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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 형제(임종윤·종훈) 측과 대주주 3자 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 측이 한미약품 이사 해임·선임안을 두고 임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인다. 국민연금공단과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형제 측 안건에 반대표를 던져 3자 연합의 승리에 무게가 실린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오는 19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임시 주총에 상정된 안건은 이사 박재현·신동국 해임의 건과 이사 박준석·장영길 선임의 건 등이다. 박재현·신동국은 3자 연합 측, 박준석·장영길은 형제 측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업계에서는 이번 표 대결에서 3자 연합 측이 우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사 박재현·신동국 해임안이 부결되며 박준석·장영길 이사 선임에 실패할 것이란 의견이다. 임종윤 한미약품 이사가 주총 철회를 주장한 것도 승리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는 분석이다.
임 이사는 앞서 "경영권 분쟁이 지속하면 주주 신뢰는 물론 회사의 안정적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며 "임시 주총을 철회하고 모든 주주의 신뢰 회복과 의견 수렴을 위한 대화의 장을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현재 시점에서 임시 주총 취소를 검토하거나 번복하기에는 물리적·시간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의결권을 위임한 주주께 매우 면목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사 해임안 반대 의견 잇따라… 가처분 결과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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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형제가 제기한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사 해임을 위해서는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국민연금이 근거 불충분을 이유로 이사 박재현·신동국 해임안에 반대하고 있다. 기존 이사들의 해임을 전제로 하는 이사 박준석·장영길 선임의 건에 대해서도 국민연금은 반대 의견을 냈다. 국민연금은 한미약품 지분 10.0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기관 투자자와 소액주주들도 3자 연합에 손을 들어줬다. 서스틴베스트와 한국ESG평가원 등 국내 의결권 자문사 4곳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이사 박재현·신동국 해임안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자문사들은 부실 경영 또는 불법행위를 주장하는 형제 측의 해임 요구는 불합리하며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의견을 냈다.
한미약품 최대 주주인 한미사이언스(지분 41.42% 보유)는 임시 주총에서 어떤 방향을 의결권을 던질지 오리무중이다. 형제 측은 회사 대표이사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적법한 의사결정 체계를 거치지 않고 형제 측의 사적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의결권을 행사하면 권한 남용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3자 연합 측과 형제 측이 5대5로 가지고 있다.
3자 연합은 의결권 공동행사를 합의한 킬링턴 유한회사와 함께 이달 초 수원지방법원에 임 대표의 독단적인 의결권 행사를 막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법원은 이번 임시 주총 전까지 가처분 신청 내용을 결론 낼 것으로 알려졌다.
3자 연합 측과 킬링턴은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최대주주로 자회사 경영을 지원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번 안건은 보복성 해임, 대표 개인의 사익 달성을 위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표 대결은 올해 들어 이번이 세 번째다. 모녀(송영숙·임주현) 측과 형제 측은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에서 한미약품그룹·OCI그룹 통합과 관련해 맞붙었고 형제가 승리했다. 지난달에는 3자 연합 측과 형제 측이 한미사이언스 이사 선임을 두고 표 대결을 벌였으나 이사회 구성이 5대5로 양분되면서 사실상 무승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