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국제 모터쇼에 출품된 닛산의 한 자동차. 2025.3.24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경영 악화를 겪고 있는 일본 자동차회사 닛산이 국내외에서 1만1000명의 인력을 추가 감축할 계획이라고 일본 공영 NHK방송이 13일 보도했다.

이는 닛산이 2025년 3월에 끝나는 회계연도에 약 7500억 엔(약 7조2000억 원)의 순손실을 보면서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미국과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과 전기차 시장의 경쟁 심화, 브랜드 가치 하락과 신차 출시 지연 등 여러 악재가 겹친 결과다.

결국 닛산은 기존에 발표했던 9000명 감축 계획에 더해 추가로 1만1000명을 더 감축해 전체 직원의 15%인 총 2만 명을 내보내는 내용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

닛산은 이미 지난해 11월 전 세계 생산 능력을 20% 축소하고 태국 등 3개 공장을 폐쇄하며 기타큐슈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설립 계획도 철회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닛산은 13일로 예정된 결산 기자회견에서 이번 추가 구조조정 방침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경영 환경이 한층 악화한 가운데 생산 체제 효율화와 상품 경쟁력 강화를 통해 수익 창출이 가능한 경영 체질을 구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NHK는 지적했다.

닛산은 미국과 중국에서 판매 부진이 계속되면서 생산 설비 과잉 문제를 겪고 있었다. 닛산은 전 세계에서 연간 약 500만 대를 생산할 여력이 있으나 지난해 실제 생산량은 304만 대에 그쳤다.

닛산자동차가 우치다 마코토 사장을 해임하고 멕시코 출신의 이반 에스피노사 최고상품기획책임자(CPO)를 임명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과거에도 닛산은 과잉 생산설비 문제로 경영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1999년 6843억 엔 규모의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었다.

당시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카를로스 곤은 주력 공장이었던 무라야마 공장을 폐쇄하고 2만 명 이상의 인력을 감축했다. 이를 통해 닛산은 2000년 흑자로 전환하며 경영 정상화에 성공했다.

이후 곤은 확대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해 취임 당시 300만 대 수준에 머물던 판매량을 2010년도에 400만 대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2017년도에는 판매량이 577만 대로 정점을 찍었다.

이 과정에서 닛산은 전 세계에 새 공장을 설립하며 생산 능력을 확장했으나 곤이 2018년에 소득 축소 신고와 자금 유용 등의 문제로 체포됐고 확장 노선도 이 시점부터 틀어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취임한 이반 에스피노사 사장은 과잉 설비를 정리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면서 판매량도 회복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닛산이 비용 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판매 실적과 생산 능력 간의 괴리가 커져 대규모 인원 감축이 불가피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