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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동과 남아시아를 주축으로 한 '글로벌 사우스'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높은 경제 성장률과 풍부한 인구·자원을 발판 삼아 새로운 경제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동 시장 공략을 위한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진행했고, LG전자도 인도 가전 공장 착공에 나서는 등 현지 생산 거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냉난방공조(HAVC) 사업 거점인 중국 소주와 상해에 튀르키예·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8개국 40여 명의 공조 전문인력을 초청해 '2025 삼성 중동 에어솔루션 데이'를 개최했다. 행사에서는 삼성전자만의 차별화된 공조 솔루션을 소개하는 세미나, 실제 에어컨 공장과 공조 제품이 설치된 주상복합센터 '동방지문'을 방문하는 현장 체험 등이 진행됐다.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도 2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플랙트는 데이터센터·글로벌 제약사 등 60개 이상의 폭넓은 고객을 확보한 데다가 중동 시장에서 높은 신뢰도를 갖췄다는 평가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중동 지역에서 대규모 주택 단지, 종합의료센터, 고급 리조트 등 대규모 시설 중심으로 B2B 수주를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중동이 고온 건조한 기후와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로 공조 설비 수요가 커지자 삼성전자도 이를 전략적 기회로 본 것이다.
남아시아 핵심 국가인 인도에 대한 투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첸나이 인근 가전 공장에 약 1700억원을 투자하고, 인력 100명도 추가 채용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1995년 인도 시장에 진출한 이후 노이다와 스리페룸부두르 등에도 공장을 두고 생활 가전제품·스마트폰·노트북 등을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 연구개발 센터(R&D)와 삼성반도체인도연구소(SSIR), 디자인센터 등 현지 인프라 확충에도 힘쓰는 중이다.
글로벌 사우스는 높은 성장성과 확장 가능성 덕에 주요 기업들의 차세대 핵심 거점으로 불린다. 삼성전자의 연이은 투자도 같은 맥락이다. IMF(국제통화기금)도 글로벌 사우스 핵심 지역인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과 인도가 올해 각각 4%대, 6%대의 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같은 기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2.8%인 것과 대비된다. 이들 지역은 제조업 기반 확대와 중산층 증가에 힘입어 경제 수준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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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도 현지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약 6억 달러(8380억원)를 들여 인도 스리시티에 새로운 현지 가전공장을 착공했다. 기존 노이다 공장과 푸네 공장에 이은 3번째 공장이다. 연간 생산 능력은 ▲냉장고 80만대 ▲세탁기 85만대 ▲에어컨 150만대 ▲에어컨 컴프 200만대 수준이다. 2026년 말 에어컨 초도 생산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세탁기·냉장고·에어컨 컴프 생산 라인 등이 순차 가동된다. 인도 전역은 물론 중동, 방글라데시와 같은 인근 국가에도 가전제품을 더 원활히 공급할 예정이다.
냉동공조 자회사 에이스냉동공조는 올해 1분기 인도 첸나이에 첫 법인을 설립했다. 신규 법인이 들어선 첸나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인도 내 데이터센터 구축이 이어지는 지역이다. 전력 소모와 열 배출이 큰 데이터센터 증가에 맞춰 냉각 설비 공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카타르 기업인 '타드무르 트레이딩'과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HAVC 솔루션 공급에 나섰다. LG전자는 협력을 기반으로 상업용 건물, 병원 등에 HVAC 제품군을 대규모로 공급할 방침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도 글로벌 사우스 시장의 중요성에 관해 꾸준히 언급하고 있다. 조 사장은 이달에도 "소비, 생산, 혁신의 떠오르는 동력으로서 글로벌 사우스는 핵심 성장 파트너"라며 "글로벌 사우스의 소득 증가는 프리미엄, 에너지 효율적 제품에 대한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고 했다. "중동 지역 소비자들은 첨단 가전제품을 찾고 있으며, 인도에서는 현지 전력 및 기후에 최적화된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삼성전자·LG전자의 이같은 신시장 진출은 긍정적이라고 분석한다. 류주한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는 "국내 시장 환경은 높은 인건비와 강성한 노조 등으로 녹록지 않고, 기존 글로벌 공급망은 보호 무역주의 영향으로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사우스처럼 대규모 공급망을 보유한 시장에 진출하는 게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