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 기업의 근본 경쟁력을 키우는 데에 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제공=GS칼텍스

GS그룹 오너가 4세 허세홍 사장이 GS칼텍스 경영 전면에 나선지 7년이지만 기업의 본원 경쟁력 강화와 체질 개선 측면에서는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정유 사업에 대한 의존이 지속되는 가운데 신사업 확장과 투자 전략은 효과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9년 GS칼텍스 수장 자리에 오른 허 사장은 GS가 4세로는 처음으로 핵심 계열사 사장 자리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으나 기대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정유 부문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반면 신성장 동력은 뚜렷히 보이지 않는다. GS칼텍스의 정유 사업 의존도는 약 80%다.

비정유 사업 확대가 절실한 상황에서 추진된 여수 올레핀 생산시설(MFC)은 2조7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으나 수익성 확보에 실패해 재무 부담만 가중시켰다. 총차입금은 MFC 투자 영향을 받은 2020년 이후 5조원대에서 7조원대로 증가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 신사업 역시 수익 창출 및 시장 지배력 확보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 결여돼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GS칼텍스의 시장 경쟁력 저하로 직결됐다. 지난해 경쟁사인 S-OIL과 HD현대오일뱅크은 매출 반등에 성공했지만 GS칼텍스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SK이노베이션 역시 매출이 감소했으나, 정유 부문 비중이 약 50%에 불과한 데다가 배터리 등 신사업 확장에서의 성장통을 감안하면 사실상 GS칼텍스가 가장 부진하다는 시각이다. 경쟁사들이 고도화 설비나 신사업을 통해 업황난에 대응해 온 만큼 실적 저하를 외부 환경 탓만 할 수는 없다.

GS칼텍스 경영을 맡기 전 허 사장이 대표를 맡았던 GS글로벌에서도 수익성 위주의 내실 경영보다 외형 성장에 치중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부임한 지 2년 만에 GS글로벌 매출을 2배 이상 끌어올렸으나 영업이익률은 떨어지고 매출원가는 증가하는 등 수익 구조가 악화됐다.


GS글로벌 매출은 ▲허 대표 부임 이전인 2016년 2조5537억원이었으나 ▲2017년 3조3873억원 ▲2018년 4조582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2016년 1.43% ▲2017년 1.42% ▲2018년 1.38%까지 떨어졌다. 매출원가도 ▲2016년 2조4482억원 ▲2017년 3조2473억원 ▲2018년 3조9197억원으로 상승, 2017~2018년 사이의 매출원가 증가폭(20.7%)은 매출(19.8%)보다도 컸다.

제조 부문의 생산능력 지표마저 공개되지 않으면서 구조 개선이 미진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생산능력, 가동률, 생산실적 등으로 구성된 해당 지표는 설비투자 대비 실효 생산능력을 가늠하는 핵심 기준이다. 비공개 시 기업의 생산력에 대한 합리적 평가가 어렵다. 당시 사업보고서는 고객사 수요 기반의 수주성 프로젝트성 사업이라 생산 능력 산출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관련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 유사 업종 기업이 생산 능력 수치를 공개 중인 가운데 수익성 악화 시기와 맞물린 지표 비공개는 정보 투명성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힘을 쏟았던 자원개발 사업은 손실을 남겼다. 허 사장은 인도네시아 BSSR 석탄광산 투자로 수익을 기록했지만 미국 오클라호마 네마하 광구 사업에선 2019년 약 403억원, 2020년에는 약 202억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최대 과제로 꼽혔던 자회사 GS엔텍의 상장 실패도 허 사장 체제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 꼽힌다. 재무적 투자자들이 상장 대신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GS글로벌은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들여 지분을 회수해야 했다.

한편 GS가 4세 중 맏형인 허 사장은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부인은 주방·생활가전 '쿠첸'으로 알려진 부방그룹의 둘째딸 이희정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