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미포가 건조해 인도한 LNG(액화천연가스) 벙커링선. /사진=HD한국조선해양 제공
HD현대미포가 건조해 인도한 LNG(액화천연가스) 벙커링선. /사진=HD한국조선해양 제공

미국이 자국 항구에 입항하는 중국산 선박에 고액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대중 제재 범위를 조선업까지 확장할 방침이다. 미국의 이번 규제로 중국 선박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선사의 선박이나 중국 제조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때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규제는 다음달 24일 공청회 등을 거쳐 시행 시기 등이 확정될 예정이다.


추진 방안에는 중국산 선박을 이용하는 선사에 최대 150만달러(약 21억5000만원)의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 선사의 특정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때마다 선박당 최대 100만달러(약 14억원) 또는 선박 용적물 t당 최대 1000달러(약 144만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 역시 검토되고 있다.

또 중국산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하면 해당 해운사의 중국산 선박 보유 비율에 따라 ▲0% 초과 25% 미만은 50만 달러(약 7억 원) ▲25% 이상 50% 미만 70만 달러(약 10억 원) ▲50% 이상은 100만 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미국의 강력한 조치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실시한 중국의 산업 관행에 대한 조사에 따른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USTR이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특혜와 보조금을 통해 글로벌 조선 산업 점유율을 2000년 약 5%에서 2023년 50%를 넘기는 수준까지 성장시켰다. 같은 기간 한국과 일본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고 미국 점유율은 1% 이하로 떨어졌다.


한화오션  ‘레브레사’호 운항 모습.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 ‘레브레사’호 운항 모습. /사진=한화오션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초강수를 두면서 국내 조선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는 의견이 나온다. 글로벌 해운사 입장에선 중국 대비 낮은 수수료와 우수한 건조 능력을 갖춘 한국 선박을 발주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본래 한국 조선소 대비 20% 저렴한 가격에 수주를 진행, 가성비 전략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물량 공세를 펼치며 글로벌 우위를 점해왔다.

실제 최근 중국 조선소를 찾은 글로벌 해운사가 한국 조선소로 발길을 옮긴 사례도 속속 나온다. 세계 5위 해운사인 독일 하파크로이트가 중국 조선소에 발주하기로 한 옵션 물량인 LNG(액화천연가스)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6척을 중국 조선사 대신 한화오션에 맡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의 중국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방향을 튼 것으로 해석된다.

이장현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미국의 강도 높은 대중 제재는 국내 조선업계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박 특성상 발주에서 인도까지 2~3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의 수혜를 예단하기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이 교수는 "1년 뒤 주문 상황을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조선업이 초호황 시기를 맞이하면서 지난해 국내 조선 '빅3'로 불리는 HD한국조선해양·한화 오션·삼성중공업이 13년 만에 동반 흑자를 기록했다. 한미 조선업 협력 확대 가능성 등 여러 호재에 힘입어 올해 역시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