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국내 출시 지연이 우려된다. 사진은 엑스코프리 모습. /사진=SK바이오팜
SK바이오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국내 출시 지연이 우려된다. 사진은 엑스코프리 모습. /사진=SK바이오팜

미국에서 성과를 낸 SK바이오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국내 출시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품목허가 절차가 시작됐으나 약가 책정 등의 문제가 남아 있어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동아에스티는 최근 식약처에 세노바메이트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지난해 1월 SK바이오팜과 세노바메이트 라이선스 인 계약을 체결한 지 약 13개월 만이다. 동아에스티는 SK바이오팜으로부터 세노바메이트 완제의약품(DP) 생산 기술을 이전받아 국내외 30개국 허가와 판매, DP 생산 등을 담당하고 있다.


세노바메이트는 미국에서 '엑스코프리'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 뇌전증 신약이다. 지난해 1월 2만6283건이었던 월별 처방 건수가 같은 해 12월 3만5516건으로 35.1% 성장했을 정도로 현지에서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지난해 분기별 엑스코프리 매출을 살펴봤을 땐 1분기 909억원에서 4분기 1293억원으로 42.2% 늘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2분기 엑스코프리 매출만으로 회사 전체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를 넘기며 이익 성장 구간에 돌입하기도 했다.

세노바메이트는 경쟁약보다 효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노바메이트는 다른 3세대 항경련제와 달리 이중 작용기전을 통해 신경세포 신경전달을 정상적으로 조절해주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뇌전증 학회에서 발표된 동북아 임상 3상 결과 400mg 투약군에서 52.4%의 발작 완전소실 효과를 나타냈다. 기존 글로벌 블록버스터 약물이었던 빔팻의 발작 완전소실 효과(4.8%)보다 뛰어난 수준이다.

제약사도 돈 벌어야… 수익성 확보 여부 관건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국내에서도 뇌전증 환자들이 세노바메이트를 통해 치료 효과를 누려야 한다는 시각이 많으나 한국에 제품이 출시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의 파트너사 동아에스티가 식약처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넘어야 할 과정이 남은 탓이다. 업계에서는 세노바메이트 출시 시점을 2027년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출시 시점은 더 늦어질 수 있다.

세노바메이트 국내 출시 지연 이유로 약가 책정 문제가 꼽힌다. 세노바메이트 한 알 가격은 미국에서 약 5만원, 프랑스에서 약 3500원 수준이다. 한국에서는 프랑스보다도 세노바메이트 가격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은 신약의 약가를 대체약품 유무에 따라 결정한다. 대체약품이 존재하면 대체약품의 약가와 시장 점유율을 반영한 가중평균가로 신약 가격을 정한다. 대체약품이 없는 경우엔 건강보험공단과 개별 협상을 통해 약가를 매긴다. 국내 출시된 신약 대부분이 대체약품 가중평균가의 90% 이하로 약가가 책정되는 점을 감안, 세노바메이트 약가 역시 대체약품 가중평균가 이하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신약을 출시하기 어렵다. 이 이유로 약가가 적정 수준 이상으로 책정될 때까지 세노바메이트 상용화를 미룰 가능성이 존재한다. 신약 효과가 우월한 경우 경제성 평가를 통해 약가 우대를 받을 수 있지만 현재까지 국내에서 만성질환 치료제가 경제성 평가를 거쳐 약가를 우대받은 사례는 없다.

업계 관계자는 "지나치게 낮은 약가가 책정될 경우 제약사의 수익성이 낮아져 출시가 지연될 위험이 있다"며 "이로 인해 환자들은 고가의 비급여 약가로 경제적 부담을 지거나 치료제 접근성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