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김봄소리는 음악에 대해 눈부신 감성과 진정한 소울을 지닌 바이올리니스트라고 생각해요. 모든 음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사랑을 담아 연주하죠. 음악 앞에서 늘 겸손하며, 언제나 전심을 다해 연주하는 뮤지션입니다."
차세대 거장으로 꼽히는 독일 밤베르크 심포니의 상임지휘자 야쿠프 흐루샤(44)는 30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36)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2년 만에 내한하는 밤베르크 심포니는 오는 31일 성남아트센터와 6월 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펼친다.
첫날에는 스메타나 오페라 '두 과부' 서곡과 브람스 교향곡 1번을, 둘째 날엔 바그너 '요정들'의 서곡과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선보인다.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이틀 모두 연주되며, 김봄소리가 협연자로 나선다. 이 작품은 견고한 구조, 유려한 선율, 화려한 바이올린 독주가 어우러진 명곡으로 손꼽힌다.
다섯 살에 바이올린을 시작한 김봄소리는 2016년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21년엔 아시아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최초로 클래식 명문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GD)과 전속 계약을 맺으며 입지를 굳혔다. 장 시벨리우스 콩쿠르, 독일 제1공영방송연합(ARD)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 등 여러 대회에서 잇따라 입상하며 세계 무대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밤베르크 심포니는 독일 바이에른주의 소도시 밤베르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남(南)독일의 대표적인 오케스트라다. 1946년 2차 세계 대전 종료 후 체코에서 독일로 이주한 음악가들을 중심으로 창단됐다. 역사가 긴 편은 아니지만, 따뜻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활기찬 소리로 독일 관현악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악단이다.

김봄소리 "난 밤베르크 심포니의 오랜 팬"
이날 기자간담회에 동석한 김봄소리는 밤베르크 심포니와의 인연과 관련해 "어린 시절, 제 은사이신 김영욱 교수님이 1972년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멘델스존·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 앨범을 닳도록 들었다"며 "그때부터 밤베르크 심포니의 특별한 사운드에 푹 빠져 팬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을 밤베르크 심포니와 함께 녹음하고 싶다는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해 왔다, 야쿠프 흐루샤가 워낙 바쁘다 보니 녹음 일정을 맞추느라 2~3년을 기다려야 했다"며 "앨범 발매에 이어 아시아 투어까지 함께하게 돼 어린 시절의 꿈을 이뤘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봄소리는 지난 9일 두 번째 정규 앨범이자 첫 번째 협주곡 앨범인 '브루흐&코른골트'를 냈다. 이 앨범에는 밤베르크 심포니와 녹음한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코른골트 바이올린 협주곡, 그리고 코른골트 소품 두 곡이 담겼다. 50여 년 전 스승의 발자취를 잇는 작업인 셈이다.

스승의 음반과 비교해 더 나은 점은 무엇인지 묻자 "감히 제 앨범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지만, 녹음 분위기만큼은 제가 훨씬 좋았을 것 같다(웃음)"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이렇게 자유롭고 음악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던 경험은 처음이라 정말 감사했어요. 그게 가능했던 건 전적으로 야쿠프 흐루샤 지휘자 덕분이에요. 흐루샤는 항상 작곡가를 '섬긴다'는 마음으로 음악을 해요. 저도 같은 마음을 갖고 있어서, 그런 점이 아주 잘 맞았죠."
야쿠프 흐루샤도 이번 앨범 작업에 대해 "(김봄소리와) 깊은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며 "녹음 과정에서 음악적 정확성을 추구했고, 작곡가가 악보 속에 숨겨 놓은 보석 같은 부분을 함께 찾아내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김봄소리와 야쿠프 흐루샤가 지휘하는 밤베르크 심포니는 이번 한국 공연에 이어, 6월 3·4·6일 대만에서도 아시아 투어를 이어간다.
