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시즌 처음으로 사령탑에 오른 이범호 감독이 KIA타이거즈의 12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이 감독은 지난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24 신한 SOL 뱅크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5로 승리하며 우승 감독이 됐다. 올시즌을 앞두고 KIA에 사령탑에 오른 이 감독은 데뷔 첫해부터 정규시즌·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머니S는 KIA타이거즈의 감독 이범호를 29일 화제의 인물로 선정했다.
감독 데뷔 시즌에 우승… '감독' 이범호, 쾌조의 스타트
|
이 감독은 올시즌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이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입건되면서 급하게 KIA의 11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당초 KIA의 새 감독을 두고 외부 영입에 대한 추측이 많았지만 구단의 선택은 이 감독이었다.
사실 이 감독은 올시즌 1군 타격코치로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도중 갑자기 지휘봉을 잡았다.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하루빨리 정리하는 것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선수단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감독으로 낙점받았다.
이 감독의 '형님 리더십'의 핵심은 탁월한 소통 능력이다. 정규시즌 내내 선수단과의 끊임없는 소통으로 팀 전체를 지휘했다. 감독의 권위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과 호흡하면서 어수선했던 팀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드는데 주력했다. 정규시즌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에서 선수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우승이 확정된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이 감독은 "선수들 위주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팀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선수들의 성향을 먼저 파악하고 그들이 플레이를 잘 할 수 있게 만들어주면 활발하게 움직일 거라고 생각했다"고 자신의 지도 철학을 소개했다. 이 같은 적극적이고 선수들을 존중하는 리더십은 시즌 도중 선발 로테이션 5명 중 4명이 부상을 당한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꾸준하게 기회를 제공했고 결국 이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올시즌 30(홈런)-30(도루)를 기록하며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김도영도 이 감독의 꾸준한 기용으로 빛을 발한 사례다. 38홈런, 40도루로 올시즌 유력한 최우수 선수 후보로 꼽히는 김도영은 실책도 30개로 정규시즌 최다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김도영의 장점에 주목했고 김도영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선수들과의 허물없는 스킨십도 이 감독의 매력이다. 이 감독은 양현종을 5사 2사 후 마운드에서 내리는 승부사다운 결정을 내렸다. 아웃카운트 1개만 더 잡으면 승리투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던 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양현종에게 다가가 백허그를 하며 자칫 어색해 질 수 있는 분위기를 다잡았다.
올해로 42세인 이 감독은 리그 최연소 감독이다. KBO리그 10개 구단 감독 중 40대 감독은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48)과 이 감독뿐이다. 또 팀 내 최고참인 최형우와는 2살차에 불과하다. 처음 이 감독이 부임했을 때만 해도 김선빈, 양현종 등 이 감독이 현역이던 시절 함께 했던 동료들은 "형"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종종 있을 정도였다. 구단의 선택이 얼마나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 감독은 우승으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7년 만에 다시 들어 올린 트로피… 선수에서 감독으로
|
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였던 이 감독은 7년 만에 팀의 수장으로 변신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 감독은 2000년 한화 이글스에서 데뷔해 국가대표 3루수로 성장했고 '꽃범호'라는 별명을 얻으며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던 2009년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이 감독은 일본 NPB리그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이적해 일본 야구를 경험했다.
두 시즌 동안 일본에서 활약한 이 감독은 국내 복귀를 선언했고 현 소속팀 KIA에 입단했다. 이 감독은 2017년 팀의 11번째 우승 맴버로도 활약했다. 이 감독은 2019년 부상 등을 이유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고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올해로 14년 차 타이거즈맨인 이 감독은 퓨처스 총괄 코치와 1군 타격 코치로 활약하며 지도자 경험을 쌓아왔다. 이 감독은 젊은 지도자 특유의 '형님 리더십'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올시즌은 시작된 이범호식 '믿음 야구'가 내년에도 이어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