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이니지 콘텐츠 전문 기업 벡트의 주가가 공모가 수준으로 하락했으나 안정적인 실적과 글로벌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의 급성장세에 힘입어 벡트의 장기적인 사업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열린 벡트의 코스닥시장 상장기념 촬영식에 민경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왼쪽서 2번째), 유창수 벡트 대표이사(가운데) 등이 참석한 모습. /사진=한국거래소
디지털 사이니지 콘텐츠 전문 기업 벡트의 주가가 공모가 수준으로 하락했으나 안정적인 실적과 글로벌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의 급성장세에 힘입어 벡트의 장기적인 사업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열린 벡트의 코스닥시장 상장기념 촬영식에 민경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왼쪽서 2번째), 유창수 벡트 대표이사(가운데) 등이 참석한 모습. /사진=한국거래소

디지털 사이니지 콘텐츠 전문 기업 벡트의 주가가 공모가 수준으로 하락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 불확실성이 주가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안정적인 실적과 글로벌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의 급성장세에 힘입어 벡트의 장기적인 사업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벡트는 전날 3910원으로 거래를 마쳐 공모가(3900원)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16일 상장 이후 기록한 52주 최고가(1만640원)와 견줬을 때는 63.3%떨어졌다.


2006년 설립된 벡트는 디지털 사이니지 콘텐츠와 하드웨어를 결합한 원스톱 토탈 비주얼 솔루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파나소닉의 프로젝터 제품 유통으로 시작해 현재는 전자칠판과 발광 다이오드(LED) 전광판 등 하드웨어 제품을 직접 생산·판매하고 있다.

성장가능성이 높은 산업에 기술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벡트는 수요예측 시장에서 흥행했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 밴드(3500~3900원) 상단인 3900원으로 확정했다. 일반 청약 경쟁률은 1170.34대1을 기록했다.

희망공모가의 상단을 기록하며 공모주 청약 흥행에 성공했음에도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파로 인한 교육개혁 정책의 불확실성 증가와 관련이 있다. 윤 정부 교육개혁 핵심 과제인 인공지능(AI) 교과서 도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자칠판과 전자교탁을 제조·공급하는 벡트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 도입 로드맵 조정안'을 지난해 2월 발표했는데 정부 정책 추진력 약화로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AIDT는 교과서가 아니라 교육자료가 돼 참고용으로만 쓰이게 된다.

의무보호예수 기간이 짧아 오늘부터 대규모 오버행 리스크(잠재적 매도 물량 위험)가 가시화된 점도 주가 부진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오늘부터 기관 확약 물량인 3093주가 시장에 풀리기 시작했으며 오는 6월에는 벡트의 최대주주이자 창업자인 유창수 대표 일가가 보유한 881만5000주(상장 주식의 64.31%) 전량이 시장에 풀릴 수 있다.

투자업계에선 벡트가 상승 여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우선 이 부총리는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진행된 '2025년 주요 정책 추진 계획 발표' 브리핑을 통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재의요구권이 행사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AIDT가 통과되면 공공 조달 시장에서 현재 2위 입지인 벡트가 국내 각급 학교 공급용 전자 칠판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견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벡트의 실적도 탄탄하다. 이미 국내에서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한 벡트는 지난 15년동안 단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 일찌감치 확보한 파나소닉 빔 프로젝터의 국내 독점 총판권을 바탕으로 창업 초기부터 이익을 낸 결과다. 공공 조달 시장에서도 매년 수백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다. 외부 투자 없이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온 점은 벡트의 내실 있는 경영을 보여준다.

지난해 역시 이러한 성장 기조를 유지하며 2023년 실적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2023년 연결 기준 매출은 689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490억원이다. 분기 평균 매출로 연환산할 경우 연간 매출이 약 650억원에 이르지만 공공 조달 사업 특성상 4분기에 매출이 집중되는 계절성을 고려하면 지난해 실적은 전년도 매출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장기 전망 역시 밝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은 글로벌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 규모가 지난해 약 201억 달러(한화 약 28조원)에서 2029년 약 273억 달러(한화 약 38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6%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