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와 카이스트를 비롯해 전국 주요 명문대 학생 300여명이 가입한 대학생 연합 동아리에서 집단 마약투약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5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에서 대학생 연합동아리를 이용한 마약 유통조직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1
서울대와 카이스트를 비롯해 전국 주요 명문대 학생 300여명이 가입한 대학생 연합 동아리에서 집단 마약투약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5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에서 대학생 연합동아리를 이용한 마약 유통조직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1

서울대와 카이스트 등 전국 주요 명문대 학생 300여명이 가입한 전국 2위 규모 대학생연합동아리에서 집단 마약 투약 사건이 벌어졌다.

5일 뉴스1에 따르면 이날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남수연)는 연합 동아리 회장 30대 A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또 범행 가담 정도에 따라 동아리 임원·회원 5명 중 3명을 구속기소했고 2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단순 투약 대학생 8명은 전력과 중독 여부,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해 조건부 기소유예를 선고했다.


주범으로 알려진 A씨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는 카이스트 대학원에 재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지난 4월17일 이미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공문서 변조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약 300명의 회원이 해당 동아리에서 활동했으며 이들 중 참석율이 높은 인원은 동아리 임원들에게 마약을 권유 받았고 이내 중독 상태에 빠져 마약을 구매했다. 사진은 명문대생들간의 친목 동아리에서 마약 카르텔이 된 회원들의 활동 사진과 인스타그램 홍보문구./사진=뉴스1(서울남부지검 제공)
검찰 조사에 따르면 약 300명의 회원이 해당 동아리에서 활동했으며 이들 중 참석율이 높은 인원은 동아리 임원들에게 마약을 권유 받았고 이내 중독 상태에 빠져 마약을 구매했다. 사진은 명문대생들간의 친목 동아리에서 마약 카르텔이 된 회원들의 활동 사진과 인스타그램 홍보문구./사진=뉴스1(서울남부지검 제공)

검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1년 동아리를 결성했다. 검찰은 "당초 목적은 뛰어난 외모에 교우관계가 원만한 명문대생들 간의 친목 도모였다"고 밝혔다.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동아리를 홍보했다. 그는 외제차·고급 호텔 등을 무료 혹은 저가로 이용할 수 있는 점을 내세워 회원모집에 나섰고 명문대 재학생들을 직접 면접해 선발했다. 동아리 회원들은 서울대·고려대 등 수도권 주요 명문대 14곳에 다니는 학생들이었다.

A씨는 호화로운 술자리·풀 파티 등에 개최하는 방법으로 많은 대학생들을 현혹했고 단기간에 전국 2위 규모(약 300여명)의 연합동아리를 구축했다. 그러나 A씨가 회원들을 현혹하기 위한 미끼는 마약을 판매한 수익으로 제공한 것이었다.


A씨는 동아리 임원 B씨, C씨 등과 함께 참석률이 높은 회원들을 선별해 별도 행사에 초대했고 음주 자리에서 액상 마약을 권유했고 투약에 응한 회원들은 이내 다양한 마약에 중독됐다. A씨 등은 마약에 중독된 이들에게 텔레그램·암호화폐 등을 통해 마약을 판매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A씨 등이 2023년 1년간 암호화폐로 거래한 마약 매매대금은 최소 1200만원 이상일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A씨가 마약을 공동구매 형식으로 싸게 구매한 뒤 회원들에게 공동구매 형태로 1회 투약분씩 판매했다"며 "마약 1회 투약분을 10만원 정도에 사 와 회원들에게 15~20만원가량에 팔았다"고 말했다. 이어 "암호화폐뿐 아니라 무통장입금, 현금, 세탁된 코인 거래까지 고려하면 충분히 수익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단순 마약 투약 혐의로 붙잡혀 1심 재판을 받던 A씨를 수사하던 중 수상한 거래내역을 포착했다. 이에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계좌·가상자산 거래내역 등을 추적한 결과 조직적 마약 판매 행위를 발견했다.

검찰 관계자는 "A씨와 여자친구가 호텔에서 마약을 투약하던 중 '배드트립'이라는 환각 부작용에 빠져 난동을 부리다가 현행범 체포됐다"며 "처음에는 단순 투약 사건이었지만 공판 과정에서 계좌 거래내역을 살펴봤더니 동아리 회원들로부터 거의 똑같은 금액을 송금받는 등 무언가를 사고판 것 같은 의심이 들어 수사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A씨가 운영하는 동아리의 진입 장벽이 낮은 것이 회원모집의 유인이 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회비가 통상 10만 원 미만으로 운영돼 진입장벽이 매우 낮았다"며 "고급 호텔이나 파인다이닝 등 때문에 고가일 것 같지만 누구나 부담 없이 낼 수 있는 금액이었기 때문에 회원모집의 유인이 됐다"고 답했다.

또 "서울의 아파트를 임차해 '○○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며 언제든지 잠도 잘 수 있게 했다"며 "동아리 내부에서 발생하는 법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고문 변호사와도 계약을 체결하는 등 잘 짜인 조직이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A씨의 동아리가 범죄 단체와 연루됐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