곁들이며 금강산의 정기를 오롯이 느끼는 시간, 이보다 더 완벽한 쉼이 있을까.
BTS 성지 능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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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이 화보를 촬영하며 전 세계 팬들의 성지가 된 능파대는 고성의 또 다른 얼굴이다. 해안을 뒤덮은 거대한 바위 군락은 마치 벌집이나 치즈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원래 바다 위 암초였던 것이 모래가 쌓여 육지와 연결된 이곳은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탐방로를 따라 걸으며 자연이 빚어낸 거대한 예술작품 속에서 인생 사진을 남겨보자.
한적함의 미학, 자작도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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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이는 피서지가 부담스럽다면 자작도해수욕장이 정답이다. 편의시설이 많지 않아 한여름에도 비교적 한적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수심이 얕고 파도가 잔잔해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기암괴석이 많고 물이 맑아 스노클링 명소로도 입소문이 났다. 시원한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를 구경하다 보면, 도시의 소음과 스트레스는 파도 소리에 실려 멀리 사라진다.
최북단 항구 대진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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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북단 항구 대진항은 고성 여행의 마침표를 찍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사계절 내내 문어가 잡히는 이곳 수산시장에서는 갓 잡은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바다 위를 걷는 듯한 해상공원과 알록달록한 방파제, 귀여운 문어 캐릭터 '대무너즈' 조형물은 항구에 또 다른 매력을 더하는 볼거리다. 활기찬 어촌의 풍경 속에서 여행의 마지막 아쉬움을 달래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가슴 가득 담아 돌아올 채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