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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시대 개화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데이터 처리량이 방대한 AI 구현을 위해 초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AI에 대한 기대감이 과장됐다며 '거품론'을 제시하고 있지만 AI 인프라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조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새로운 변화에 발맞춰 AI 반도체 전략에 힘을 실으며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HBM 제조사 3곳 중 2곳이 한국기업… 경쟁력 입증
AI 반도체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제품은 고대역폭메모리(HBM)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고성능 제품이다. 챗GPT를 비롯한 초거대 AI 경쟁과 함께 초고성능 컴퓨팅이 필수 요건으로 떠오르면서 고용량 데이터 처리에 최적화된 HBM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글로벌 HBM 시장은 지난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연평균(CAGR) 100%씩 성장해 300억달러(41조원)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현재 HBM을 제조 기술력을 가진 업체는 한국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 등 3곳이다. 가장 앞서있는 곳은 SK하이닉스다. 시장조사업체 트렌스포스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50%, 삼성전자가 40% 안팎을 각각 점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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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한 이후 1세대(HBM)부터 5세대(HBM3E)에 이르는 동안 선두 경쟁력을 유지하며 미국 인베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에 사실상 독점적인 공급업체 입지를 구축했다. 현재 엔비디아에 HBM3E 8단 제품을 납품하고 있으며 9월 말부터 12단 제품 양산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도 뒤를 바짝 쫓고 있다. 4세대 제품은 HBM3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한 데 이어 최근 HBM3E 8단 양산을 시작, 고객사 납품을 진행 중이다. HBM3E 8단 제품은 AMD 등에 공급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HBM3E 12단 역시 양산 램프업 준비를 마친 뒤 복수의 고객사들 요청 일정에 맞춰 하반기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 내 HBM3E의 매출 비중이 4분기 60%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는 6세대 제품인 HMB4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4를 내년 양산할 예정이다. 12, 16단으로 공급되며 용량은 최대 48GB까지, 데이터 처리 속도는 초당 1.65TB 이상으로 성능이 발전한다. 삼성전자도 내년 말 HBM4 양산을 목표로 한다. 기존 제품보다 전력 효율성을 40% 끌어올리고 지연 속도를 10%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
넥스트 HBM도 선도한다… 기술개발 박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을 넘어 다양한 AI 반도체 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주도권을 잡는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것은 '컴퓨터 익스프레스 링크(CXL)' 기술이다. CXL은 중앙처리장치(CPU)와 시스템온칩(SoC), 그래픽처리장치(GPU),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등 여러 장치 간 직접 통신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삼성전자는 2019년 AMD, 엔비디아, 구글, 인텔 등 CXL 컨소시엄을 결성한 초기 15개 이사회 멤버사 중 하나로 2022년 5월에는 세계 최초로 CXL 1.1 기반의 CXL D램을 개발한 데 이어 지난해엔 업계 최초로 CXL 2.0을 지원하는 128GB CXL D램을 선보였다.
지난해 말에는 ▲삼성 CMM-D ▲삼성 CMM-DC ▲삼성 CMM-H ▲삼성 CMM-HC 등 4종의 상표를 출원했다. 지난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랠리에 본사를 둔 소프트웨어 기업인 레드햇과 CXL 메모리 동작 검증에 성공한데 이어 올해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내 자체 연구시설인에 레드햇이 인증한 CXL 인프라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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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2022년 8월 PCIe 5.0 및 1a나노 DDR5 24Gb을 사용한 96GB CXL 메모리 샘플을 개발한 데 이어 같은해 10월 업계 최초로 CXL 메모리에 연산 기능을 포함시킨 컴퓨테이셔널 메모리 솔루션(CMS) 개발에 성공했다. 올해 8월 CXL 2.0 메모리를 소개했으며 현재 주요 고객사와 시스템 연동을 체크하는 이네이블링(인증)을 진행, 조만간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AI 낸드 개발도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업계 최초로 1테라비트(Tb) 용량의 쿼드러플레벨셀(QLC) 방식 9세대 수직형 낸드 양산에 성공했다. 9세대 QLC는 이전 세대 QLC 제품 대비 쓰기 속도가 100%, 데이터 입출력 속도는 60% 개선됐고 데이터 읽기, 쓰기 소비 전력도 각각 약 30%, 50% 감소했다. 데이터 보존 성능도 이전 제품보다 약 20%가량 높였다.
업계 최고 성능∙최대 용량의 PC용 SSD PM9E1도 양산을 시작했다. 8채널 PCIe 5.0 기반 PM9E1에 8세대 V낸드와 자체 설계한 5나노 기반 컨트롤러를 탑재해 온디바이스 AI PC에 최적인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성능을 이전보다 2배, 전력 효율을 30% 끌어올린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SSD 'PEB110'을 개발했다. 신제품은 성능이 2배 향상됐고, 전력 효율은 30% 이상 개선됐다. 현재 글로벌 데이터센터 고객사와 함께 'PEB110'에 대한 인증 작업을 진행 중이며 내년 2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해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