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년차 이범호 감독이 KIA타이거즈의 12번째 우승을 성공시켰다. 사진은 올시즌 KIA타이거즈를 이끈 이범호 감독의 모습. /사진=뉴시스
데뷔 1년차 이범호 감독이 KIA타이거즈의 12번째 우승을 성공시켰다. 사진은 올시즌 KIA타이거즈를 이끈 이범호 감독의 모습. /사진=뉴시스

올시즌 처음으로 사령탑에 오른 이범호 감독이 KIA타이거즈의 12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이 감독은 지난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24 신한 SOL 뱅크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5로 승리하며 우승 감독이 됐다. 올시즌을 앞두고 KIA에 사령탑에 오른 이 감독은 데뷔 첫해부터 정규시즌·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머니S는 KIA타이거즈의 감독 이범호를 29일 화제의 인물로 선정했다.

감독 데뷔 시즌에 우승… '감독' 이범호, 쾌조의 스타트

올해 42세 이범호 감독이 김종국 전 감독의 후임으로 KIA타이거즈 11대 감독에 올랐다. 사진은 취임 당시 심재학 단장(왼쪽)과 이범호 감독, 주장 나성범(오른쪽)의 모습. /사진=뉴스1
올해 42세 이범호 감독이 김종국 전 감독의 후임으로 KIA타이거즈 11대 감독에 올랐다. 사진은 취임 당시 심재학 단장(왼쪽)과 이범호 감독, 주장 나성범(오른쪽)의 모습. /사진=뉴스1

이 감독은 올시즌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이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입건되면서 급하게 KIA의 11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당초 KIA의 새 감독을 두고 외부 영입에 대한 추측이 많았지만 구단의 선택은 이 감독이었다.

사실 이 감독은 올시즌 1군 타격코치로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도중 갑자기 지휘봉을 잡았다.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하루빨리 정리하는 것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선수단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감독으로 낙점받았다.

이 감독의 '형님 리더십'의 핵심은 탁월한 소통 능력이다. 정규시즌 내내 선수단과의 끊임없는 소통으로 팀 전체를 지휘했다. 감독의 권위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과 호흡하면서 어수선했던 팀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드는데 주력했다. 정규시즌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에서 선수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우승이 확정된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이 감독은 "선수들 위주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팀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선수들의 성향을 먼저 파악하고 그들이 플레이를 잘 할 수 있게 만들어주면 활발하게 움직일 거라고 생각했다"고 자신의 지도 철학을 소개했다. 이 같은 적극적이고 선수들을 존중하는 리더십은 시즌 도중 선발 로테이션 5명 중 4명이 부상을 당한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꾸준하게 기회를 제공했고 결국 이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올시즌 30(홈런)-30(도루)를 기록하며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김도영도 이 감독의 꾸준한 기용으로 빛을 발한 사례다. 38홈런, 40도루로 올시즌 유력한 최우수 선수 후보로 꼽히는 김도영은 실책도 30개로 정규시즌 최다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김도영의 장점에 주목했고 김도영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선수들과의 허물없는 스킨십도 이 감독의 매력이다. 이 감독은 양현종을 5사 2사 후 마운드에서 내리는 승부사다운 결정을 내렸다. 아웃카운트 1개만 더 잡으면 승리투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던 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양현종에게 다가가 백허그를 하며 자칫 어색해 질 수 있는 분위기를 다잡았다.

올해로 42세인 이 감독은 리그 최연소 감독이다. KBO리그 10개 구단 감독 중 40대 감독은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48)과 이 감독뿐이다. 또 팀 내 최고참인 최형우와는 2살차에 불과하다. 처음 이 감독이 부임했을 때만 해도 김선빈, 양현종 등 이 감독이 현역이던 시절 함께 했던 동료들은 "형"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종종 있을 정도였다. 구단의 선택이 얼마나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 감독은 우승으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7년 만에 다시 들어 올린 트로피… 선수에서 감독으로

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였던 이범호 감독이 7년 만에 사령탑에 올라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사진은 올시즌을 앞두고 전지훈련을 진행 중인 이범호 감독. /사진=뉴스1
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였던 이범호 감독이 7년 만에 사령탑에 올라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사진은 올시즌을 앞두고 전지훈련을 진행 중인 이범호 감독. /사진=뉴스1

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였던 이 감독은 7년 만에 팀의 수장으로 변신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 감독은 2000년 한화 이글스에서 데뷔해 국가대표 3루수로 성장했고 '꽃범호'라는 별명을 얻으며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던 2009년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이 감독은 일본 NPB리그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이적해 일본 야구를 경험했다.

두 시즌 동안 일본에서 활약한 이 감독은 국내 복귀를 선언했고 현 소속팀 KIA에 입단했다. 이 감독은 2017년 팀의 11번째 우승 맴버로도 활약했다. 이 감독은 2019년 부상 등을 이유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고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올해로 14년 차 타이거즈맨인 이 감독은 퓨처스 총괄 코치와 1군 타격 코치로 활약하며 지도자 경험을 쌓아왔다. 이 감독은 젊은 지도자 특유의 '형님 리더십'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올시즌은 시작된 이범호식 '믿음 야구'가 내년에도 이어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