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26일 오전 7시30분 쯤 경상남도에 위차한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46명이 숨지고 109명이 부상당했다. /사진=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2018년 1월26일 오전 7시30분 쯤 경상남도에 위차한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46명이 숨지고 109명이 부상당했다. /사진=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2018년 1월26일 오전 7시30분쯤 경남 밀양 가곡동 소재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46명이 숨지고 109명이 부상당했다.

대응은 비교적 빨랐다. 하지만 희생자 대부분이 응급실에 입원 중이었던 환자였던 만큼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제대로 대피하지 못해 희생자가 적지 않았다.

빠른 대응에도 사상사 속출… "혼자 대피할 수 없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비교적 빠른 대응이 이뤄졌지만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밀양 세종병원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소방대원들의 모습./사진=뉴시스(사진공동취재)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비교적 빠른 대응이 이뤄졌지만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밀양 세종병원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소방대원들의 모습./사진=뉴시스(사진공동취재)

화재는 이날 오전 7시30분 쯤 세종병원 1층 응급실 부근 시작됐다. 2분 후인 오전 7시32분 소방서에 화재 발생 최초 신고가 접수됐고 인력·장비를 전부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이후 화재 현장과 가까운 소방대가 신고 3분만인 오전 7시35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사고 인지 시각부터 5분 안에 신속한 대응이 이뤄진 셈이다. 실제로 목격자들과 구출된 환자들은 화재 발생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소방차가 도착했다고 증언했다.


오전 9시29분 쯤 초기 진화가 완료됐고 오전 10시20분 완진했다. 빠른 구조작업 시작과 화재 진압에도 병원 특성상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탈출하지 못하면서 유독가스에 그대로 노출돼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 센터 화재가 일어난 지 불과 한 달 만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참사에 대한 예방 및 대응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 옆에… 사명 다한 의료진

화재당시 끝까지 환자 곁에 남아 대피를 돕던 의인들도 있었다. 세종병원에서 사람들을 구조하는 모습./사진=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화재당시 끝까지 환자 곁에 남아 대피를 돕던 의인들도 있었다. 세종병원에서 사람들을 구조하는 모습./사진=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참사 당시 환자들의 대피를 위해 끝까지 환자 옆에 남았던 의료진도 있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 당시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가 각각 한명씩 사망했는데 이들은 화재를 인지한 이후 환자를 대피시키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 4월 밀양 세종병원에서 근무했던 고 김점자씨(간호사), 고 김라희(간호조무사)를 의사자로 인정했다. 의사자는 직무 외 행위로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사망을 일컫는다.


고 김점자씨와 고 김라희씨는 사고 당시 화재가 발생한 사실을 알아차린 후 "불이야"를 외치고 병실을 돌아다니며 환자들을 대피시켰다. 또 거동이 불편했던 환자들을 1층으로 대피시키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이동했지만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엘리베이터는 멈췄고 이들은 결국 질식해 숨을 거뒀다.

또 의사였던 고 민현식씨는 세종병원 응급실에서 당직근무를 하던 도중 화재가 나자 환자들을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질식사했다. 민씨는 본래 세종병원 소속이 아니었으나 지방 병원 응급실의 인력이 부족해 병원 응급실 당직의를 맡았다가 참사를 겪게 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화재 원인은 안전불감증?… 구멍 숭숭 뚫린 법

밀양 세종병원은 인제였다. 현장감식을 하는 모습./사진=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밀양 세종병원은 인제였다. 현장감식을 하는 모습./사진=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건은 비교적 빠른 대응에도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대형참사였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많은 병원의 특성도 있지만 수사 결과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병원의 부실했던 안전관리가 꼽혔다.

소방 당국은 사고 발생 17일 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를 계기로 세종병원에 소방 특별조사를 벌였다. 당시 조사에서 피난기구에 '바닥 고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세종병원은 시정조치를 명령받았다. 소방서 측은 "요양병원 내 환자들은 화재 시 스스로 대피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 여러 명의 부상자, 사망자가 속출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나 끝내 사고는 발생했고 큰 피해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밀양 세종병원 건물은 12차례가 넘는 불법 증·개축으로 시정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밀양시는 세종병원을 상대로 비 가림막 연결통로, 식당 등에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병원 측은 수백만원에 불과한 이행강제금만 내며 영업을 강행했다. 이러한 불법 증·개축은 구조 활동에도 지장을 줬다. 당시 화재 진압 지휘를 맡은 밀양소방서 지휘팀장이 들고 있었던 평면도에는 불법 증·개축 내용이 반영되지 않아 11곳이 다르게 표시돼 있었다.

또 도면에는 1층 중앙계단에 방화문이 있었지만 실제론 방화문이 없었는데 이는 화재 때 유독가스가 중앙계단을 타고 건물 전체로 퍼지게 된 결정적 원인이었다. 당시 김한수 수사본부 부본부장은 "만약 1층에서 유독가스가 차단됐으면 소량에 그쳤을 것이다. 차단이 안 돼 각층으로 연기가 올라가 엄청난 열기가 났고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층짜리 건물에는 스프링클러가 단 한 개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병원은 "건축면적에 따르면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며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기 위해 공사 계획을 수립한 상태"라고 해명해 법 제도에도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밀양 세종병원은 인제였다. 현장감식을 하는 모습./사진=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밀양 세종병원은 인제였다. 현장감식을 하는 모습./사진=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이밖에 환자의 몸이 병상에 결박돼 있어 구조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소방관계자의 증언도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소방관계자는 중환자실 환자의 3~4명을 제외하고 18명 이상의 환자가 결박돼 있었으며 결박을 푸는데 1명당 30초~1분가량 걸려 위험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평소 병원에서 치료 중 환자가 스스로 코 줄을 빼거나 자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체 보호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논란은 일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