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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과 중국산 배터리 강세 영향으로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전기차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ESS(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등 새로운 활로와 국가 차원의 지원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처음으로 동반 적자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손실 2255억원, 삼성SDI는 영업손실 256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 흑자 전환한 SK온도 영업손실 359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냈다.
이차전지 소재 업체들도 불황을 면치 못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402억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영업손실 2910억원으로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다. 포스코퓨처엠 영업이익은 7억원에 머물면서 전년 대비 98% 급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도 악화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 시장 점유율은 18.4%로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3.5%에서 10.8%, SK온 4.9%에서 4.4%, 삼성SDI 4.7%에서 3.3%로 각각 하락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점유율은 2020년과 2021년 30%대를 기록한 이후 계속 내림세다.
이에 반해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내수와 저가 전략을 기반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배터리 시장 점유율 10위 이내 기업 명단에 중국 업체는 6곳이 이름을 올렸다. 합산 점유율은 67.1%이다. 글로벌 1위 CATL은 37.9%, 2위인 비야디(BYD)는 17.2%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기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의 불확실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트럼프 2기 들어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생산 감축에 나섰다.
배터리 업계는 ESS용 배터리 사업에서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미국을 중심으로 태양광 설치가 늘어나고, 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가 필수 시설로 떠오르면서 ESS의 존재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2022년 미국에 ESS 전문 자회사 버테크를 설립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전기차 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ESS 사업 비중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최첨단 안전 시스템을 적용한 ESS 배터리 'SBB 1.5'를 선보였으며 LFP(리튬인산철) 기반 ESS를 개발 중이다. SK온은 북미 중심의 ESS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국회와 정부도 국내 배터리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한국판 'IRA'(인플레이션감축법)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의 개정 법률안'이 발의된 것이 대표적이다. 해당 법안은 현행법이 배터리 제조와 같은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세액공제를 법인세 공제 한 가지 방식으로만 규정하는 것이 아닌 직접 현금 환급이나 제3자 양도 방식으로 보완한 것이 핵심이다. 정부도 배터리 등 첨단산업을 지원하는 30조원대 기금인 '첨단전략산업기금'(가칭)을 산업은행에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